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세포 소기관으로 조직 깊은 곳 세포까지 에너지 공급한다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면서 단순한 관찰 수준을 넘어서는 인공적 재현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인위적으로 세포 소기관(artificial organelles)을 만들어 생체 촉매 반응을 모사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세포 소기관은 세포의 ‘장기’라 할 수 있는데, 세포호흡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 세포 내 소화기관 리소좀 등이 대표적이다. 이 기관에는 복잡한 생화학 반응을 수행하는 미세 공간들이 나누어져 있고, 그 내부에는 중요한 세포 기능을 함께 실행하는 여러 효소들이 존재한다. 다만 살아있는 세포에 인공 세포 소기관을 적용하려면, 세포 내 물질 전달 효율, 안정성, 생체적합성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단장 스티브 그래닉) 조윤경 그룹리더(UNIST 바이오메디컬 공학과 교수) 연구진은 살아있는 세포 간 정보전달체 엑소좀(exosome, 세포외소포체)을 리프로그래밍하여 세포 내에서 에너지 생성이 가능한 인공 세포 소기관을 개발했다. 엑소좀은 조직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어, 기존 한계를 뛰어 넘는 새로운 약물 전달 시스템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나노 크기 엑소좀이 살아있는 세포 간 효율적 정보전달체임에 착안했다. 이에 세포 크기의(직경 ~ 10 μm, 부피 1 picoliter 이하) 액적 기반 미세유체 반응기를 이용, 두 종류의 엑소좀이 합쳐지면서 내부 물질끼리 화학반응이 일어나 융합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엑소좀 내부 및 막단백질에 서로 다른 효소를 갖고 있는 엑소좀의 융합 반응을 통하여 생촉매 반응을 성공적으로 제어했다.
특히 이번에 개발한 인공 엑소좀은 의학적 활용 가능성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세포의 에너지 원천인 생체에너지(ATP)를 합성시킬 수 있는 효소들을 인공 엑소좀에 포함시켜,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ATP를 만들어내는 인공 합성 엑소좀의 생성을 확인했다. 나아가 인공 엑소좀이 유방암 모사 스페로이드의 내부 깊숙한 부분까지 전달되었음도 보였다. 이로써 인공 엑소좀이 저산소증으로 손상된 세포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나노 알약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였고, 종양 중심부의 생체에너지(ATP) 부족 현상 규명에도 새로운 전략을 제시할
연구를 이끈 조윤경 그룹리더은 “인공 엑소좀을 통해 살아있는 세포에 보다 효율적인 물질 전달 방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엑소좀의 내부와 표면에 부가적인 기능을 탑재한 인공 세포 소기관을 만드는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나노분야 학술지인 네이처 카탈리시스(Nature Catalysis, IF 41.813)에 표지논문으로 9월 14일 0시(한국시간) 게재됐다.
논문제목/ 저널(연도) 저자
Programmed exosome fusion for energy generation in living cells, Nature Catalysis (2021)(https://www.nature.com/articles/s41929-021-00669-z)
Sumit Kumar1,2, Mamata Karmacharya 1,3, Issac J. Michael 1,2, Yongjun Choi1,2, Junyoung Kim1,2, InUn Kim1, Yoon-Kyoung Cho1,2*
연구내용 보충설명
엑소좀 표면에 카테콜기를 도입한 엑소좀(CEx)과 금속이온 반응에 의한 엑소좀 융합 반응을 (그림 1a)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하여, 세포 하나 크기(평균 직경 ~10 μm, 부피 약 640 fL)에 해당하는 매우 작은 액적 반응기를 활용하여 하나의 액적 반응기 내에 평균 2~6개의 엑소좀이 존재하도록 했다 (그림 1b). 융합된 엑소좀(FEx)은 직경이 약 2배 증가하였다(그림 1c).
다음으로 글루코스산화효소(GOx)와 HRP효소를 각각 탑재한 엑소좀을 융합한 후 융합엑소좀 나노 반응기 (FEx-GOx-HRP) 내부에서 다중효소 생체촉매 연속단계 반응 (cascade reaction)을 수행하였다(그림 2a). 여기서 글루코스산화효소에 의한 포도당의 호기성 산화는 H2O2와 글루콘산을 생성하고 HRP 근처에서 생성된 H2O2는 기질로 작용하여 HRP가 Amplex Red를 형광 생성물인 레소루핀으로 산화시키는 것을 촉매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엑소좀과 융합된 엑소좀 간에 MCF-10A 세포 내 흡수에 큰 차이가 없음을 확인하였고, 24 시간 동안 세포 내에서 엑소좀의 거동을 관찰한 결과, 융합 엑소좀과 초기 엔도솜 항원 1 마커(EEA1) 및 리소좀 관련 막 당단백질 1(LAMP 1)들이 동시 발현(co-localization)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그림 2b).
