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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 뗏목의 원리 밝혀 질병 치료에 희소식

산포로 2024. 6. 5. 08:56

- KAIST-고등과학원-포항가속기연구소, 세포막 간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을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밝혀
- 세포 융합, 바이러스 침투, 세포 간 신호 전달 등 지질 뗏목이 관여하는 생명 현상의 기본 원리 및 제어 전략 제시

 

지질 뗏목은 세포막 간 융합, 신호 전달, 바이러스 침투 등 세포 기능과 질병 발병의 핵심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국 연구진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지질 뗏목의 정렬 원인과 그 조절 메커니즘을 밝혀내어 세포막 간 상호작용을 조절하여 질병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이수호 박사(KAIST, 現 뉴욕대 박사후연구원), 박지현 박사(고등과학원), 이현휘 박사(포항가속기연구소), 현창봉 교수(고등과학원), 최명철 교수(KAIST)

 

KAIST(총장 이광형) 바이오및뇌공학과 최명철 교수팀이 고등과학원(원장 최재경) 현창봉 교수팀, 포항가속기연구소(소장 강흥식) 이현휘 박사와 공동으로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지질 뗏목(Lipid Raft)의 정렬 현상의 원리를 최초로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세포 융합, 바이러스 침투, 세포 간 신호 전달 등 다양한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을 조절할 수 있는 핵심 기전을 밝힌 것이다.

 

세포막(Cell membrane)은 세포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는 얇고 유연한 막으로, 지질 이중층(lipid bilayer)으로 구성돼 있다. 세포막에는 수많은 막단백질(membrane proteins)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세포가 외부 환경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 기능을 한다. 

 

지질 뗏목은 세포막의 특정 영역으로서, 높은 유동성을 가지는 세포막의 다른 부분들과는 달리 매우 낮은 유동성을 가지며, 기능적으로 연관된 막단백질들을 안정된 뗏목 안으로 모아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세포막을 바다로, 막단백질을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망망대해에서 멀리 떨어져 헤엄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의사소통하기 어렵지만, 이들을 한 뗏목 위에 모두 태워 놓으면 서로 쉽게 대화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연구팀은 지질 뗏목 위에 존재하는 막단백질 중 많은 수가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 즉 두 세포막이 서로 생체신호를 주고받거나, 단백질을 통해 결합하거나, 두 막이 하나로 합쳐지는 등의 작용에 관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두 세포막 간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을 조절하는 핵심 요인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세포막을 여러 겹 쌓아 놓은 구조의 지질 다중막(lipid multilayer)을 재구성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이때 지질 뗏목들은 단순히 정렬만 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지질 뗏목의 크기가 커지면서 보다 안정된 구조를 형성했다. 두 세포막 사이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과 크기를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인 것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분자동역학(molecular dynamics) 시뮬레이션*을 통해 물 분자층을 분석한 결과, 지질 뗏목들이 정렬된 상태가 정렬되지 않은 상태보다 불안정한 수소결합 층의 부피가 작기 때문에 전체 시스템의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질 뗏목이 자연적으로 정렬되는 것을 밝혀냈다.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 분자 간 상호작용이 주어졌을 때 운동 방정식을 수치적으로 풀어 구조와 동적 과정을 해석하는 방법 

 

최명철 교수는 “지질 뗏목이 세포막 간의 상호작용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어떤 원리로 상호작용을 매개하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었다”며, “이번 논문은 세포막 간의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 나아가 세포막 사이의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핵심 스위치임을 밝혀내어 생명 현상의 바탕이 되는 물리적 환경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이정표적 연구”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최 교수는 또한 “특히 물 분자의 수소결합이 지질 뗏목의 정렬을 매개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우리 몸의 약 70%를 차지하는 물이 생명 현상이 일어나는 무대에서 단순한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활약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교수는 “지질 뗏목을 모사하는 구조는 현재 생체 센서 등에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이번에 발견한 세포막 사이의 거리라는 스위치를 통해 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진 생체 센서들이 개발될 수 있는 공학적 토대도 제공할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KAIST 이수호 박사와 고등과학원 박지현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고등과학원 현창봉 교수와 KAIST 최명철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5월 22일 字 표지논문(supplementary journal cover)으로 게재됐다. (논문명: Water Hydrogen-Bond Mediated Layer by Layer Alignment of Lipid Rafts as a Precursor of Intermembrane Processes)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보건복지부, KAIST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 연구개요

