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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행동 원인이 ‘틱 장애’?

산포로 2018. 1. 13. 19:31

이상 행동 원인이 ‘틱 장애’?
21세기는 신드롬 시대 (20) 투렛 증후군

 

지난해 가을, 마포구에 있는 한 콘서트홀에서는 남녀 가수가 듀엣을 이뤄 신곡을 발표하는 무대가 펼쳐졌다.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의 발표회치고는 많은 인파가 몰렸는데, 그 이유는 남자 가수가 ‘틱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였기 때문이다.
 
‘틱 장애’란 얼굴이나 어깨 등 신체의 일부분이 아주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직이거나 입으로 이상한 소리를 내는 증상을 말하는 것으로서, 형태에 따라 ‘운동 틱’과 ‘음성 틱’으로 나뉜다.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 소리를 지른다면 투렛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 아산병원

 

드물지만 운동 틱과 음성 틱이 동시에 나타나는 환자들도 있는데, 이 같은 증상이 1년 이상 지속될 때 이를 투렛증후군(Tourette Syndrome)이라 부른다.
 
이 날 행사에서 모 남자 가수는 “욕이나 특정한 소리를 내는 음성 틱 장애를 앓고 있다”고 밝히면서 “노래를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말을 할 때 마다 남들이 듣기에 거북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를 이해해 주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투렛증후군 연령대가 점점 증가
 
투렛증후군이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증상으로 인정받은 것은 지금으로부터 134년 전인 1884년의 일이다. 프랑스의 의사였던 길스 투렛(Gilles Tourette)은 자신을 찾아온 어린 환자들 중에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신체 일부가 계속해서 같은 동작을 하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런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사한 끝에 뇌의 문제로 나타나는 질병임을 파악했다. 그의 스승이자 당시 유렵 신경정신 분야의 거물이었던 샤코(Charcot) 박사는 이 같은 연구결과를 높이 평가하면서 질병의 이름을 제자 이름을 붙여 투렛증후군이라 명명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투렛증후군이 최근 들어 다시금 주목을 받는 이유는 틱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틱 장애를 가진 환자들의 대부분이 어린이들이었다. 그리고 자라면서 증상이 많이 완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일반적인 추세였다.

 

투렛증후군 증상을 처음으로 규명한 프랑스의 의학자 길스 투렛 ⓒ wikipedia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고 있다. 어린 시절 앓았던 틱 장애를 어른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가지고 있는 성인들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틱 장애를 가진 환자들 중 20세 이상의 성인비율이 15%가 넘고 있고, 비율 또한 증가추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성인들은 틱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려는 경향이 있어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의 관계자는 “그만큼 어린 시절에 받는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어른이 되어 가면서도 해소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라고 지적하며 “분명한 점은 틱 장애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발병하기 쉬운 질병이지만, 이를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청소년이나 어른들로 성장해도 틱 장애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두뇌 시스템 이상이 증후군의 원인 제공 추정


틱 장애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것과 환경적인 요인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스트레스에 민감하며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모로부터의 지나친 간섭이나 과보호, 또는 또래들과의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같은 내적 갈등이 이상 행동이나 소리를 통해서 방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아이가 틱 장애 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부모가 인지하게 되었을 경우 이를 치료하기 위해 급하게 서두르다가는 오히려 낭패를 보기가 쉽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해서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거나 이상한 행동을 보일 때 빨리 고치라고 다그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는 것이다.
 
심리 전문가들은 “부모의 무리한 행동이 틱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우려하며 “틱 장애에 대응하는 올바른 치료방법은 아이의 증상 자체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첫째이고, 아이와의 소통 하에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둘째”라고 설명했다.
 
특히 틱 장애는 이상한 행동이나 소리를 내는 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질환을 동반할 수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예를 들면 청소년 시절에 나타나는 주의력결핍 증상이나 과잉운동장애, 또는 강박장애 등이 이에 해당된다.

 

틱 장애 발생 기전을 추정하는 순환회로도 ⓒ balance-brain

 

주의력 결핍은 필요한 시간만큼 주의 집중을 하지 못해 30분이면 끝날 숙제가 계속 몇 시간씩 걸리는 증상을 말하고, 과잉운동 장애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주의한 특징을 보이는 증상을 가리킨다. 이런 행동들이 지속되면 학교에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선생님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강박장애는 쓸데없는 걱정이나 생각이 반복적으로 머리에 떠오르거나 이를 해소하기 위한 강박적인 행동들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흔한 강박장애 사례로는 수도꼭지나 대문이 제대로 잠겼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행동을 들 수 있다.
 
틱 장애의 원인이나 증상이 다양하다 보니 아직 확실한 치료제나 치료 방법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틱 장애를 유발하는 신경계의 문제를 바로 잡아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증상 및 체질을 고려한 맞춤 약물치료 및 바이오피드백 훈련 등 뇌가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신경학적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학의학회의 관계자는 “유전적 영향도 있지만 틱 장애는 후천적 요인으로 인한 불안이나 스트레스, 그리고 울화 등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강조하며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틱 장애를 비롯한 투렛증후군 치료의 시작점”이라고 덧붙였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2018.01.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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