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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혔다 펴졌다 암세포를 직접 뚫는 나노머신 개발

산포로 2022. 3. 21. 09:33

접혔다 펴졌다 암세포를 직접 뚫는 나노머신 개발

 

단백질은 몸 안에서 에너지를 활용해 기계적 움직임으로 구조를 변화하고 생명현상에 관여한다. 단백질의 아주 작은 구조적 변화까지도 생명현상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단백질은 생물학적 ‘나노머신’에 비유된다. 이런 단백질을 모사한 나노머신을 개발하여 세포 환경에서 움직임을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는 최근에 많은 조명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나노머신으로 의미있는 움직임을 구현하고, 이를 의약학적으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세포가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다양한 기작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KIST) 생체분자인식연구센터 정영도 박사팀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곽상규 교수팀, 화학과 유자형 교수팀, 퓨전바이오텍의 김채규 박사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암세포 등 특정 세포 환경에서 접힘, 펴짐 등 분자의 움직임을 통해 세포막을 뚫고 침투해 세포를 죽이는 새로운 방식의 생화학적 나노머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공동연구팀은 단백질의 계층적 구조에 주목했다. 단백질은 거대 구조의 축과 실제 움직이는 부분이 계층적으로 분리되어 축을 중심으로 특정 부분만 의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부분과 축이 같은 계층에 있도록 설계된 대부분의 기존 나노머신의 경우 동시에 두 부분이 같이 움직이게 되어 특정 부분을 의도대로 조종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2nm 수준의 금나노입자와 주변 환경에 따라 접히고 펴질 수 있는 분자를 각각 합성하고 결합해 계층적 구조의 나노머신을 만들었다. 이 나노머신은 움직이는 유기분자와 축이 되는 거대 구조인 무기나노입자로 움직임과 방향을 정의해 세포막을 만나면 접히고 펴지는 기계적 움직임을 보였고 세포에 직접 침투해 세포소기관을 망가뜨려 사멸을 유도했다. 이러한 방식은 치료용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의 캡슐형 나노 전달체와 달리 항암제를 사용하지 않고 기계적 움직임을 통해 암세포를 직접 죽이는 새로운 방식이다.

연구팀은 한발 더 나아가 나노머신의 암세포 사멸에 더욱 적합하게 기계적 움직임을 제어하기 위해 걸쇠 분자를 나노머신에 끼워넣었다. 끼워넣은 걸쇠 분자는 낮은 pH 환경에서만 풀리도록 설계해 상대적으로 pH가 높은 정상 세포(pH 7.4 내외)에서는 나노머신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세포안으로 침투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암세포 주변(pH 6.8 내외)의 낮은 pH에서 나노머신은 걸쇠 분자가 풀려 기계적 움직임이 유도되고 암세포에 침투하는 결과를 확인했다.  

KIST 정영도 박사는 “개발한 나노머신은 단백질들이 환경에 따라 형태를 바꾸어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약물 없이 나노머신에 붙은 분자의 기계적 움직임으로 직접 암세포에 침투하여 사멸시키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였고, 기존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KIST의 주요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 연구자 사업 및 바이오의료기술사업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의 권위지인 ‘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IF: 15.42) 최신 호에 게재 및 Supplementary Cover에 선정되었다. 

* (논문명) Stimuli-Responsive adaptive nanotoxin to directly penetrate the cellular membrane by molecular folding and unfolding(https://pubs.acs.org/doi/10.1021/jacs.2c00084)
   - (제 1저자, 교신저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정영도 선임연구원
   - (교신저자) 울산과학기술원 곽상규 교수
   - (교신저자) 퓨전바이오텍 김채규 박사
   - (교신저자) 울산과학기술원 유자형 부교수

 

연구결과 개요

1. 연구배경
단백질, 유전자와 같은 생물학적 나노머신들은 그 형태를 기계적으로 움직여 환경에 맞게 변형하며,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모든 생명현상에 관여하고 있다. 이런 생물학적 나노머신의 기능을 모사한 다양한 형태의 인공 나노머신이 학계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세포 환경 정도에서의 움직임의 구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노 크기에서의 움직임 구현이 어려운 이유는 생물학적 나노머신들이 계층구조를 통해 움직임의 축과 움직이는 부분이 계층적으로 분리되어 축을 중심으로 의도한 움직임이 구현된다면, 예를 들어, 분자머신 같은 경우에는 분자의 움직임 중 움직이는 부분과 축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움직이는 부분과 축이 뒤바뀌기도 한다. 따라서, 의미있는 나노머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계층구조가 필수적이며, 더욱이 의학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움직임 구현한 움직임이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어야 한다. 

