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Y 성공담과 그 후, 신약은 망하지 않는다? 효과가 더 좋아도 주의할 점
당신은 확고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신약회사에 투자한다.
의학지식 전문가가 보더라도 너무나도 확실하며, 실제 환자가 치료된다. 그리고 당신이 가진 신약 회사 주식 가격은 솟구칠 것인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실제로 존재한다.
비(非,non-)호지킨 림프종은 B세포 림프종이 다수!
혈액에 존재하는 세포에 생기는 종양이라고 모두 백혈병인 것은 아니다. 혈액이 하얗게 된다고 하는 백혈병과 달리 림프종은 몸에 발생하는 혹이다. 혹시라도 목이나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통증이 없는 혹이 만져진다면 한 번쯤 림프종을 의심해볼 수 있다 (몸의 어떤 곳이 부풀어 오른다고 항상 림프종은 아니기도 하고, 림프종은 4기여도 완치가 가능하다!).
림프종은 초기 연구에서는 발견되는 세포의 모양에 따라 호지킨 림프종과 비호지킨 림프종으로 나눴다. 계속되는 분류작업으로 현재는 분류에 따라 약 60-70개의 림프종이 있지만 이 복잡한 모든 것들은 결국 면역세포와 관련한 분류로 쉽게 나눠지게 된다. 치료의 최신 지견을 보여주는 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비호지킨림프종은 없으며, 2021년 현재 B세포림프종 치료가 제공되고 있다. [1]
수많은 비호지킨 림프종의 기원 중 85퍼센트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관된 면역세포 중 하나는 B세포이다 (면역세포 B세포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며, 신경 발생 당시 확인되는 B세포랑 다른 세포인 것..).[2, 3] 방사선 치료로 시작된 림프종 치료는 CD20이라는 마커를 발견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단순한 방사선이나 모든 세포를 공격하는 항암제와 비교하여 비해 훨씬 안전한 치료가 개발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무도 투자하지 않던 회사가 발견한 새로운 기회
현재는 림프종의 1차 치료제로 활용되는 리툭산은 원래 투자가 안되던 약이었다.[1] 림프종이라는 병 중에서도 B세포를 타겟하는 약이었기에 너무 시장이 작다고 본 투자자들은 CD20을 타겟하는 이 약이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4]
스탠퍼드 대학교 조교수였던 로날드 레비 (Ronald Levy)는 1975년 개별 환자 맞춤형 항체치료제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5] 단지 문제라면 엄청난 혁신을 통해 만들어낸 치료제가 너무나도 맞춤형이었다는 것이다. 한 환자에게 엄청난 효과가 있는 약이 바로 옆에 있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신약 허가 없이 50명의 환자가 완치되었으나, 신약으로 만들 정도로 스케일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각각 맞춤형 약을 만들어야 하기에 비용도 많이들고, 시간도 많이 들었다.[5] 이에 따라 CD20을 타겟하는 항체를 만들었는데 투자자를 찾을 수 없었다. 로날드 레비는 직접 회사를 만들고 제넨텍의 연구진을 만나서 결국 상용화를 하게 된다.[4] 이 약은 리툭산 (Rituxan, Rituximab)이다.[6]
한번 맞으면 70퍼센트의 환자에서 확실한 효과.. 왜 망했나?
1980년 CD20이라는 마커를 처음 발견한 다나 파버 연구소의 Lee Nadler는 항체치료제의 시험판을 만들어 결과를 발표하였었다.[7] 물론 이 약은 그리 효과가 좋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본 수많은 연구진은 치료제를 개발하려 했다.[8]
특히 해당 그룹에서 만든 항체 일부는 현재의 GSK라는 회사에 팔렸고, 방사성 물질을 붙여서 벡사(Bexxar, Tositumomab)라는 약이 개발되었다 (2002년 비슷한 시기에 제벌린 (Zevalin, 국내명 제바린, Ibritumomab tiuxetan, 앞의 리툭산에 방사선물질을 붙인 약이다)이란 비슷한 약물도 개발되었다). 이 약들은 한번 림프종 환자에게 주사하면 65-70퍼센트의 환자에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좋은 약이었다. CD20이라는 마커를 높게 발현하는 종양세포에 달라붙고, 방사성 물질을 통해서 암세포를 죽인다. 작은 방사선 폭탄으로 불렸던 방사선 면역 치료제.. 놀라운 방법 아닌가?[9]
전체 약물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환자의 10퍼센트도 안되는 환자만 이 약을 만날 수 있었다.[10] 그리고 이 놀라운 치료 효과의 약물은 점차 자취를 감췄다. 의사들이 처방을 해야 하는데 처방이 되지 않는 것이다.