 

1. 연구 배경

 

지질 뗏목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나노미터 단위 크기의 영역으로, 주변에 비해 콜레스테롤의 농도가 높고, 지질 분자들이 보다 밀집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지질 뗏목 위에는 다양한 세포막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단백질들이 존재하며, 바이러스의 초기 접촉 및 침입 지점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질 뗏목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그 크기가 매우 작고 유동성이 커서 안정된 형태로 존재하지 못한다. 따라서 지질 뗏목과 관련 있는 생명 현상이 일어날 경우에 지질 뗏목끼리 서로 결합 및 정렬이 일어나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는 기능적으로 연관이 있는 단백질들을 물리적으로 가까이 가져와 더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한다. 지금까지의 많은 지질 뗏목 연구들은 지질 뗏목이 단일 세포막 평면 내에서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주안점에 두고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지질 뗏목의 성장에 관여하는 여러 요소들을 밝혀냈다. 그러나, 세포막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지질 뗏목이 가지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두 세포막에 존재하는 지질 뗏목들이 어떤 기전을 통하여 정렬이 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본 연구에서는 모델 세포막을 활용하여 지질 뗏목 정렬 현상의 핵심 원리를 밝히고자 한다.

 

2. 연구 내용

 

본 연구에서는 두 세포막의 상호작용을 모사하기 위해 실리콘 웨이퍼 위에 상 분리 지질 다중막의 형태로 지질 뗏목을 재현하였다. 이 다중막은 지질 뗏목을 나타내는 영역과 그 주변 영역으로 구분되었으며, 형광 현미경을 통해 두 영역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정전기력과 삼투압을 이용하여 막 간 거리를 조절하고, 엑스선 반사율 측정으로 그 거리를 정확히 측정하였다. 형광 현미경과 엑스선 반사율 측정 결과를 종합한 분석에 따르면, 막 간 거리가 좁아질수록 지질 뗏목의 정렬도가 증가하였고, 이는 뗏목의 크기 성장과 동반되었다. 이러한 크기가 크고 정렬된 지질 뗏목은 막 간 거리가 좁을 때 더욱 명확하게 관찰되었으며, 이는 세포막 사이의 근접한 거리가 지질 뗏목을 통한 세포막 간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더해, 본 연구는 분자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러한 지질 뗏목의 정렬 현상이 막 간 거리가 좁은 경우 에너지적으로 선호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세포막 표면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일반 물에 비해 수소 결합이 줄어든 ‘표면 물’층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에너지적으로 더 안정된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막 간 거리가 멀 경우에는 이러한 에너지적 선호도가 나타나지 않았으며, 이는 막 간 거리가 지질 뗏목의 정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3. 기대 효과

 

본 연구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지질 뗏목의 정렬 원인과 그 조절 메커니즘을 밝혀내어 지질 뗏목이 관여하는 다양한 세포막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향상시켰다. 지질 뗏목은 세포막 간 융합, 신호 전달, 바이러스 침투 등 세포 기능과 질병 발병의 핵심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 연구에서 밝혀낸 막 간 거리라는 물리적 스위치를 이용하면, 이러한 세포막 간 상호작용을 조절하여 질병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지질 막 및 지질 뗏목의 모사 구조는 현재 다양한 생체 센서에서 사용되고 있다. 본 연구의 발견을 통해 이러한 센서의 민감도, 반응 시간, 정확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세포막 사이의 거리가 줄어듦에 따라 지질 뗏목(붉은색 영역)의 정렬과 성장이 일어나는 과정 [사진=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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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KAIST) 등록일202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