2. 연구내용
본 연구팀은 유기분자와 무기나노입자의 계층구조를 이용하여, 나노입자를 축으로, 유기분자를 움직이는 부분으로 설계하여, 접히고 펼쳐지는 움직임을 구현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세포막을 뚫고 직접 침투할 수 있는 나노머신을 합성하였다. 또한, 나노머신에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걸쇠 유기 분자를 합성하여 끼워 넣어, 움직임을 억제 하였다. 걸쇠 분자는 특정 pH에서 나노머신과 분리되어 나노머신의 움직임을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설계되었고, 암 주변의 pH가 정상세포보다 낮은 것에 착안하여, 암주변에서 만 걸쇠 분자가 나노머신과 분리되도록 하였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침투할 수 있는 나노머신이 개발되었으며, 분자의 기계적 움직임을 제어함을 통해 의학적 목적으로 활용 될 수 있는 나노머신의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소분자가 아닌 거대분자 (단백질, 유전체)의 경우 세포내이입 (endocytosis)을 통해 엔도좀(endosome)에 둘러싸여, 실제로 세포 속으로는 침투가 어려운데, 개발한 나노머신은 단백질과 유사한 크기에도 불구하고, 접히고 펼쳐지는 움직임을 통해 세포막을 뚫고 직접 침투할 수 있었고, 실험적으로 입증하였다. 
 연구팀은 개발된 분자의 움직임으로 세포막을 직접 통과하는 나노머신 기술은 기존 화학요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 기대효과
 분자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계층 구조의 나노머신의 개발은 암 치료를 위해 직접 활용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백신 같은 유전체 전달, 단백질 전달을 이용한 치료등에도 새롭게 응용될 수 있다.

 

연구 결과 문답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 촉매와 나노재료를 이용한 인공효소의 개발 및 이를 생물학적으로 응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음. (효소는 단백질 중 촉매 기능을 갖는 단백질임.)
◯ 생각을 확장하여, 다양한 단백질 중에 촉매 기능을 갖는 효소 말고도, 촉매 기능 없이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단백질의 기능에 궁금함이 있었고, 일부 단백질들이 특정 환경에서 기계적으로 자신의 일부 부분을 움직여 생명현상에 관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이 시점에 이런 기계적 움직임을 모사하는 나노머신을 만들고, 이를 의공학적으로 응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연구가 시작되었음. 
◯ 연구 초기, 퓨전바이오텍의 김채규 박사님과 UNIST의 곽상규, 류자형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기계적인 움직임을 분석기법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하였고, 세포에 적용하여, 새로운 나노머신 개념을 정의하였다. 이런 나노머신의 기계적 움직임을 이용한 암치료 방법을 개발하고자 본 연구가 심화되었음.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 기존의 항암치료는 약물을 선택적으로 암세포에게만 전달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였고, 주된 나노머신 기술은 생물학적 환경에서 그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짐. 
◯ 나노머신의 기능적 움직임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계층구조가 필수적이나, 구현이 어려웠음. 
◯ 본 연구는, 유기분자와 무기나노입자의 계층구조를 이용하여 움직임 자체와 방향을 정의하였고, 이런 움직임을 통해 세포에 직접 침투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나노머신을 개발하였음.
◯ 특히, 기존 약물전달에 국한된 방식에서 벗어나, 걸쇠 분자를 도입하여, 암세포만 골라 분자의 움직임을 통하여 침투하는 방식으로 약물 없이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나노머신을 개발함.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 개발된 나노머신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생물학적 안정성이 확보된다면, 새로운 방식의 암치료용 나노머신으로 활용될 수 있음. 
◯ 나노 머신 자체로 암치료 뿐 아니라, 기능성 단백질, 또는 백신으로 기능하는 유전체인 거대분자를 세포속으로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기능체로 활용될 수 있음.

□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 약물이 필요없는 새로운 방식의 암치료용 나노머신으로 활용될 수 있음.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의 생물학적 안정성 등의 검증이 필요함. 
◯ 암치료 뿐 아니라, 기능성 단백질, 또는 백신으로 기능하는 유전체인 거대분자를 세포속으로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기능체로 활용될 수 있으며, 현재 연구중임.

 

[그림 1]KIST-UNIST 공동연구진이 암세포만 골라 침투하여 죽이는 나노머신과 그 작동원리

 

[그림 2]암세포에 분자의 기계적 움직임을 이용하여 세포속으로 직접 침투하고, 세포내 소기관을 망가뜨려 암 세포를 죽이는 나노머신

생명과학 한국과학기술연구원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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