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택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받았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면담을 하고 교수님의 의견과 답변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가장 빠른 날짜로 약속을 잡았고, 내가 줌 미팅 링크를 보내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 마지막으로, 혹시나 인터뷰에 내가 준비할 것이 있는지도 잊지 않고 물었다. (ppt를 준비하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에)

면담 일정을 잡았다.
줌 미팅을 위해 유료 결제(PRO plan)를 해보자
줌은 무료 버전의 경우엔 최대 40분 무료이다. 40분이 지나면 다시 미팅을 개설해야 한다. 면담하는데 시간이 길어졌다고 도중에 흐름을 끊는 난감한 상황을 마주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온라인 면담을 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지 몰라서 유료 결제를 했다.
월 요금제로 PRO plan은 22,370원인데 구글 검색창에 「Zoom discount coupon」이라고 치면 쿠폰을 받아서 반값 이하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한 달 정도만 구매해서 사용하자.
줌 미팅 링크는 면담 당일 오전에 메일로 보냈다. 방도 정리하고, 조명도 켰다. 미팅 전에 친구에게 부탁해서 스피커와 마이크가 잘 작동하는지 반드시 확인도 했다. 그리고, 나를 찍는 영상은 배경 흐리게 처리하여 나에게만 집중될 수 있게 했다 (사실은 방이 지저분해서 그랬다). 선명한 의사소통을 위해서 이어폰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집에서 하는 온라인 면담이라도 복장은 현장 면담과 같이 깔끔하게 차려입는 것이 좋겠다.
미팅 시작과 동시에 미친듯한 떨림. 그래도 진정성을 보이자
예상과 다르게 온라인 미팅에는 교수님 두 분이 들어왔다. 나를 평가할 사람이 더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도 더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화면으로 본 두 교수님의 첫인상은 매우 인자해 보였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나누고 교수님의 본격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내가 받은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1. 왜 우리 연구실에 오고 싶어 하는가?
2. 석사 때 했던 연구를 간단하게 소개해줄 수 있겠나?
3. 간략한 연구 소개 이후 연구와 관련된 질문들 6-7 개
4. 박사 유학을 일본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5. 왜 연구 계획서에 적힌 연구를 하고 싶은가?
6. 연구 계획서에 적힌 내용에 관한 질문 5-6 개. (주로 실험 방법이나 연구 흐름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7. 졸업 후에 무엇을 하고 싶나?
8.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서는 어떤 연구를 하는가?
9. 일본어는 어느 수준인가?
10. 학비와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11. 묻고 싶은 것은 있는가?
미팅 시간은 40분 정도 소요되었다. 다른 것들이야 내가 유학을 위해 생각해 왔던 일반적 질문이라서 대답하기 어렵진 않았지만, 석사 연구에 대한 소개 이후에 이어진 과학적 질문들은 몇 가지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 예상 질문 범위에 있어서 면담 준비를 할 때 다시 졸업 논문도 읽어보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도 찾았지만, 역시 모든 것을 다 대비할 순 없기에 쉽지 않다. 떨려서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면담 후에 느낀 것은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연구계획서를 작성했다던가, 부풀려 작성했다던가 하면 면담에서 분명히 들통난다. 해당 연구실에서 발표한 논문도 제대로 읽지 않는다면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 몇 개 없을 것이다.
연구하고 싶은 명확한 이유, 연구 관련한 기초지식, 연구 방법과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반드시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모르는 질문이면 포장하지 말고 당당하게 모르겠다고 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틀리는 건 괜찮지만, 속이는 건 안 된다.
많은 지원자 중에서 나를 각인시키고 싶다
지원한 연구실의 교수님은 일본에서 바이오벤처 회사도 공동 창업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고서 연구실에서 발표한 논문을 읽어보니 교수님은 학교에서의 연구를 산업계에서도 펼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즉, 신약 개발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마침, 나의 목표도 신약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기에 교수의 벤처 회사에서 발행한 기술 홍보 자료도 확보해서 스토리를 엮어보고자 했다. 내가 원하는 목표의 방향성이 교수님이 원하는 바와 비슷하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던 것이다.
