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된다면 오픈 랩 프로그램을 활용하자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오픈 랩 (Open lab, 1년 중 며칠 동안 학과의 연구실을 개방하여 학부생들에게 각 연구실의 연구를 소개하고 연구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 대학원 진학에 대한 관심을 이끌기 위해 시행한다)을 개최한다. 대게 학과 단위로 2-3일 간 진행하며 누구든지 사전 약속 없이 자유롭게 찾아가서 연구실에 대한 설명도 듣고,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도 있다.
보통은 이 기회에 교수나 대학원생에게 자연스럽게 대학원 진학 의사를 밝히거나 구체적인 입학 상담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한다. 내가 아는 몇 학생들도 평소 관심 있었던 연구실에 찾아가서 즉석에서 교수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이렇게 오픈 랩 프로그램은 별도로 교수에게 연락하고 약속을 잡는 번거로움과 부담감 없이 대학원 진학에 길을 열어주는 방법이니 기회가 된다면 꼭 활용하면 좋겠다.
그러나, 현지에 거주하고 있다면 현지 대학원을 쉽게 찾아갈 수 있지만, 한국에 거주한다면 현지 대학원 오픈랩에 참석하는 것이 시간적, 비용적으로 부담이 된다. 그래서 요즘은 온라인으로 대학원 설명회를 개최하는 경우도 있으니 각 대학원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하자. (온라인 설명회의 경우엔 오픈 랩과 다르게 연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없고, 교수와 1:1 면담이 어려운 일방적 정보전달 방식이다.)
일부 학생의 경우엔 열정을 가지고 직접 현지 오픈 랩에 참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럴 때는 자신의 CV, Cover letter를 여러 장 프린트해서 가져가야 한다. 현장에서 관심 있는 연구실에 자신의 CV, Cover letter를 전달하고 교수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눈도장을 찍으면 당일 현장에서 면담을 하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컨택 메일을 보냈을 때 교수가 기억하고 좋게 봐줄 수 있다.
또한, 오픈 랩 참석은 대학원 지원의 큰 동기가 될 수 있다. 연구실의 논문을 일일이 찾을 필요 없이 연구실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질문도 할 수 있으며 이는 강력한 지원 동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지난 오픈 랩에서 교수님 연구실의 소개를 듣고 *** 측면에서 큰 관심이 갔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라는 근거 있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반대로, 관심 있게 봤던 연구실이었지만 연구실을 둘러보고 교수님, 대학원생들을 만나보니 기대와는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온라인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여러 연구실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꼭 오픈랩 기간이 아니더라도, 연구실을 둘러보고 싶으면 메일로 방문 요청을 해서 언제든지 가보아도 좋다.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허락을 해주었다.
일본에서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이 고등학생도 오픈랩에 참석하는 경우가 있었다. 본인이 흥미 있는 분야이거나 아니면 이 학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를 하는 곳인지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 오는 경우였다. 대학 진학 전에 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을 알아보고 설명도 들으며 진정 본인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는 문화는 참 좋아 보인다.
나는 확신을 갖기 위해 일본까지 찾아갔다
이전 편에서 서술했었는데, 나는 교수와 온라인 면담이 끝나고 나서 메일로 직접 연구실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교수는 허락을 했고 구체적인 날짜를 정했다.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기 때문에 장기간 해외를 나갈 수 없다. 또한 약속된 날짜가 평일이라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으로 도쿄를 다녀오게 되었다.
이번 일본 방문의 목적은 여행이 아닌 연구실 방문이다. 더군다나 1박 2일 일정이기 때문에 다들 끌고 가는 캐리어도 없이 백팩 하나만 가져갔다.
교수님은 오히려 멀리까지 오는 것이 괜찮겠냐고 물어봐주었다. 난 꼭 내 눈으로 보고 판단을 하고 싶었기에 무조건 간다고 했다.

