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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에서 주연으로, ‘혈관’의 화려한 등장

산포로 2024. 9. 13. 09:13

조연에서 주연으로, ‘혈관’의 화려한 등장

 

우리 몸 구석구석에 촘촘하게 뻗어있는 혈관은 생명을 유지하는 도로망으로 일컬어지지만, 심장이나 뇌 같은 주요 장기에 비해 중요성이 과소평가되곤 했다. 하지만 최근 혈관을 주요 장기에 딸린 수동적 기관이 아닌 우리 몸 전신의 건강과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장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제 혈관이 조연에서 주연으로 당당히 무대에 등장할 전망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은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헬무트 아우구스틴(Hellmut G. Augustin) 교수와 함께 혈관의 신생과 유지, 노화를 아우르는 혈관 생애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혈관 가장 안쪽의 내막을 구성하는 혈관내피세포의 역할과 기능을 분석해, 혈관이 역동적으로 전신에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적 장기임을 밝히는 종설(Review) 논문을 발표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헬무트 아우구스틴 교수, 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2017년 두 저자가 함께 기관 특이적 혈관과 내피세포가 조직 항상성 유지와 병리적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대해 다룬 종설 논문을 Science에 발표하고, 이를 기념한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지난 25년간 두 저자는 절친한 벗이자 같은 분야 동료로서 서로 연구적 영감을 나누며 협력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혈관내피세포는 주변의 자극에 따라 혈관 긴장성 및 혈액 응고 조절, 물질교환 등의 기능을 발휘하는 반응적 세포집단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고 단장은 혈관내피세포를 시스템적으로 전신에 퍼져 있는 기관으로 보고, 내피세포가 단순한 반응적 세포가 아니라 ‘지시적 신호 전달(Angiocrine signaling)’을 통해 장기의 발달, 재생, 성숙을 조절하는 능동적 조절자 역할을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또한, 단일세포 수준에서 혈관내피세포의 분자적 이질성을 규명하였는데, 내피세포가 각 장기 및 혈관 종류에 따라 특화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을 상세히 보여줬다. 예를 들어, 뇌나 근육의 혈관내피세포는 혈관의 장벽을 형성하지만 신장에서는 필터 역할을 하는 혈관이 발달해 있다. 간의 경우에는 혈관이 간세포의 대사적 분화와 재생을 조절한다.

 

혈관 노화와 관련해서는 미세혈관에서 발생하는 혈관 퇴화(Vascular rarefaction)가 노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노화가 진행되면서 혈관내피성장인자(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 VEGF) 신호 전달이 불충분해져 혈관 퇴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조직 기능 저하와 관련된 다양한 노화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아가 고 단장은 혈관내피세포가 암, 당뇨, 비만, 치매 등 다양한 만성질환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며, 혈관내피세포의 기능 장애가 이러한 질환들의 진행을 가속할 수 있음을 밝혔다. 또한, 혈관내피세포 연구를 통한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필요함을 역설하며, 임상에 응용 가능한 분야로 재생 의학, 재활 의학, 혈관 노화 예방 및 회복 분야를 제시했다.

 

고규영 단장은 “과거 혈관 연구는 심혈관 생물학, 종양학, 노화 연구 등의 개별적인 분야로 분절돼 다뤄지며, 통합된 접근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라며, “이번 논문은 혈관을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혈관과학(Angioscience)’ 개념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전신 건강과 질병, 노화의 핵심적인 메커니즘으로서 혈관의 역할을 재조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의 발전된 기법들을 이용한 최신 연구들에서 혈관내피세포의 역할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라며, “최신 연구 결과들을 총망라해 재정립함으로써 혈관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다”라고 전했다.

혈관 연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이번 종설 논문은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지 셀(Cell, IF 45.5)에 9월 6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저널/저자

 

A systems view of the vascular endothelium in health and disease / Cell, 2024 . Hellmut G. Augustin, 고규영

 

[종설 편집 배경] 

 

혈관은 모든 장기에 퍼져 있으나, 그 중요성이 실제보다 과소평가 되어왔다. 혈관 연구에서도 혈관을 각 장기에 대한 연구 분야의 틈새 연구로 인식되었다.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 단장과 헬무트 아우구스틴(Hellmut Augustin) 교수는 혈관을 통합된 시스템적 장기로 인식하여 인체 장기의 정상적 기능과 건강한 노화를 위한 혈관의 중요성을 재평가하고자 하였다.

 

고규영 단장과 헬무트 아우구스틴 교수는 지난 25년간 절친한 벗이자 같은 분야 동료로서 활발한 의견교환은 물론 다양한 공동연구와 학회 활동을 함께 해왔다. 혈관 연구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를 보는 식견과 통찰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두 저자들은 7년 전 사이언스(Science)에 혈관에 대한 종설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 뒤 급격하게 발전된 최근 연구동향에 대해 체계적이고 비전을 담은 종설이 필요함을 느꼈는데, 이번에 셀(Cell) 편집자의 초청으로 이번 종설편집이 이루어졌다.

 

[편집 과정] 

 

지난 8년간 발표된 IBS 혈관 연구단의 연구성과와 최근 주목받는 연구결과들을 바탕으로 혈관의 생애 전 과정과 새롭게 밝혀진 혈관의 기능을 포함하여 짜임새 있는 초안을 작성하고자 많은 공을 들였다. 지면 상의 제한으로 202편의 논문을 인용했으나, 인용하지 못한 논문이 매우 많아 참고 문헌을 정리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혈관을 다루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논문이기에 초안 작성 이후에도 여러 번의 탈고 후 동료평가를 거쳐 출판하였다.


연구 이야기

 

[차별점] 

 

이번 연구는 혈관을 기존에 장기에 딸린 수동적 부속 기관에서 혈관 자체가 우리 몸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장기라는 인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종설이다. 또한, 혈관이 장기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상세히 다루어, 다양한 장기에서 혈관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다. 이번 종설의 통찰을 통하여 앞으로 혈관 연구가 재생 의학, 예방 의학, 노화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편집계획] 

 

장기별 혈관의 특성에 대한 더 자세한 연구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정상 장기와 노화된 장기, 여러 질병을 겪는 장기에서 혈관내피세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장기 내 다른 세포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대하여 심도있게 연구할 계획이다. 

 

[그림 1] 혈관내피세포의 특성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혈관내피세포는 혈관의 형성과 유지, 혈압 조절, 응고 조절 등의 기본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장기와 대사 기능을 지시하고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림 2] 혈관 연구의 응용 분야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혈관 연구는 A) 재생 의학, B) 예방 의학, C) 노화 연구에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A) 재생 의학은 인간의 세포와 조직,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복원시키는 의학분야로 조직이 일정 크기를 넘어 제 기능을 하기 위해 혈관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미세혈관 조직 공학의 발전이 필수이며, 특히 재프로그래밍된 혈관내피세포를 활용하는 연구가 중요하다.
B) 넓은 표면적을 갖는 혈관의 특성상 혈관내피세포의 전사체 변화를 잘 감지할 수 있어 혈관내피는 전신 건강의 지표로 활용될 수 있으며, 특정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의 개발도 가능하다.
C) 미세혈관에서 발생하는 혈관 퇴화는 노화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이며, 노화된 혈관내피세포는 인체의 여러 기관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하므로 노화의 예방과 회복을 위해 혈관내피세포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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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기초과학연구원) 등록 2024.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