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큰 동물, 흰긴수염고래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8)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지구상에서 가장 큰 동물은 바다에 사는 흰긴수염고래(학명 Balaenoptera musculus)이다. 대왕고래라고도 불리는 이 고래는 길이가 약 30m, 몸무게가 170톤 이상 나가는 어마어마한 거구이다. 고래의 등이 푸른빛이 도는 회색을 띠기 때문에 영어로는 푸른고래(blue whale)라고 한다.
육상에는 이 고래에 대적할 만한 동물이 없다. 육지에서 가장 큰 동물은 아프리카 코끼리이다. 수컷 코끼리의 경우 몸무게가 보통 4~6톤 정도 나가고, 암컷은 2~3톤 정도 된다. 현재까지 가장 몸무게가 많이 나갔던 기록은 10톤이다. 몸무게를 비교해보면 흰긴수염고래가 코끼리보다 최소 17배, 보통 30~80배 정도 무거운 셈이다.
흰긴수염고래와 코끼리는 모두 새끼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동물이다.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이 육지에 사는 포유동물보다 더 거구일 수 있는 것은 몸무게를 지탱해줄 수 있는 부력 때문이다. 부력은 유체에 잠긴 물체가 유체로부터 중력과 반대 방향인 위쪽으로 받는 힘을 말한다.
쇠로 만든 엄청난 크기의 배가 물에 뜰 수 있는 것도 부력 때문이다. 물속에 사는 고래도 자기 몸의 부피와 같은 부피의 물의 무게만큼 부력을 받기 때문에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만약 흰긴수염고래를 육지로 끌어낸다면 자기 몸무게에 허파가 눌려 호흡을 할 수 없어 죽고 말 것이다.
▲ 새끼와 함께 헤엄치고 있는 흰긴수염고래 ⓒ위키피디아
바다에서 흰긴수염고래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포유동물은 코끼리해표(학명 Mirounga leonina)이다. 수컷의 몸무게는 아프리카 코끼리 수컷과 비슷하여 4톤 정도 된다. 코끼리해표의 수컷은 주먹같이 생긴 큰 코를 가지고 있다. 번식기가 되면 코가 더욱 크게 부풀어 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 남극해에 사는 코끼리해표는 19세기 중반 기름을 얻기 위해 남획하는 바람에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포유동물 중에는 버스 3대를 이어놓은 것만큼이나 길고, 아프리카 코끼리 수십 마리와 맞먹는 무게가 나가는 흰긴수염고래도 있지만, 난장이두더지(pygmy shrew)나 뒤웅벌박쥐(bumblebee bat)처럼 몸무게가 2g도 채 되지 않아 동전 무게보다도 가벼운 것도 있다. 극과 극의 비교에서 보는 것처럼 포유동물의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고래나 코끼리 같은 포유동물은 아주 크지만, 영장류를 포함하여 대부분 포유동물은 작다. 왜 어떤 포유동물은 크게 진화한 반면 어떤 포유동물은 그러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새로운 학설이 발표되었다.
사이언스 데일리(Science Daily)지는 '영국왕립학회 생물학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실린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의 조르단 오키(Jordan Okie)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의 논문 내용을 지난 6월 16일자에 보도하였다. 논문 내용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많아, 신문기사에서는 쉽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였지만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다국적 고생물학자, 진화생물학자, 그리고 생태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화석을 포함한 생물의 생장 자료를 분석하여, 오랜 진화 기간 동안 포유동물의 크기에 왜 차이가 나는지 설명하였다. 그동안 포유동물의 최대, 최소 크기에 대한 경험적인 연구는 많았으나, 자료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포유동물 크기의 진화속도나 한계에 대한 일반적인 법칙을 만든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여러 종류 생물을 분석한 결과 수염고래 종류처럼 생산적인 계통군은 영장류처럼 덜 생산적인 계통군보다 진화 속도가 빠르고 몸집이 크다고 보고하였다. 계통군은 하나의 공통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종들의 집합을 말한다. 흰긴수염고래가 속하는 수염고래 종류는 모든 포유동물 중에서 단위 무게당 생산력 계수가 가장 높다. 이는 수염고래들이 생산력이 아주 높은 해양 환경에서 동물플랑크톤과 작은 물고기를 안정적으로 먹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고래 젖에는 인간에 비해 지방질이 20~30배 많이 들어 있으며. 이를 먹는 새끼 고래는 아주 빨리 성장한다.
몸의 크기는 동물의 중요한 특징이다. 처음 동물을 대하면 큰지 작은지 하는 외형부터 먼저 눈에 들어온다. 생물학에는 몸의 크기와 형태, 구조, 생리, 행동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는 알로메트리(allometry, 상대성장측정학)라는 분야가 있다. 알로(allo)는 다른(other)을 의미하며 메트리(metry)는 재다, 측정하다는 메트로(metro)에서 파생된 측정학이라는 뜻이다. 어원을 보면 알로메트리가 어떠한 학문 분야인지 감이 잡힐 것이다.
몸의 크기는 생물의 모든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주제는 이미 19세기 말부터 연구되었다. 몸의 크기는 같은 종이라도 환경 조건에 따라서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포유류나 조류처럼 항온동물의 경우 같은 종이라도 추운 지방에 사는 개체가 더운 지방에 사는 개체보다 크다. 이를 베르그만의 법칙(Bergmann principle)이라 한다.
인간의 경우도 추운 북유럽에 사는 백인이 더운 아프리카에 사는 흑인보다 일반적으로 체격이 큰 것을 보면 베르그만의 법칙이 쉽게 이해된다. 추운 지방의 동물이 큰 것은 생리학적으로 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몸이 클수록 몸의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줄어들게 되고, 상대적으로 체온을 외부로 덜 빼앗기게 되므로 추운 지방에서 살기에 유리한 것이다.
요즘 키 큰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장점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 체격의 크고 작음보다는 내면의 품격 깊이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김웅서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13.07.02 ⓒ ScienceTimes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70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