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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특허 없던 독약으로 수천억 원 매출을 이루는 방법

산포로 2021. 5. 4. 16:51

[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특허 없던 독약으로 수천억 원 매출을 이루는 방법

 

원 물질의 특허 없이 성공한 임상시험

한번 제대로 개발하면 기본 수백억 원을 생각하는 약물 개발, 이전에는 특허에 대한 생각이 없이 신약이 만들어지던 때가 있었다. 특히 이러한 약물은 합성한 과학자들에게는 “독약”이라고 생각되어 특허 신청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독약 중에 특허가 신청되지 않아 수많은 인류의 질병 치료를 도와준 약이 있다. 그중에 하나의 예로 “Levodopa”라는 약물은 뇌에 발생하는 파킨슨병의 증상 완화를 위해 FDA에서 허가가 된 약물이다.


독약이라서 특허는 패스, 노벨상은 OK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뇌의 필수적인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은 초창기에는 그 의학적 중요도가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런 도파민은 2가지의 거울상 이성질체가 있는데 이미 1911년 “Casimir Funk”라는 과학자에 의해 합성이 완료되었다. 당시에는 구토를 일으키기도 하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판단되어 특허를 낼 생각을 안 하였다고 한다.[1] 약 40여 년이 지난 시기 1950년 경에도 도파민은 노르에피네프린의 전구물질 정도로만 생각이 되었다.[1] 이때 도파민의 중요성을 발견한 초창기 연구자가 있었다. 

도파민의 초기 의미는 정신분열병 약물의 부작용인 운동기능 저하 (또는 약물로 인한 파킨슨병)에 대한 반대 작용을 하는 것으로 1957년 네이처지 간단한 쪽지 상태로 발표되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스웨덴 출신 연구자 Carlsson은 당시 제1저자였다).[2] 이후 지속된 연구 끝에 운동기능이 떨어지는 병으로 알려진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서 도파민이 감소된 것을 확인하게 되었고 이후 도파민 약물은 독약이나 전구물질이 아니라 파킨슨병의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게 된다.[3] 이후 도파민의 중요성을 발견한 과학자와 파킨슨병 치료제를 만들게 된 사람은 2000년과 2001년에 걸쳐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4,5]

당시 도파민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하던 Carlsson은 1960년경 영국 런던 학회에서 다시 한번 도파민이 신경전달물질이라고 발표하였으나, 학회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누구도 인정해 주지 않았다.[1]


특허 없이 약물 개발이 가능할까?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특허가 없는 약물에 대한 약은 누가 개발하게 될 것인가? 오늘날 제약회사들은 약물에 대한 특허를 핵심적 자산으로 여긴다. 물론 모든 약물에 대한 특허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약효가 있다고 확신하게 되면 이에 대한 특허를 신청하게 된다.

L-dopa는 이미 1911년경 합성과 발표가 완료된 약물이었다. 이에 따라 이 약물 구조에는 특허는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이 약물이 가진 여러가지 단점들은 특허성을 가지게 하는 다른 요소가 있었다. L-dopa는 체내 (뇌의 바깥)에서 빠르게 분해되기 때문에 이를 분해하지 못하게 하는 약물이 가능했다 (Carbidopa, benserazide).3 또한 말초신경에서 분해를 막아도 뇌신경계에서 분해가 되지 않도록 다양한 약물과의 조합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원래 우울증을 치료하려던 MAO inhibitor 등도 파킨슨병 치료에 활용된 것이다).[6]

비록 L-dopa는 특허권을 설정할 수 없지만 그것이 가진 단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특허가 나오게 되었고 이는 약물이 개발되는 원동력이 되었다.[7]

임상시험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레보도파만 쓰면 효과가 있었을까? 일반적인 용량의 초창기 경구투여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단 1961년부터 발표된 논문에서 정맥 투여한 레보도파는 파킨슨병 관련하여 좋은 효과를 보였다.[3] 그렇지만 사람들이 운동기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맥주사를 계속 넣어줘야 하는 것은 큰 문제였다.[1]

