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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게 잤다고 느끼는 '수면 오지각', 심할수록 치료 효과는 좋다?

산포로 2022. 2. 22. 14:09

적게 잤다고 느끼는 '수면 오지각', 심할수록 치료 효과는 좋다?

 

 
왼쪽부터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준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사진=건국대병원
 
우리나라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불면증을 호소한다. 불면증의 대표 증상 중 하나로 실제로 잔 시간보다 더 적게 잤다고 느끼는 '수면 오지각'이 있는데, 이 증상이 심할수록 오히려 불면증 치료 반응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 불면증, 주관적 불면증 등으로도 불리는 수면 오지각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의학적으로는 낮은 수면의 질, 불면 장애 이외의 수면 장애 등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준 교수는 "수면은 크게 1, 2, 3단계 수면과 렘 수면으로 이루어지며,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각 단계가 일정한 비율로 골고루 관찰된다"면서 "반면 피로, 낮잠, 커피, 알코올 섭취 등 여러가지 생리적 이유로 수면의 구조가 변하면 수면 오지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면 오지각은 불면 장애 외 수면무호흡증, 우울증 등 다른 질환으로도 유발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자는 중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폐쇄돼 저산소혈증, 미세 각성, 교감신경활성화 등으로 수면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감이 크게 떨어지는 질환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도 수면 오지각에 영향을 미친다"며 "불면증이 심한 사람들에서 우울증상이 심할수록 수면 오지각을 크게 경험한다는 국내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수면 오지각은 불면증의 치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최근 유럽 정신신체의학회 공식 학술지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에 게재된 국내 연구팀 연구 결과에서 수면 오지각이 클수록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치료 반응은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학교병원 전홍준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인영 교수 연구팀은 33명의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해 객관적인 수면시간을 측정한 후, 환자 스스로가 느끼는 주관적인 수면시간과 비교해 수면 오지각의 정도를 평가했다. 이후 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시작했다. 그 결과, 수면오지각이 큰 환자일수록 치료 후 불면증이 빠르게 호전됐다.
 
연구팀은 "수면 오지각은 불면증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역기능적 사고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며 "따라서 수면 오지각이 심할수록 인지치료가 포함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반응에 더 효과적이었을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불면증의 치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수면 오지각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선행돼야 하며, 수면 오지각을 경험하는 불면증 환자들은 수면제 복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수면위생교육, 수면습관개선 등 비약물적 치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