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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가위 체내에 직접 주입해 희귀 유전질환 고친다

산포로 2022. 9. 19. 09:02

유전자가위 체내에 직접 주입해 희귀 유전질환 고친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인텔리아, 임상1상 결과 공개
 
미국 생명공학기업이 몸속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주입해 희귀 유전질환 증상을 완화하는데 성공했다고 사이언스가 16일 보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난치 유전질환 치료 해법으로 여겨지는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를 직접 몸 안에 주입해 희귀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생명공학기업 인텔리아는 크리스퍼를 혈액에 주입해 희귀 유전질환 증상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1상 연구 결과 일부를 16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브레디키닌 심포지엄 2022'에서 공개했다고 같은날 사이언스가 보도했다.

 

크리스퍼는 유전자의 특정 부위를 절단해 유전체를 교정할 수 있는 효소를 말한다. 한 번 정해지면 바꿀 수 없다고 여겨지던 유전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크리스퍼를 개발한 두 여성과학자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간 크리스퍼는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편집한 뒤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간접적 방식으로 활용돼 왔다. 정맥주사를 통해 체내의 특정 장기나 세포에 크리스퍼를 보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크리스퍼를 지질 나노입자로 감싸 환자의 혈류에 직접 주입해도 크리스퍼가 필요한 위치까지 안정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

 

인텔리아는 유전성 혈관부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했다. 유전성 혈관부종은 'C1에스터레이스' 억제제 단백질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이 단백질은 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키는 호르몬 '브래디키닌'의 활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브래디키닌 수치가 높아지며 사지와 복부, 목이 심하게 붓고 심각하면 질식사할 위험도 있다.

 

연구팀은 크리스퍼로 브래디키닌 수치를 높이는 단백질(칼리크레인)이 발현되지 않도록 관련 유전자를 제거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힐러리 롱허스트 뉴질랜드 오클랜드대 교수는 "환자 3명의 칼리크레인 수치가 8주 만에 평균 65% 감소했다"며 "한 달에 1~3번 부종이 나타나던 환자 2명은 증상이 멈췄고, 한 달에 최대 7번 부종을 겪던 환자도 10주가 지나 증상이 멈췄다"고 말했다.

 

이 결과는 유전자를 편집하기 위해 직접 크리스퍼를 전달한 두 번째 사례다. 지난해 인텔리아는 ATTR 아밀로이드증이라는 희귀 유전질환을 가진 환자에게 크리스퍼를 주입해 아밀로이드 축적으로 생기는 신경통, 저림 등 증상을 완화시켰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환자들의 증상이 최종적으로 개선됐는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롱허스트 교수는 "이번 결과로 생체 내 크리스퍼를 주입해 얻은 효과가 요행이 아니라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환자들은 이 크리스퍼 치료법이 인생을 변화시켰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인텔리아 제공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2022.09.18 1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