원래 모든 약물들은 “질병”에 대한 “미충족 수요”로 개발되기에 질병이 있다면 약이 팔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가? 여러 이유가 발표되었다. 약 가격이 경쟁 제품 등에 비해 너무 비싸다. 원자력병원 같이 특수한 병원에서만 주로 치료가 가능하여 환자나 의사가 쉽게 권하기 어렵다. 새로운 종양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과는 약물이 안 팔린다는 것이었다.[11] 계속해서 약물 치료군을 확장하였고,[12] 방사선 면역치료는 표준 치료에서 아직 하나의 방법으로 남아있고 제벌린 (국내명 제바린)은 남아있긴 하지만,[1] 결국 Bexxar라는 약은 2014년 시장 철수를 하였다.[9]
결론: 모든 약은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치료법이 효과가 좋더라도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거나 의사에게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다. 이유는 그 치료법이 가지는 부작용들을 무시할 수 없다. 치료제를 투여받았는 데 암이 걸릴 확률이 증가한다거나, 치료제 자체 때문에 돌아가시는 환자분들이 생긴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쩌면 비슷한 일들은 다양한 질병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코비드19 (코로나19)의 경우에도 면역력을 얻기 위한 주사를 맞았다가 돌아가시는 분들이 계시고, 연간 전 세계 매출액 기준 1위 류머티스 관절염의 특효 치료제 (2020년 기준 약 20조 원)은 앞서 말한 “림프종”이나 다른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물론 이 휴미라는 심각한 감염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휴미라 공식 홈페이지).[13] 모든 약은 어떤 면에서는 나쁜 면도 무시할 수 없다.
정말 나쁜 면이 크다면 앞의 Bexxar처럼 회사도 약을 철수하게 된다.
치료 효과 좋은 허가 신약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면? 약을 철수하게 된다.
참고자료
1. B-Cell Lymphomas Version: 4.2021. 2021; Available from: https://www.nccn.org/.
2. Kriegstein, A. and A. Alvarez-Buylla, The Glial Nature of Embryonic and Adult Neural Stem Cells. Annual review of neuroscience, 2009. 32: p. 149-84.
3. Types of B-cell Lymphoma. January 29, 2019 [cited 2021; Available from: https://www.cancer.org/cancer/non-hodgkin-lymphoma/about/b-cell-lymphoma.html.
4. Colin, C. THE LUNCH. JUL 7, 2016; Available from: https://www.gene.com/stories/the-lunch.
5. Downey, P., Profile of Ronald Levy.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2010. 107(29): p. 12745.
6. Storz, U., Rituximab: how approval history is reflected by a corresponding patent filing strategy. MAbs, 2014. 6(4): p. 820-37.
7. Nadler, L.M. and W.C. Roberts, Lee Marshall Nadler, MD: a conversation with the editor. Proceedings (Baylor University. Medical Center), 2007. 20(4): p. 381-389.
8. Nadler, L.M., et al., Serotherapy of a patient with a monoclonal antibody directed against a human lymphoma-associated antigen. Cancer Res, 1980. 40(9): p. 3147-54.
9. 변병현. 방사면역치료 임상시험 40주년. X선생의 과학레시피 2020-01-30; Available from: https://rmwebzine.re.kr/newshome/mtnmain.php?mtnkey=articleview&mkey=scatelist&mkey2=79&aid=4069.
10. ‘Smart-bomb’ drugs for lymphoma underused. May 1, 2007, ; Available from: https://www.nbcnews.com/id/wbna18402958.
11. Wahl, R. The success and failure of radioimmunotherapy for lymphoma. 2016; Endocrine Abstracts (2016) 47 OC39 | DOI: 10.1530/endoabs.47.OC39]. Available from: https://www.endocrine-abstracts.org/ea/0047/ea0047oc39.
12. 허성렬. '벡사' 비호지킨 림프종 1차약 유망. 2005.02.04 07:30; Available from: http://www.bo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61646.
13. Before making a decision, get the facts. ©2013 AbbVie Inc.; Available from: https://www.humira.com/global/safety-side-effects#:~:text=For%20children%20and%20adults%20taking,called%20hepatosplenic%20T%2Dcell%20lymphoma.
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Mr. S (필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 필명으로 항상 궁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존재인 Mr. S를 사용하고 있다. 의학의 가장 재미있는 임상시험에 대해서 소개하기 위해 "BRIC 연재: 의학계의 Spectaculum"...
의학약학 Mr. S (2021-05-25)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31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