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좀비 개미 만드는 곰팡이, 고대에도 있었다?

산포로 2021. 7. 13. 15:37

좀비 개미 만드는 곰팡이, 고대에도 있었다?

 

영화 소재로 즐겨 사용되는 좀비(zombie)는 주술사가 마술을 사용하여 소생시킨 시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정신세계는 주술사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전설 속의 괴물일 뿐이지만, 그 대상이 곤충의 세계로 옮겨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좀비가 되는 곤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바로 곰팡이에 의해 좀비가 되어버리는 개미들이 그것이다.

5000만 년 전 호박에서 동충하초 감염된 개미 화석 발견

최근 미 오리건주립대(OSU) 연구진은 5000만 년 전쯤의 것으로 추정되는 호박에서 동충하초(Cordyceps)에 감염된 개미 화석을 발견했다. 동충하초는 겨우내 살아있는 곤충의 몸속에서 기생하면서 균사의 형태로 존재하다가 여름이면 자신의 형태를 들어내는 버섯을 가리킨다.

곤충에 기생하는 곰팡이들 가운데는 곤충의 뇌를 조종해서 좀비처럼 만드는 것들이 있는데, 버섯도 일종의 곰팡이인 만큼 과학자들은 동충하초를 이런 형태의 곰팡이로 분류하고 있다. 실제로 동충하초는 곤충의 뇌에 화학 물질을 분비해서 신체를 장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이 호박 화석을 조사한 결과, 이 개미는 지금 시대에서도 볼 수 있는 왕개미지만, 개미와 함께 화석으로 발견된 동충하초는 지금의 것들과는 다른 속의 동충하초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이유는 기존의 동충하초와는 다른 경로로 곤충을 감염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사 책임자인 ‘조지 포이너(George Poinar)’ 교수는 “현대의 동충하초는 대부분  머리나 목에서 버섯 자실체인 아스코마타(ascoma)를 내밀어 균류의 포자가 방출되기 쉽도록 진화했다”라고 밝히며 “그러나 호박 화석에서 발견된 동충하초는 머리 부분이 아닌 개미의 항문 부분을 감염시킨 다음, 신체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현존하는 다른 동충하초들과는 다른 감염경로를 갖고 있는 이 고대의 동충하초에 대해 그리스어로 새롭다는 뜻의 알로이오스(alloios)와 기존의 속인 동충하초 속(Cordyceps)을 조합하여 알로코르디셉스 발티카(Alocordyceps baltica)라는 학명을 부여했다. 이 학명은 발트해의 새로운 동충하초속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된 화석이 개미의 신체에서 자란 동충하초의 첫 사례이자, 개미 신체에 기생한 균류의 가장 오래된 화석 기록이라는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포이너 교수는 “개미가 많은 기생 생물의 숙주가 되다보니, 동충하초 외에도 다른 곰팡이류가 개미의 행동을 제어하는 사례가 많다”라고 밝히며 “이번 연구결과가 앞으로 개미와 곰팡이의 기생 관계 및 좀비 곤충이 되는 기원을 밝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동충하초 외에 좀비 개미 만드는 곰팡이들 존재

포이너 교수가 설명한 것처럼 개미를 숙주로 하여 좀비처럼 만들어 버리는 곰팡이는 동충하초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 펜실베니아주립대의 ‘데이비드 휴즈(David Hughes)’ 교수가 발견한 ‘오피오코르디셉스(Ophiocordyceps)’라는 곰팡이에 의해 감염된 개미들이다.

태국에서 발견된 이 개미들은 발견 당시 정상적으로 걷지를 못하고 좀비처럼 휘청거리며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땅을 기어 다니는 동작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개미가 옆에 있는 식물의 줄기에 올라가더니 한참을 꼼짝않고 매달린 채 있다가 그대로 죽어버리는 기이한 행동까지 보였다.

연구진은 원래의 개미들 습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들 개미를 흥미롭게 관찰했다. 그 결과 죽은 개미들은 머리나 몸통 옆으로 가시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어서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처음에는 동충하초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상당히 달랐다. 동충하초가 되는 곤충들은 버섯 포자가 신체를 지배할 때까지 원래의 습성을 그대로 유지한 채 행동을 하지만, 태국에서 발견한 개미들은 습성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연구진의 발표에 따르면 오피오코르디셉스 곰팡이에 감염된 개미는 집으로 가는 대신에 곰팡이가 번식하기 적당한 장소로 이동한 다음, 그 자리에 죽어 포자가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자신을 먹잇감으로 바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휴즈 교수는 “원래 개미들은 이런 습성을 갖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아마도 오피오코르디셉스 곰팡이의 포자에 감염되는 순간, 개미는 서서히 좀비 개미로 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염된 개미는 주위에 있는 식물을 타고 올라가 줄기를 붙잡은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때 곰팡이는 개미의 머리와 몸통을 뚫고 나와 포자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지며 다시 다른 개미를 감염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학계에서는 곰팡이가 개미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는 동시에 이를 의료계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들도 많이 있다. 미 플로리다주립대의 ‘카리사 드 베커(Charissa de Bekker)’ 박사가 그런 주장을 하는 과학자다.

베커 박사는 “이들 곰팡이가 어떤 방식으로 이렇게 복잡한 행동을 조절하는지 파악한다면 사람의 뇌와 행동의 조절 기능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ㅣ 2021.07.13 ⓒ ScienceTimes

 

생명과학 사이언스타임즈 (2021-07-13)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2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