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승인 받은 혁신 신약들, 그 화려한 면면은?
혁신적인 기전과 차별화된 효능, 9종의 Novel target 의약품
[팜뉴스=김응민 기자]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에 집중 됐던 신약 개발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단순한 신규 표적이 아니라 기존에 사용되던 표적과는 차별되는 혁신적인 기전과 효능을 보이는 새로운 표적, 이른바 'Novel target'으로 승인된 혁신 신약도 다수 개발됐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가 최근 발행한 '2023년 승인된 Novel target 의약품 9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미국과 EU, 일본에서 승인된 신약은 총 49개(백신, 유전자치료제 제외)에 달하며 이 중 9개의 Novel target 의약품은 저분자 화합물(small molecule) 5개와 항체 2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2개로 확인됐다.

# 아스텔라스제약, 비호르몬성 갱년기약 '베오자(Veoza)'
아스텔라스제약의 베오자는 뉴로키닌3 수용체(NK3R) 길항제로 폐경기의 호르몬 요법을 대체할 수 있는 최초의 비호르몬성 치료제다. 시상하부 중추신경계에 침투해 뉴로키닌3 수용체와 결합해 뉴로키닌B 신호를 차단하는 기전으로 체온 조절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폐경으로 인한 혈관 운동성 증상(VMS, Vasomotor symptom)을 완화시킨다.
뇌의 시상하부는 체온 조절과 호르몬 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시상하부에서 강력한 신경 조절제 중 하나로 키스펩틴, 뉴로키닌B, 다이노르핀 뉴런(KNDy neuron) 등을 통해 성선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 펄스를 생성하는 음성 조절자로 작용한다.
KNDy 뉴런의 발현 수용체 중 하나인 뉴로키닌3은 뉴로키닌B에 의해 활성화돼 GnRH의 방출을 유도하는데, 폐경기가 되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아져 뉴로키닌B 신호 전달이 상대적으로 증가하면서 KNDy 뉴런의 활동이 활발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체온 조절 중추 활동도 과도하게 활성화돼 안면홍조, 야한증과 같은 혈관 운동성 증상(VMS)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폐경기 여성의 70% 가량이 이러한 증상을 경험하며 평균 7.4년 정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노바티스,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치료제 '파발타(Fabhalta)'
발작성 야간혈색소뇨증(PNH, Paroxysmal nocturnal hemoglobinuria)은 적혈구 밖으로 헤모글로빈이 탈출하는 '용혈 현상'으로 인해 야간에 혈색 소변을 보는 질환이다. 주로 조혈모세포의 체세포 PIGA(Phosphatidylinositol glycan A)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하게 된다.
PIGA 돌연변이는 단백질과 세포막을 연결하는 GPI(Glycosyl phosphatidyl inositol) 합성의 결함을 초래해 보체(complement) 조절 단백질의 결핍을 유발하게 된다. 이에 따라 면역체계의 일부인 보체계가 세포를 용해시켜 혈관 내 용혈이 발생하고, 적혈구가 파괴되는 현상이다.
노바티스의 파발타는 최초의 보체 B인자 표적 치료제로, 보체 대체경로의 상위에 위치한 C3 보체를 억제해 혈관 내‧외부에서 적혈구 파괴를 포괄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기존 치료제인 AZ의 '솔라리스'와 '울토미리스'는 모두 C5 보체 억제제로 혈관 외 용혈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으나, 파발타는 C5 보체보다 상위 단계에 있는 보체 B인자를 타겟으로 작용하는 까닭에 C3 보체 활성화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노바티스 측은 "임상3상 연구 결과, 파발타는 적혈구의 수혈이 없는 상태에서 헤모글로빈 수치 개선에 효능을 보였다"라며 "수혈 회피율에서도 αC5 보체 억제제 사용자 및 미사용자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 데스모이드 종양 치료제 '옥시베오(Ogsiveo)'
이름도 생소한 데스모이드 종양(desmoid tumor)은 희귀암 중 하나로 주로 복부와 팔, 다리에서 섬유아세포의 비정상적인 분열에 의해 발병한다. 다른 분위로 전이되지 않아 악성으로 분류하진 않지만, 외과적 수술로 제거한 이후에도 국소 재발률이 높고 인접한 주변 세포나 조직에 공격적으로 퍼져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주로 Wnt단백질, 베타-카테닌(β-catenin), 노치(Notch)가 과발현해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프링웍스 테라퓨틱스의 옥시베오는 노치 수용체의 감마 세크레테이스(γ-Secretase) 매개 절단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신호 전달을 차단하고 노치 세포 내 도메인의 방출을 억제해 노치 경로의 과잉 활성화를 조절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 GSK, 골수섬유증 치료제 '오자라(Ojjaara)'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섬유증(myelofibrosis)은 골수가 섬유화돼 혈액세포의 정상적인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골수에서 차오른 섬유조직이 혈액생성 세포를 밀어내면서 비장이나 간으로 이동해 비장의 비대화를 초래하거나 기형 혹은 미성숙한 백혈구 및 혈소판을 혈액에 떠돌아다니게 만들어 빈혈과 혈소판 감소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GSK의 오자라는 1형 액티빈A 수용체(ACVR1)을 타겟해 억제하는데, 빈혈을 동반한 골수섬유증 환자의 1, 2차 치료제로 사용 가능한 치료제라는 강점이 있으며 JAK1/JAK2 억제를 통해 비장 비대증과 전신 증상의 완화에도 효과를 보인다.
지난 2023년 9월에 FDA로부터 골수섬유증에 대해 승인을 획득했고 이듬해인 2024년 1월에는 빈혈, 골수증성빈혈 및 비장종대 등으로도 적응증을 확대했다.