약속 시간에 늦지도 말고 너무 일찍 도착하지도 말자
일본은 공식 면접 자리가 아니더라도 정장을 입고 격식을 차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수와 면담을 위해서도 입고 가려했다. 오후 2시 약속이었기에, 이른 아침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떠났다. 어차피 하루만 있다가 올 거니까 갈 때부터 정장을 입고 갔다. 그런데 나리타 공항에서 나만 가방 검사를 당했다. 보통의 관광객이라면 정장을 입고 올 일이 없고 캐리어를 끌고 올 텐데, 나는 정장 차림에 1박 2일 일정으로 백팩 하나만 매고 있으니 금 밀수를 의심받아서 가방 검사를 했던 것이다(일본은 금 밀수에 민감하다).
나는 내가 갈 학교가 그렇게 넓은 줄 몰랐다... 지도상으론 그리 멀어 보이지 않았는데, 무더운 여름날 정장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학교 입구에서 연구실까지 25분을 걸어갔다. 혹시나 첫 만남부터 늦어서 시간 약속 안 지키는 안 좋은 인상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굉장히 넉넉하게 도착했다. 건물도 너무 많고 출입 통제된 문도 많아서 한참을 헤매다가 드디어 찾았다!
약속 시간보다 40분이나 일찍 도착해 버려서 그늘 아래서 시간을 보내다가 약속 15분 전에 건물로 들어갔다. 사무실로 들어가서 행정 직원으로 보이는 분에게 약속이 있다고 알렸다. 그때 행정 직원이 당황한 기색으로 나더러 잠시 앉으라고 했다. 그러더니 왜 약속 시간보다 일찍 왔냐고 묻고, 지금은 교수님의 낮잠 시간이니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뭔가 약속 시간보다 너무 일찍 온 것이 그들에게 폐를 끼치는 것처럼 들려서 일본은 이러면 안 되나 보다 생각했다.
CV, Cover letter, 연구계획서, 석사 졸업 논문, 영문 졸업증명서, 영문 학위증명서, 영문 성적표 사본 정도만 챙겼다. 컨택 메일을 보낼 때 학위 증명서와 성적표를 전달하지 않아서 사본을 가져갔고, 모든 서류를 보면서 면담이 진행되었다.
현실적으로 연구실의 장단점을 파악해보려 하자
30분가량의 교수 면담을 마치고 교수님은 본인의 연구실에 지원해도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리곤 연구실에 있는 한국인 대학원생 2명을 소개해 주며 이들에게 연구실 소개를 부탁하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질의응답 시간도 가져보라고 부탁했다. 연구실 보유 장비, 연구 환경, 대학원생/포닥 선생님 소개, 최근 연구성과, 졸업생들의 진로 현황 등의 설명을 들었고 나는 나의 목표에 맞는 연구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에겐 중요한 금전적인 지원에 대해 물었을 땐 교수가 명확히 답을 주진 않았고 자신도 잘 모른다고 했다. "행정실에 물어보거나 직접 알아보면 될 거야~" 하곤 가버렸다. 그나마 들은 소식은 재학 중인 이곳 대학원생들은 각자 알아서 장학금을 신청하고, 모두 받고 있다고 들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대학원생 인건비 개념이 없다)
이처럼 어렵게 방문을 했으니 물어볼 건 다 물어보고 현실적인 장단점을 파악해야 한다.
이후엔 한국인 박사 과정생 1명과 2시간 정도 커피를 마시며 연구실과 대학원 시스템에 관한 많은 질문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이 학생은 연구실의 장단점, 일본 유학의 장단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주어서 매우 고마웠다).
내가 연구실 방문하기까지의 과정을 마친 때가 입학 원서 접수 2개월 전이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여기까지 과정을 6-12개월 전에 마치고 입학시험과 면접 준비를 시작하면 된다.
이번 연구실 방문을 통해 나의 방문 목표를 달성했고, 교수의 입학 지원 허락도 받았으니 다음 과정은 학교의 학사 일정에 맞춰서 입학 지원을 하는 일이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이나 코멘트는 언제든지 환영이니 댓글창에 달아주세요.
(※본 원고는 개인적 생각이며 과학적 사실 또는 다수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원고에 사용된 썸네일 사진은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본 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BRIC(ibric.org) Bio통신원(kira(필명)) 등록일2024.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