따로 pt 자료를 준비하라는 말은 없었지만, 교수님이 추가 질문 있냐는 말에 추가 질문 대신 추가로 보여 줄 것이 있는데 괜찮을지 물었다. 교수님은 OK 했고, 나는 ppt를 열었다 (온라인 미팅의 장점은 컴퓨터로 여러 자료를 쉽게 보여줄 수 있다). 한정된 시간이기에 시각 자료를 많이 활용해서 설명하니 효율적이었다.
ppt에는 이 분야 연구를 이용한 약물의 아카데믹 연구 현황, 임상 시험 현황과 시장의 크기(연구 활성도)도 시각 자료로 제시하였다. 또한, 연구 주제 선정 이유에 대해 통계 자료를 활용했다. '통계자료를 보면 *** 부분의 연구는 산업계에서 활발히 진행 중인데,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은 아직 연구할 여지가 많이 남아있어 보인다. 그래서, 이쪽 연구 주제에 관심이 있을뿐더러 더 발전이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하고, 산업계로의 기술이전 성과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을 했다.
내가 이렇게 한 이유는 나는 연구 관련하여 follow-up을 지속적으로 하며, 관심을 계속 두고 있었다는 것을 교수님에게 어필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교수님에게 나를 각인시키고자 했다 (실제로 잘 먹혔는지는 모르겠다).
발표가 끝나고 교수님은 어떻게 자신도 몰랐던 회사 정보를 가져왔냐며 출처도 물었고, 상당히 주의 깊게 들어주었다. 그리곤 코멘트와 질문을 남겨주었다. "제약 업계에서 일하다가 온 사람이라 그런지 발표 스타일이 학생들과는 다른 것 같다. 산업계에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왜 박사 과정을 위해 다시 학계로 오려고 하는 것인가?", "**적응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입학하게 된다면 기초 과학에 대한 집중과 연구의 신규성을 신경 쓰면 좋겠다. 알다시피 산업계와 학계 간의 관점 차이가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발표를 마무리해줘서 고맙다는 말로 끝이 났다.
면접은 상대가 나를 평가하는 자리만은 아니고 나도 상대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다
면접 끝 무렵에 교수님은 나에게 '우리 연구실에서는 영어로 소통하긴 하지만, 일본인 연구원들과의 소통에 있어서 일본어를 배우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해 주었다.
면접이라는 것은 갑을(甲乙) 상태에서의 일방적인 평가 자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도 면접관의 태도를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면접 후에 느낌이 좋지 않다거나,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본인도 그 연구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구직 면접을 볼 때도 면접관이 인신공격을 하는 듯한 발언을 한다면 그 회사에 입사하더라도 미래가 뻔히 보이지 않을까?
지원자도 PI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나는 좋은 느낌을 받았고, 면담 마지막에 '일본에 직접 찾아가서 연구실을 보고 싶다'라고 제안해 드렸다. 교수는 조금 놀라며 '네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다'는 긍정적 답변을 해주었다.
오랜 기간 해외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연구실 환경은 어떤지, 구성원들은 어떤지 이런 것들을 따져보고 싶었다.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고 확신이 있어야 했기에 비용을 쓰더라도 직접 방문은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했다. 물론 일본이 가까워서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과감히 교수님에게 방문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렇게 한 시간가량의 면담이 끝났고, 긴장이 확 풀려버렸다. 두근거리던 가슴도 진정되며 그동안 준비한 것들을 쏟아부었기에 후련했다. 교수님과 면담은 한 번에 끝난다는 보장이 없다. 어떤 PI는 두 번, 세 번 면담하고 결정하기도 한다. 나는 운이 좋게 한 번에 끝나서 다행이다.
미팅이 끝나자마자 교수님과 현지 방문 일정을 조율했고 일본행 항공권을 결제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이나 코멘트는 언제든지 환영이니 댓글창에 달아주세요.
(※본원고는 개인적 생각이며 과학적 사실 또는 다수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원고에 대한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본 기사는 네티즌에 의해 작성되었거나 기관에서 작성된 보도자료로, BRIC의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또한 내용 중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사실확인을 꼭 하시기 바랍니다.
BRIC(ibric.org) Bio통신원(kira(필명)) 등록일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