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연관성 보인 명확한 연구 결과 없어…FDA·EMA, "여전히 주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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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당뇨, 염증성 질환 관련 치료제의 큰 인기와 성장에 힘 입어, 글로벌 제약시장 매출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성장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대한 문제 제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잊을 만하면 다시 떠 오르는 ‘자살 충동’ 문제다.
최근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실린 연구는, 노보 노디스크의 대표적인 당뇨병 및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 위고비, 리벨서스의 주성분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약물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항우울제를 병용하는 환자들 사이에서 세마글루타이드와 자살 사고의 ‘중요한 불균형(Significant Disproportionality)’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과 미국, 유럽 규제당국 입장은 다르다. 이번 연구는 GLP-1 계열 약물을 비정규적으로 사용한 환자들을 포함한 연구며, 체중 변화나 BMI 변화와 같은 중요한 정보가 누락돼 결과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
이번 연구 결과 자살 충동 비율이 높다고 해서 꼭 약물 사용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세계 여러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통계적 불균형을 발견했다 해서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 충동을 유발한다는 명백한 증거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독립 과학 정보 기관인 사이언스 미디어 센터(Science Media Centre) 전문가들 역시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에 포함된 그룹 간 통계적 불균형을 찾는 연구 방법이 인과관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런던 위생 열대 의학 학교 이안 더글라스 교수(Ian Douglas)는 “약물 감시 데이터베이스에서 신호 탐지 연구는 가설을 생성하는 데 유용하지만, 약물과 결과 사이 인과 관계를 평가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보 노디스크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여러 한계(Several Limitations)’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FDA 및 기타 규제 기관과 지속해서 GLP-1 제품 안전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전했다.
회사 대변인은 “노보 노디스크는 모든 GLP-1 의약품이 지시된 대로 사용되고, 면허를 가진 전문 의료인 관리 하에 사용될 때 안전성과 효능을 보장한다”며 “이러한 의약품 사용과 관련된 위험 정보는 현재 FDA 및 EMA 승인 제품 라벨에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FDA와 EMA 역시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보고 있다. 정확히는 자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두 규제기관은 지난해 아이슬란드에서 보고된 자살 충동 사건 두 건과 자해 사례 한 건을 포함, 세마글루타이드 사용자로부터 접수된 자살 충동 관련 보고 201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해당 조사는 현재까지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 충동이나 행동을 유발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와 별도로 자연의학 저널(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는 180만 명의 당뇨병 및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세마글루타이드를 사용한 환자들이 다른 치료를 받은 환자들보다 자살 충동이 높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 결과를 공개한 연구자들은 현재 FDA 라벨에 비슷한 경고가 포함되어 있는 만큼, 정신 장애나 심리적 불안정성이 있는 환자에게 사용될 때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둘러싼 이슈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문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국내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잘 나가는 약이 겪을 수 있는 과정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시장 매출은 GLP-1 계열 비만, 당뇨병 치료제 매출 성장으로 오는 2030년 1조 7000억 달러(2356조 54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오젬픽,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와 젭바운드, 사노피와 애브비 등의 염증질환 치료제들이 글로벌 대형 제약기업 매출을 증가시킬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지난해 매출 순위는 글로벌 TOP 10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GLP-1 치료제를 선보이고, 비만 및 당뇨병 의약품 개발을 통해 2024년 최고수준을 차지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제약기업 평균 매출 성장률은 12%였던 것에 반해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성장률은 각각 22%와 28%에 달했다.
더 나아가 위고비의 매출은 향후 5년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유효성에서 앞선 마운자로와 젭바운드는 2023~2030년 사이 연평균 성장률 9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앞으로 사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메가 블록버스터에 대한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과 규제기관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고, 더 나아가 연구를 통해 약물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약업신문](yakup.com)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입력 2024.08.23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