레보도파가 성공을 거두게 되는 요인 중 하나는 경구투여에 의한 효과를 극대화 한 기술 개발에 있다. 1967년 레보도파와 체내 도파민 분해 효소 억제제 (Benserazide, 이 약은 미국 FDA 승인은 못 받았다고 한다)를 같이 쓴 연구는 제약회사 로슈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고 된다.[8] 도파민에 대한 운동기능 연관성이 보고된 지 약 10년 만이다 (동물모델로 Winstar rat을 이용).[2]  이 약물 덕분에 레보도파를 경구 투여하더라도 상당량의 약물이 뇌로 전달되게 되었고, 로슈의 약물은 대성공을 거두게 된다 (마도파 2004년 2.45억 스위스 프랑, 현재 환율 기준 한화 2900억 원).[9] 이후로도 매출은 계속 증가하게 된다.[10]

흥미롭게도 인체 임상시험에서 초기 보고 중 하나를 보면, 레보도파와 함께 투여했던 탈탄산효소 억제제 약물 반응은 “임상시험 제외 환자”로 보고되었고, 해당 내용은 주요 내용이 아닌 논문 뒷부분의 discussion 부분에서 효과가 좋았다며 간단하게 논의가 된다.[11]

 

결론

많은 약들이 임상시험을 진행하지만, 그 첫 시작은 “효과 없음”일 수 있다. 레보도파의 경우에도 단일제제 경구 투여 시에는 효과가 없었다. 정맥 투여를 한다면 효과가 있었지만, 운동기능 장애를 치료한다고 정맥주사를 달고 다니는 것은 문제의 위치를 바꾼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정맥 투여를 하지 않고도 먹을 수 있는 도파민을 만들게 되니 놀라운 결과가 이뤄졌다. 물론 파킨슨병은 이후로도 여러 약물이 나왔으나 큰 발전이 없지만 (물론 뇌 심부 자극술은 새로운 돌파구이다) 다른 분야의 질병에서도 이러한 결과를 다른 방식으로 응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특허가 없던 약과 새로운 특허성이 있는 물질의 결합은 신약을 가능하게 했고 아직도 사람을 위해 널리 쓰이고 있다.

참고자료

1.    Abbott A. Levodopa: the story so far. Nature. 2010; 466(7310):S6-S7.
2.    Carlsson A, Lindqvist M, Magnusson TOR. 3,4-Dihydroxyphenylalanine and 5-Hydroxytryptophan as Reserpine Antagonists. Nature. 1957; 180(4596):1200-1200.
3.    Tolosa E, Martí MJ, Valldeoriola F, Molinuevo JL. History of levodopa and dopamine agonists in Parkinson's disease treatment. Neurology. 1998; 50(6 Suppl 6):S2-10; discussion S44-18.
4.    Knowles WS. Asymmetric Hydrogenations (Nobel Lecture).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2002; 41(12):1998-2007.
5.    Lees AJ, Tolosa E, Olanow CW. Four pioneers of L-dopa treatment: Arvid Carlsson, Oleh Hornykiewicz, George Cotzias, and Melvin Yahr. Mov Disord. 2015; 30(1):19-36.
6.    Fabbrini G, Abbruzzese G, Marconi S, Zappia M. Selegiline: a reappraisal of its role in Parkinson disease. Clin Neuropharmacol. 2012; 35(3):134-140.
7.    Bayne G. Composition and method of treating dopamine deficiency in brain tissue. Merck and Co Inc; 1970 
8.    Bartholini G, Burkard WP, Pletscher A, Bates HM. Increase of Cerebral Catecholamines caused by 3,4-Dihydroxyphenylalanine after Inhibition of Peripheral Decarboxylase. Nature. 1967; 215(5103):852-853.
9.    Roche. Annual Report 2004.
10.    Roche. Annual Report 2008. 2008.
11.    Barbeau A. Six Years of High-Level Levodopa Therapy in Severely Akinetic Parkinsonian Patients. Arch Neurol. 1976; 33(5):333-338.

 

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Mr. S (필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 필명으로 항상 궁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존재인 Mr. S를 사용하고 있다. 의학의 가장 재미있는 임상시험에 대해서 소개하기 위해 "BRIC 연재: 의학계의 Spectaculum"...

 

의학약학 Mr. S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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