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 기생충약이 암치료와 코로나19까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저와 같은 과학자도 있으시겠지만, 고통에 빠져있는 환자와 환자 가족분들이 분명 있으실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현재 나와있는 기생충약은 암치료나 코로나19에 알려진 효능이 없으니 병원에서 권고하는 치료제를 “의사가 권고하는 방법에 따라” 사용해야 함을 말씀드리고 시작하고자 한다. 언젠가 정말 효과 있는 약이 나온다면 정식으로 제약회사의 광고와 함께 나올 가능성이 많다. 그렇지만 분명 지금 있는 모든 기생충약과는 그 구조가 다를 것이다.
과학자 분들에게는, 하나의 목표로 개발된 약이 어떻게 본래 목적 외의 다양한 질환 연구에 활용이 되고 있는지 암연구와 코로나19, 특히 암연구에 초점을 맞춰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기생충약이라고 만들어졌지만 그 구조가 특정암을 치료하는데 최적화가 되는 순간이 오면, 이 약은 전혀 다른 이름과 특허와 함께 과학계를 강타하게 될 것이다.
건강과 관련된 가짜 뉴스..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펜벤다졸은 최근 각종 언론을 통해서 암치료 가능성이 있는지 설전이 벌어졌던 약물이다[1]. 이전의 나처럼 왕초보과학자였거나 (지금은 왕초보는 지난 것 같으니..), 일반인의 경우에는 펜벤다졸의 암치료 효능을 믿을만한 자료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2].
펜벤다졸에 대한 암 연구가 있나? 여러 결과들이 있다[2-4]. 그렇지만 연구의 증거가 강하지 않다. 다시 말해서 정말 암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고 인정되었다면 임상시험이 최소 인체 효과를 보기 위한 2상까지라도 진행되었을 것이다. 또한 엄청난 대형 제약회사들이 달려들어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었을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때 모든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반응했던 “포도 껍질 속의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하버드 대학교의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가 제약회사에 기술이전을 했던 물질이다.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명, 암, 심혈관질환, 인지기능 등 다양한 부분에서 효과가 “없다”고 확인되어 결국 제약회사 내에서도 개발이 취소가 된 상태이다 (최근 발행된 책 “노화의 종말 (국내 2020출판, 원서명 Lifespan)”은 과학자들에게 노화 정복의 꿈을 심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5, 6].
기생충약이던 펜벤다졸이 왜 암 연구에 이용된 적이 있는가[3]? 이러한 연구는 흔한 일상이다[7]. 약물 재목적화 (Drug repurposing)이라고 하는데, 특정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다른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연구들이 많다. 예를 들면 개발 중인 류마티스 치료제가 암연구에 활용이 되었다가 대박이 난 경우도 이런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8]. 그렇지만 대부분의 치료제들은 재목적화에 실패하고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더 결과가 나쁜 것으로 나타난다[9-11]. 잘 만들어진 임상시험을 통해서 확인되지 않는다면, 암 치료제에 대한 가능성은 가짜 뉴스에 불과하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기생충약물의 재목적화는 현재… 진행형
기생충약을 이용한 다른 질환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기생충 약물을 이용한 암 연구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적이 있지만 임상시험에서는 효과가 없어 중단된 적이 있다[12-14]. 그렇지만 다양한 그룹에서는 아직도 기생충약을 이용한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는 간암, 대장암, 그리고 뇌암도 포함된다[15-18]. 특히 2020년 9월 기준 존스홉킨스에서 소아 뇌암 환자 임상 1상을 모집 진행 중인 “메벤다졸(Mebendazole)”이라는 기생충 약물 등을 보면 아직 연구는 결론이 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으로 보인다[19].
그런데 최근 유행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 (Covid-19, Sars-CoV2)에서는 메벤다졸이라는 기생충 약물 대신 니클로사마이드 (Niclosamide)라는 약물 관련 임상시험 7개가 올라와 있다[20]. 그렇지만 2020년 10월 기준 니클로사마이드로 코로나19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도 안한 것이니 현재로서는 무리한 결과 예측은 어려울 것 같다.