이 엑소좀 융합 반응 전략을 사용하여 대장균 F1F0 ATP 합성 효소 및 bo3 산화 효소와 같은 막 단백질을 엑소좀에 탑재하고, 에너지 생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효소를 넣은 융합 엑소좀(FEx)을 만들어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ATP를 생성할 수 있었다 (그림 3a). 먼저, pH를 측정하여 나노반응기 내부에서 H+ 내부 생성을 확인하고, 세포 내에서 ATP를 생성함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이 FEx-1 나노 반응기는 엑소좀의 효과적인 조직 침투 능력으로 인해 스페로이드 내부 조직의 저산소증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ROS)를 감소시킬 수 있었다(그림 3b, 3c).
연구 이야기
연구팀이 엑소좀 융합 반응에 관한 아이디어 제안은 몇 해 전에 했지만, 세포 크기의 매우 작은 미세 유체 액적 반응기를 활용하여, 하나의 작은 반응기 내에서 융합하고자 하는 엑소좀의 농도를 최소화시켜 엑소좀 간에 뭉침현상이 없이 융합 반응을 정밀 제어하는 조건 최적화가 연구 성공에 있어 핵심 단계 중 하나였다.
또한, 이 엑소좀이 단순 접합되는 것이 아니라, 막과 내부 물질 간의 혼합이 일어나는 융합임을 증명하기 위한 추가 실험들이 필요했다. 특히, 연구실에서 이전에 개발하였던 ExoDisc를 활용하여 엑소좀에 시료를 섞었을 때 반응하지 않고 남은 시약을 효율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엑소좀 내부 물질의 영향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 중요한 단계였다.
융합 이후 약 2배 커진 엑소좀이 세포 내에 흡수되었을 때, 세포 내 거동이 개질 이전의 엑소좀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음을 증명하는 실험에 오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엑소좀의 세포 내 흡수와 이동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함이 밝혀지고 있고, 이는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향후 본 기술을 더 발전시켜서 개별 엑소좀을 분석하고, 엑소좀의 표면과 내부에 원하는 기능을 탑재하여 세포에 부가적인 기능을 제공하기 위한 기초 연구를 계속할 예정이다.
그림 1. 엑소좀 융합 반응
(a) 표면에 카테콜기를 갖도록 개질된 엑소좀(CEx)을 금속이온과 함께 반응시켜 엑소좀 융합을 유도하는 원리.
(b) 카테콜기를 갖도록 개질된 엑소좀(CEx) 및 금속염의 액상 용액이 오일 용액과 만나 직경 10 μm의 물방울 반응기를 만드는 미세유체 액적 반응기칩.
(c) 동적 광산란법으로 측정한 융합 전 엑소좀 (CEx-1: 121 ± 8 nm, CEx-2: 123 ± 5 nm)과 융합 후 엑소좀 (FEx: 265 ± 14 nm)의 크기 분포로 크키가 2배 이상 커짐.
그림 2. 융합 엑소좀 나노반응기 (FEx) 상 다중 효소의 연속 단계 (cascade) 반응.
(a) FEx 내부에 글루코오스산화효소(glucose oxidase, GOx)와 HRP (horseradish peroxidase) 효소의 연속단계 반응 도식적 표현. 포도당(글루코스)를 첨가하여 과산화수소가 생성되었고, 형광물질인 레조루핀을 생성하기 위해 Amplex Red를 산화시킴.
(b) 융합 엑소좀 (FEx-GOx-HRP)을 처리한 MCF-10A 세포의 대표적인 공초점 형광 이미지, 스케일 바, 10 µm. 48시간 후 융합엑소좀 (녹색)와 엔도좀(빨간색) 및 리소좀(자홍색)의 동시 발현 (colocalization). 패널 1-6은 오버레이 이미지에 표시된 섹션의 고해상도 공초점 형광 이미지. 스케일 바, 2μm. 살아있는 세포 안에 인공엑소좀이 투입된 상태를 나타내줌.
그림 3. (a) 에너지 생성을 위한 인공 세포 소기관 (FEx-1) 모식도. 엑소좀 막과 내부에 각각 ATP 합성효소와 글루코오스산화효소를 탑재한 엑소좀 (ATPsyn-CEx-GOx)와 bo3 산화효소와 HRP효소를 탑재한 엑소좀 (bo3Oxi-CEx-HRP)의 융합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 세포소기관으로 ATP 생산을 하여 저산소 조건에 있는 세포까지 에너지 공급.
(b) MCF-10A 스페로이드 내부까지 전달된 FEx-1(로다민 B 표지) 나노반응기 및 대조군(로다민 B 표지 HRP). 융합된 엑소좀이 세포 안에 침투할 수 있음을 증명.
(c) 인공 세포 소기관 (FEx-1) 처리 후 스페로이드의 활성산소(ROS) 수준.
생명과학 기초과학연구원 (2021-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