# 아스트라제네카, 유방암 치료제 '트루캅(Truqap)'
유방암에서 HR+/HER2-인 환자들은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유형으로 대부분의 암이 5년 경 시 재발 가능성이 낮은 것에 비해, 5년이 지나도 여전히 재발률이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HR 양성 유방암의 표준 치료법은 내분비요법과 CDK4/6 억제제지만, PIK3CA, AKT1, PTEN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등 내성이 쉽게 생기는 편이라, 전이나 재발에 대응하기 위한 2차 치료법의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높은 상황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트루캅은 아데노신 삼인산(ATP) 억제제로 암의 발생 및 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PI3K-AKT-PTEN 신호 전달체계의 핵심 노드인 세린/트레오닌 특이적 인산화효소(serine/threonine-specific protein kinases, AKT)를 표적으로 삼는다.
하나 이상의 PIK3CA, AKT1, PTEN 유전자 변이가 발견된 HR+/HER2-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성인 환자 중 수술과 보조요법 완료 후 12개월 이내 재발 혹은 전이되었거나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내분비요법 치료 이력이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파슬로덱스(Faslodex)와 병용요법으로 사용한다.
# 얀센, 난치성 다발골수종 이중항체 치료제 '탈베이(Talvey)'
다발골수종은 백혈구의 일종인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분화·증식해 정상적인 항체 대신에 비정상적인 골수종세포(myeloma cell)를 생성하는 혈액암이다. 현재까지 나온 다발골수종 치료제들은 일반적으로 B세포 성숙 항원(B-cell maturation antigen, BCMA)을 표적으로 삼는다.
얀센의 탈베이는 이중항체 중에서도 T세포의 세포 독성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이중 특이항체인 BiTE(Bispecific T-cell engager)로 GPRC5D와 CD3을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다.
GPRC5D는 다발골수종 치료제 신규 표적으로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정상인은 발현이 낮은 반면 다발골수종 환자에서는 GPRC5D mRNA가 특히나 과발현되는 편이어서 다발골수종에서 선택적으로 발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 노보 노디스크, 혈우병 A·B 치료제 '알헤모(Alhemo)'
혈우병 A와 B를 동시에 타겟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알헤모는 조직 인자계 응고억제 인자(TFPI, Tissue Factor Pathway Inhibitor)의 기능을 저해하는 기전으로 지혈을 유도하는 치료제다.
혈우병 A와 B는 X염색체의 혈액 응고 인자 'VIII(FVIII)' 및 인자 'IX(FIX)'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으로, 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외상 뿐만 아니라 근육이나 관절 등에서 발생하는 체내 출혈도 쉽게 지혈되지 않고 출혈과 지혈이 반복되면 근육이나 심하면 관절 파괴까지 생길 수 있다. 특히 중추신경계, 소화계에서 장시간 출혈이 발생할 경우 심각한 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질병이다.
현재 알헤모는 일본과 캐나다, 호주에서 허가를 받은 상태이나 미국 FDA로부터는 보완요구서한(CRL, Complete Response Letter)을 수령하며 승인 신청을 거부당한 바 있다.
# 바이오젠, 루게릭병 치료제 '칼소디(Qalsody)'
대표적인 퇴행성 신경질환인 루게릭병은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해 전신 근육이 위축되면서 종래에는 호흡근까지 마비돼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진 바가 없으나 전체의 10%는 유전적 요인의 가족성 루게릭병(fALS)이며 90%는 외상이나 후천적 요인을 원인으로 보는 산발성 루게릭병(sALS)으로 구분된다.
가족성 루게릭병(fALS)은 20개 이상의 유전자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그중 20%에서는 SOD1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견된다. 칼소디는 OD1 mRNA를 표적으로 결합해 독성 단백질 합성을 저해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도록 설계된 약물이다.
바이오젠은 "임상3상에서 1차 평가지표인 'ALS 기능평가 척도'를 충족하진 못했으나, 2차 평가지표인 '뇌척수액 내 SOD1 단백질 수치 증가'를 26~38% 감소시켰으며 '미세신경섬유 경쇄 농도'를 48~67% 감소시켰다"라고 밝혔다.
1차 평가지표 미충족 등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다른 치료옵션이 부족하고 SOD1 유전자 돌연변이 환자의 기대수명이 1년 미만에 불과하다는 특수성 때문에 2023년에 FDA로부터 가속승인을 받았다. 또한 2024년 6월에는 EMA에서도 가속승인을 획득했다.
# 노보 노디스크, 희귀 대사 질환 치료제 '리브플로자(Rivfloza)'
희귀 대사 질환인 원발성 고옥살산뇨증(PH, Primary hyperoxaluria)은 독소의 일종인 옥살산염(oxalate)이 간에서 과잉 생산돼 소변이나 혈액에서까지 검출되는 질병이다. 옥살산이 신장에 축적되면 칼슘과 결합해 옥살산칼슘염(Calcium oxalate)이 돼 결석을 생성하거나 신뇨세관이나 신장 사구체가 석회화 되는 신석회증(Nephrocalcinosis)을 유발하기도 한다.
리브플로자는 간 세포의 LDHA라는 물질을 표적으로 작용한다. LDHA(L-Lactate dehydrogenase A)는 글리옥실산 대사 경로에 있어 최종 단계인 옥살산 생성 활성화와 관련이 있는 LDH의 하위 단위이며 주로 간과 근육에서 발현된다.
LDHA을 타겟해 mRNA 수치를 선택적으로 낮춰 LDHA 단백질과 LDH 효소의 생성을 감소시키는 기전으로 병을 치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