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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공과대학에서 배우는 교훈

산포로 2024. 11. 11. 09:04
인도 공과대학에서 배우는 교훈
 
대학정론_ 문애리 논설위원 /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문애리 논설위원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은 과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AI 전문가가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했음을 알리는 중요한 시그널이다. 바이오·소재 등 모든 과학기술 분야에 인공지능(AI)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상반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액은 1천6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는 것은 AI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전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의료·금융·제조·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으며,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AI가 이끄는 디지털 대전환의 변곡점에 서 있다.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뒤처지게 될 것이며, 발 빠르게 준비한다면 혁신을 주도할 기회를 가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9월 정부가 ‘AI 3대 강국(G3) 시대’를 목표로 국가AI위원회를 발족하고 민관 협력을 통해 AI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AI 기반 혁신적인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인도 공과대학(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 IIT) 출신 CEO들이다. IIT는 피차이 구글 CEO와 크리슈나 IBM CEO 등을 배출한 대학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1년 IIT가 설립되었을 당시, 인도의 고등교육 시스템은 자원이 부족하고 입학률이 낮아 인재 배출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공과대학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였고, 그 결과 IIT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IIT의 성공 사례는 한국 대학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수바시스 차우두리 IIT 뭄바이 전 총장은 지난달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산학협력 강화는 IIT가 가장 공들인 부분이며, 대학의 자율성이 최고의 교육 혁신을 가능하게 했다”고 밝혔다. IIT는 정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독립성을 유지해 혁신적인 교육 환경을 조성해온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향후 3년간 디지털·바이오헬스·반도체 등 신기술 분야에서 약 3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이공계 대학들은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년 이후 4대 과기원에서만 천여 명이 중도 이탈했고, 의대 정원 확대 등으로 이 숫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보다 낮은 수익을 올릴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해외 취업을 고려하는 이공계 석·박사들도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해외 인재 유치는 물론 국내 인재 확보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IIT가 세계적 교육기관으로 성장한 데는 정부와 기업의 전폭적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이 덕분에 IIT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혁신적 교육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대학도 자율성을 강화하고, 정부와 기업 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경험을 쌓을 기회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과 규제를 동시에 받는 구조로 인하여 교육과 연구의 자유가 제한된다면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것이다. IIT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이공계 인력 육성에 강력한 지원과 정책 혁신이 필요하다. “공대에 암흑기가 오고 있다”는 서울대 공대 학장의 경고를 깊이 새겨야 할 때이다.

 

문애리 논설위원/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 이사장·덕성여대 약대 교수

 

교수신문 문애리 논설위원 2024.11.11 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