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순환계 모방한 ‘바디온칩’ 나와… 동물 실험 대체할까
에든버러대 연구진, 약물 퍼지는 경로 재현한 3D 프린팅 칩 개발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 연구진이 약물에 대한 신체 반응을 보여주는 3D 프린팅 칩을 개발했다. 신약이 환자 장기에 퍼지는 과정과 영향을 연구할 수 있어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든버러대는 최근 약물이 몸속에 퍼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바디온칩’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바디온칩은 약물에 대한 인간의 생리학적 반응을 볼 수 있는 다중 기관 시스템을 말한다. 특정 장기를 모방한 장기 칩(organ on a chip)보다 구현 범위가 넓다.
연구진은 3D 프린터를 사용해 약물이 순환하는 신체 경로를 모방한 칩을 만들었다. 칩 내부는 5개 구획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각 구획에 인간 심장과 폐, 신장, 간, 뇌세포를 배양했다. 해당 장치에 약물을 주입한 뒤, 방사성 물질을 사용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 스캐닝으로 약물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살필 수 있다.
연구진은 바디온칩에 약물을 주입하자 균일하게 흐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리암 카 에든버러대 박사과정생은 “이 장치를 이용해 약물 분포를 측정한 뒤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물 확산을 예측하는 수학적 모델링을 꾸릴 수 있다”며 “인간이나 동물을 테스트할 필요 없이 신약이 체내 어디로 이동하고 머무르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바디온칩을 암, 심혈관 질환은 물론 신경퇴행성 질환과 면역 질환 등 다양한 인간 질병을 조사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위나 피부 등의 기관 모델을 더 추가해 에어로졸이나 식품, 가정용품 등을 시험할 수도 있다.
아드리아나 타바레스 에든버러대 심혈관과학센터 연구원은 “질병이 다른 기관이나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지방간의 세포 모델을 바디온칩에 결합하면 지방간이 심장이나 뇌, 신장 등 다른 기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볼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년 수천 마리의 동물이 의약품 개발의 초기 단계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동물 실험 결과는 여전히 임상 결과가 차이가 있다. 연구진은 “동물과 임상 실험 간의 간극을 인간의 생체학적 모델인 바디온칩이 메꾸면서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동물 모델보다 인간의 메커니즘을 더 대표하는 비동물 접근법으로 신약 개발 비용을 낮추고 인간 질병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조선비즈(chosun.com) 홍아름 기자 입력 2023.12.28 1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