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젭바운드’ 대사질환 영역까지 확장해 670조 원 시장 공략
ADC 항암제 '엔허투',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 영역 확장
셀트리온 ‘짐펜트라’, 대웅제약 '엔블로' 등 적응증 확장 시도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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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타임즈]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다양한 적응증 확대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적응증이란, 약제에 의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을 말한다.
제약·바이오 기업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파이프라인으로, 하나의 물질에서 다양한 치료제로 개발할 가능성을 모색하는 적응증 확대는 곧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매출을 추가로 확보해 성장동력을 얻고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마련되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국내외 제약사들은 하나의 약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나 증세를 확장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힘 쏟고 있다.
◇ 30조↑ 규모 '키트루다', 40번째 적응증 장착
머크(MSD)의 항 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대표적인 ‘적응증 확대’ 의약품으로 꼽힌다.
머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키트루다를 원발성 진행성 또는 재발성 자궁내막암 성인 환자의 치료 용도로 키트루다+항암화학요법(카보플라틴, 파클리탁셀) 병용요법 후 키트루다 단독요법을 진행하는 치료법을 승인했다고 17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번 승인으로 키트루다는 미국 내에서 40번째 적응증을 추가하는 데 성공했다.
MSD가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지난해 매출 약 34조 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전 세계급 의약품이다. 적응증 확대를 목표로 다양한 임상을 진행해 온 키트루다가 확보한 적응증은 18개 암종, 38개에 달한다.
MSD는 2014년 FDA로부터 키트루다의 최종 승인을 받았으며, 현재도 확대를 위한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국내에서 허가받은 적응증은 최근 허가받은 담도암과 자궁경부암 치료제를 더해 총 29개다.
다양한 적응증과 30조 원이 넘는 매출 규모의 키트루다를 둘러싸고 우리나라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개발 전쟁도 뜨겁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1월 바이오시밀러 'SB27'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시작한 데 이어 4월에는 임상 3상에 돌입해 키트루다 추격에 나섰다.
바이오시밀러 임상 시험은 통상적으로 용법과 용량 등을 결정하는 2상을 제외하고 1상과 3상만 수행한다. 1상 종료 후 3상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안정성 등을 입증한 경우, 허가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1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17일 바이오시밀러 'CT-P51'의 임상 3상 계획을 FDA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임상에서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606명을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CT-P51 간의 유효성·안정성·동등성 관련 비교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 비만약의 무한 확장…’위고비·젭바운드’ 대사질환 영역까지 확장해 670조 원 시장 공략
전 세계를 강타한 비만약은 심혈관 질환 및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등으로 빠르게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장내 호르몬의 일종인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를 활용한 신약을 중심으로 적응증 확대 움직임이 활발하다.
비만약 열풍을 이끈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미국 일라이릴리가 ‘젭바운드’는 비만치료 영역에 머물지 않고 적응증을 급격하게 확장하고 있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각각 ‘오젬픽’과 ‘마운자로’라는 당뇨약으로 먼저 출시됐던 약물로, 비만약으로 변신하면서 시장성을 입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위고비(약 6조 원)와 오젬픽(약 22조 원) 등 총 28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출시된 젭바운드의 경우 미국에서 출시 첫 분기에만 약 7,13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로써 지난해 노보 노디스크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 릴리는 20% 올랐다. 글로벌 20대 대형 제약사 가운데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곳은 두 곳뿐이다. 위고비와 젭바운드는 비만을 넘어 다양한 질병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속해 입증하고 있다.
최근 미국 FDA는 위고비의 심혈관질환 적응증을 확대 승인했다. 젭바운드에 대한 심혈관질환 적응증 관련 임상 3상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두 약물이 나란히 노리는 또 다른 적응증은 MASH로, 모두 임상 2상 이상 단계를 진행 중이다.
이들이 다른 대사질환 영역까지 확장하는 데 성공하면 그 시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경 100조 원 이상 규모의 성장이 전망되며, 당뇨치료제 시장은 180조 원 규모의 확대가 예상된다.
또, 심혈관질환치료제와 MASH치료제 시장은 각각 약 253조 원과 약 133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뇨부터, 비만 심혈관, MASH까지 총 670조 원의 시장이 위고비나 젭바운드 등의 사정권에 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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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허투, HER저발현 유방암·HER변이 비소세포폐암 적응증 추가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 '엔허투’는 최근 유방암과 비소세포폐암까지 적응증을 확장했다.
지난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를 'HER2 저발현 전이성 유방암' 및 'HER2 변이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대한 적응증을 허가했다.
이번 적응증 허가를 통해 그동안 치료제가 제한적이었던 HER2 변이 폐암 환자와 더불어 전체 유방암 중 60%가 넘는 환자들에게 HER2 표적치료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앞으로 엔허투가 더 많은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셀트리온·대웅제약·유한양행·신라젠 등 국내 기업도 적응증 확장 나서
셀트리온은 최근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의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 확장을 위해 미국 FDA에 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했다. 이번 임상을 통해 미국 내 신약 지위를 확보한 짐펜트라의 적응증에 류마티스 관절염을 추가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짐펜트라는 염증성장질환 적응증 2종에 대해 이미 미국 허가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상태로, 향후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까지 확보하면 잠재 타깃 시장이 기존 약 13조 4,189억 원에서 약 53조 520억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의 적응증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펙수클루는 현재 국내에서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급성·만성위염 위점막 병변 개선에 효과가 있는 약물로 인정받았다.
여기에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로 인한 궤양 예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NERD) 치료 후 유지 요법 등으로 적응증을 넓히기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당뇨신약 ‘엔블로’ 또한 비만, 심장, 신장질환 등에서 효능을 확인하고 있다.
동아ST는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DA-1726'을 당뇨치료제나 MASH치료제로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신라젠은 삼중음성유방암과 위암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인 항암 후보물질 'BAL0891'을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BAL0891은 신라젠이 2022년 스위스 바실리아사로부터 도입한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제(MCI) 계열 항암제다. 2023년부터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바이오타임즈(biotimes.co.kr)=김가람 기자] news@biotimes.co.kr 2024.06.28 1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