질병 세포만 찾아 교정 치료 가능한 유전자 가위 시스템 개발
KAIST(총장 이광형)는 의과학대학원 이지민 교수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승자 선임연구원, 강원대학교 이주용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질병 세포에서만 핵 내 유전자 교정을 수행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 시스템(CRISPR/Cas9)을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 내 마이크로RNA가 특정 서열을 인식해 절단한다는 특성을 활용해, 질병 세포에서 과발현되는 마이크로RNA에 의해 특이적으로 절단될 수 있는 링커를 연결한 유전자 가위 시스템을 설계했다. 이렇게 설계된 시스템은 질병 세포 특이적 마이크로RNA가 적은 정상세포에서는 세포질에 머물러 유전자 교정을 수행하지 않지만, 질병 세포에서는 링커가 절단되면서 유전자 가위가 세포핵으로 들어가 유전자 교정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유전자 가위를 질병 세포에서만 기능 할 수 있게 해 정상세포와 질병 세포가 혼합돼있는 실제 환자에게도 효과적인 유전자 교정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IST 신철희 박사와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수찬 연구원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뉴클레익 엑시드 리서치(Nucleic Acids Research, IF 16.971)' 온라인판에 지난달 30일 자 출판됐다. (논문명 : Cytosolic microRNA-inducible nuclear translocation of Cas9 protein for disease-specific genome modification, Oxford Academic (oup.com)).
마이크로RNA는 유전자를 전사 후 조절하는 19~24 뉴클레오티드(DNA나 RNA의 기본 단위) 길이의 RNA다. 마이크로RNA는 DNA로부터 전사된 메신저 RNA에 아르고너트(Argonaute; Ago) 단백질을 통해 결합하며, 결합한 메신저 RNA를 절단한다. 마이크로RNA의 비정상적인 발현이 다양한 질병에서 보고되고 있으며, 질병의 치료를 위한 표적 바이오마커로 많이 연구되고 있다.
다양한 질병에서 마이크로RNA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들이 빠르게 연구되고 있지만, 치료 물질의 전달 및 투여량의 문제, 세포 독성 및 비정상적 면역 반응 활성화 등의 문제가 있다.
유전자 가위 시스템은 단일 가이드 RNA(single guide RNA)를 조합해 정교한 유전자 교정을 수행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다. 하지만, 이 시스템의 실제 활용에는 기술적 한계들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정성 문제로, 표적 유전자가 아닌 다른 유전자를 편집하는 오프-타겟 이펙트(off-target effect)다. 또한, 다양한 세포가 혼합된 환경에서는 유전자 교정을 수행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질병 세포 본연의 생태를 활용하는 접근법을 고안했다. 연구팀은 핵 위치 신호(Nuclear localization signal; NLS)가 부착된 기존 유전자 가위(Cas9)에 핵 외 수송신호(Nuclear export signal; NES)를 연결한 질병 세포 마이크로RNA의 메신저 RNA 표적 서열을 결합한 유전자 가위를 제작했고, 이를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으로 명명했다.
연구팀은 인간 질병 세포에서 과발현되는 마이크로RNA-21의 표적 서열과 실험용 쥐의 마이크로RNA-294의 표적 서열을 연결한 유전자 가위의 인간 질병 세포 내 유전자 교정 기능을 비교했고, 마이크로RNA-21 표적 서열 연결 유전자 가위만이 세포 내 마이크로RNA-21에 의해 절단돼 핵까지 전달되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다양한 폐암 세포에서 마이크로RNA-21의 발현량과 발암 단백질 Ezh2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셀프 체크인'을 적용해 마이크로RNA-21이 과발현된 폐암 세포에서 발암 유전자 Ezh2의 유전자 교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또한, 암세포는 항암 약물에 지속해서 노출되게 되면, 약물 저항성을 획득하게 되는데, 연구팀은 폐암 세포에서 마이크로RNA-21과 Ezh2의 발현이 항암 약물 시스플라틴을 투여하면 오히려 증가함을 확인했다.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 기술을 통한 Ezh2 유전자 교정과 항암제(시스플라틴)의 병행 사용은 폐암 세포의 성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마우스 실험을 통해서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 기술은 질병 세포에서만 기능하기 때문에, 오프-타겟 이펙트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세포 내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단일 가이드 RNA 및 메신저 RNA 표적 서열을 상황에 맞게 교체해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질병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 기술은 기존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문제를 개선해, 높은 특이성을 가지고 질병 세포에 대한 유전자를 세포 특이적으로 교정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ˮ 라며 "다양한 질병 연관 마이크로RNA에 대응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ˮ 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한국연구재단 이공분야기초연구사업 및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연구개요
1. 연구 배경
유전자 가위 시스템(CRISPR/Cas9 system)은 단일 가이드 RNA(single guide RNA)를 조합해 정교한 유전자 교정을 수행하는 매우 효과적인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실제 활용에는 안정성 또는 세포 특이적인 전달 방법의 문제 등 다양한 기술적 한계들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고, 효과적인 질병 세포 타겟팅을 위해 질병 세포 본연의 생태를 활용하는 접근법을 고안하게 되었다. 질병 세포 본연의 생태를 활용하기 위해, 질병과 관련이 있는 마이크로RNA의 세포 내 기능을 응용하여 유전자 가위 시스템에 적용해 보고자 하였다. 마이크로RNA가 메신저 RNA 표적 서열을 절단하는 특성을 활용해, 핵 위치 신호(Nuclear localization signal; NLS)가 부착된 기존 유전자 가위(Cas9)에 핵 외 수송신호(Nuclear export signal; NES)를 연결한 메신저 RNA 표적 서열을 결합한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을 고안하였다.
2. 연구 내용
인간 질병 세포 과발현 마이크로RNA-21의 표적 서열과, 마우스 마이크로RNA-294의 표적 서열을 연결한 `셀프 체크인'의 인간 질병 세포 유전자 교정 기능을 비교하였다. 마이크로RNA-21 표적 서열 연결 유전자 가위만이 세포 내 마이크로RNA-21에 의해 절단되어 핵까지 전달되어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반대로, 마우스 마이크로RNA의 표적 서열을 가진 `셀프 체크인'은 세포질에 머물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폐암 세포에서 마이크로RNA-21의 발현과 발암 단백질 Ezh2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셀프 체크인'을 적용하여 마이크로RNA-21이 과발현된 폐암 세포에서 발암 유전자 Ezh2의 교정을 수행할 수 있었다. 암세포는 항암 약물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되면, 약물 저항성을 획득하게 되는데, 폐암 세포에서 마이크로RNA-21과 Ezh2의 발현이 항암 약물 시스플라틴을 투여하면 오히려 증가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항암 약물의 효과가 저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셀프 체크인'을 통한 Ezh2 유전자 교정과 시스플라틴의 병행 사용은 폐암 세포의 성장을 더욱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3. 기대 효과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 기술은 질병 세포에서만 특이적으로 마이크로RNA에 의해 절단되어야 기능할 수 있기 때문에, 정상세포에서는 유전자 교정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이는, 질병 세포에서만 유전자 교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존 유전자 가위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프-타겟 이펙트를 최소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마이크로RNA에 의한 표적 서열 절단이라는 세포 내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RNA 표적 치료에 비해 안정성이 높고 세포 독성과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전자 가위 셀프 체크인 기술은 단일 가이드 RNA 및 메신저 RNA의 표적 서열을 질병 상황에 맞게 교체하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질병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명과학 KAIST (2022-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