기생충약 메벤다졸은 어째서 뇌암 연구에 활용되게 되었나?
사랑스럽고 귀엽던 아기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쓰러진다. 응급실에 갔더니 최우선적인 치료법은 수술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치료받고 나면 독성이 매우 강한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도 어떤 안타까운 부모에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소아 뇌암은 그 핵심 항암치료제로 빈크리스틴(Vincristine)과 카보플라틴(Carboplatin)이 포함된다[21, 22]. 이중에서 빈크리스틴은 소아뇌종양에서 특히 효과가 있는 제제로 꾸준히 사용되었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21, 23]. 이 항암제는 뇌에 잘 들어가지 않고 신경병증을 일으킨다[24-26].
빈크리스틴은 825 달턴 (Molecular weight, MW, Dalton, Da, g/mol)으로 통상적으로 뇌에 들어가기 위한 크기인 400 ~500달턴의 약 2배의 분자량을 가졌다[27-29]. 이 빈크리스틴은 국어로는 일일초(Catharanthus roseu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던 꽃에서 분리되었다. 처음에 빈크리스틴은 당뇨병을 치료하려고 개발 중이었다. 개발 도중 매우 심각한 부작용인 골수 억제 현상이 나타나는 문제에 대해 당시 연구진들은 백혈병에 치료해보면 어떨까 연구의 목적을 전환하였고, 결국 빈크리스틴은 1963년 FDA에 항암제로 승인받기에 이르렀다. 이후 계속된 연구 끝에 이 약물이 뇌에 잘 들어가지 않지만 소아 뇌암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나타났던 것이다.
빈크리스틴의 약효는 세포 분열시 꼭 필요한 미세소관 (Microtube)에 붙어서 세포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약물인데 최근 연구에서 메벤다졸이라는 이 기생충약물이 미세소관에 달라붙는 기전으로 뇌암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30]. 미세소관은 중합된 상태 (Polymerized Tubulin)와 수용성 상태 (Soluble Tubulin)로 존재하는데, 두 약물 모두에서 중합체 미세소관의 농도가 낮아지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30]!
동물모델에서의 효과는 빈크리스틴과 비교했을 때 메벤다졸에서 훨씬 좋았고, 2가지 이상의 전임상 모델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 미국에서는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 중에 있다[16, 17, 19, 30, 31]. 그렇지만 현재 임상 1상이 수년째 진행 중이며 결과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17,19].
과학자가 드리는 마지막 당부의 말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연구자의 관점과 환자나 보호자의 관점이 모두 가슴 깊이 새겨진다. 과학을 공부하는 연구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결과와 남의 연구 결과를 의심해야 한다고 배우고 들었다[32-34]. 출판되는 연구의 60% 이상은 검증이 안되거나 제약회사 수준에서 다양한 검증을 하면 결과가 양성에서 음성으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34, 35].
어쩌면 신약 연구는 임상시험 3상을 통과하는 충분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모두 세상에 없는 것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어떤 약물은 임상 3상 통과를 위한 임상시험 결과가 문제가 생겨 통과가 안된 것도 보인다. 신약이 이미 나오고 나서 문제가 생긴 것은 또 하나의 큰 이슈이다.)[8]. 세상에는 수많은 신약들이 동물모델에서는 엄청난 효과를 보이지만 사람에서는 효과가 없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잃지 않고 하루하루 꾸준히 더 나아질 방법을 찾다 보면 어떤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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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배진건, 사람을 살리는 신약개발 : Back to BASIC. 2019: 메디게이트뉴스.
의학계의 Spectaculum: 임상시험Mr. S (필명)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학 연구에 매진하는 연구자. 필명으로 항상 궁금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존재인 Mr. S를 사용하고 있다. 의학의 가장 재미있는 임상시험에 대해서 소개하기 위해 "BRIC 연재: 의학계의 Spectaculum"...
의학약학 Mr. S (2020-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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