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전염병들에 국민들은 불안에 떨고 당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제역과 조류독감 및 신종 인플루엔자까지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고 감염자, 사망자, 감염 가축들이 속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3대 요소가 식량 부족과 기후변화, 그리고 팬데믹(pandemic)이 될 것이라 지목한 바 있다. 팬데믹은 특정한 전염성 질환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돼 유행하는 현상을 말한다.
신종 플루·조류독감·구제역, 전염병 대란
작년 12월 29일엔 신종 인플루엔자(인플루엔자A/H1N1)에 감염된 30세 남성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신종플루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했는데, 개중에는 3세 아이와 여중생 등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한동안 잠잠했던 조류독감(AI)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12월 31일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에서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확인된 이래 농장종사자 및 살처분 참여자 등에 대한 인체감염 예방을 위한 대응반이 현장에 파견되는 등 조치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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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과 조류 독감에 감염된 수많은 가축들이 살처분당하고 있다. 사진은 닭을 살처분하기 위해 현장에서 큰 구덩이를 파고 비닐을 까는 장면. ⓒ연합뉴스 | 하지만 현재 무엇보다 말썽을 부리고 있는 것은 구제역이다. 수많은 소·돼지들이 구제역에 걸려 살처분 당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약 1조 1천억원에 이르렀다.
관계자들의 정신적 피해, 2차 오염까지 우려
구제역의 문제점은 단순히 경제적 피해에 그치지 않고 있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들을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정신적 피해도 일어나고 있다. 살처분 현장에서 무더기로 생매장 당하는 가축들과 그 비명소리는 지옥을 연상케 할 정도로 끔찍하다.
살처분에는 보통 약물을 통한 안락사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작년 말 그 약물이 끊겨 생매장을 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들이지만 그 많은 생명들을 산 채로 땅에 묻는 것을 덤덤히 지켜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욱이 그 과정이 반복된다면 지켜본 사람들도 큰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게 된다. 또한 살처분된 가축의 사체에서 나오는 각종 침출수에 의한 2차적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배설물, 먼지로 뒤덮인 좁은 축사와 방역체계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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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제역은 발굽이 두개인 우제류에게서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USDA | 이와 같은 가축 전염병이 전국적으로 심각하게 퍼져나가는 가장 큰 이유로 열악한 축사환경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비위생적이며 좁은 축사는 이전부터 축산업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는 소나 돼지를 키우는 축사의 위생 상태와 방역상태 등의 사육 환경이 심각할 정도로 나쁜 곳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축산업의 특성상 좁은 우리에 많은 가축들이 살고 있기 때문에 배설물과 토양 등이 범벅이 된 곳에서 나뒹구는 가축들도 많다.
구제역은 감염이 되면 치료가 힘들어 백신을 통한 예방이 필요한 질병이다. 하지만 축사면적이나 인력에 비해 매우 많은 가축들에게 일일이 예방접종을 시키는 것도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제역은 지금도 계속해서 번져나가고 있으며 감염된 가축들은 모두 살처분 당하고 있다.
이는 조류독감도 마찬가지다. 닭이나 오리들을 키우는 축사를 생각해보면 전염이 삽시간에 일어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몸조차 제대로 움직이기 힘들어 보이는 닭장이나 좁은 축사에 몰려 있는 오리들 중 한 마리라도 감염됐다면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된다.
조류 독감에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 1g에는 무려 10만~100만 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 배설물인지 토양인지 사료인지도 모르게 지저분한 축사에서 키워지는 닭, 오리들은 이런 조류 독감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가축들의 위생 상태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질병이 발생하거나 급속도로 전염되는 현상들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농식품부, 축산업 허가제 도입계획 밝혀
이에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2월 27일, 2011년 업무계획을 통해 올해부터 시행할 축산업 허가제에 대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현재 기승을 부리는 구제역이나 조류 인플루엔자 등의 주원인이 되는 소, 돼지, 오리, 닭 등과 같은 가축을 사육할 땐 축사 위생 시설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 하며, 그에 대한 교육도 일정 시간 이상을 받아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기존에 축산업 등록만 하면 사업이 가능했던 것에 비해 매우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더욱 일찍이 도입돼야 했다”는 주장이 많다. 구제역은 이미 지난 2000년, 2002년에도 발생해 많은 피해를 준 바 있기 때문이다.
축산 선진국인 덴마크, 프랑스, 캐나다 등은 이미 이와 같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만이 축산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외에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의 국가에서도 축산업을 하기 위해선 시설이나 자격 등에 대해 국가에서 정한 기준에 들어야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