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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서 커진 바이오시밀러 특허 분쟁의 불씨가 유럽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처음 출범한 유럽 통합특허법원(UPC)에서도 바이오시밀러와 관련한 특허 소송이 시작됐는데, 오리지널사들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알렉시온 파마슈티컬스(Alexion Pharmaceuticals)는 지난 3월 자사 블록버스터 제품 ‘솔리리스(Soliris, 성분명 : 에쿨리주맙·eculizumab)’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 삼성바이오에피스(Samsung Bioepis)와 암젠(Amgen)을 상대로 증거보전과 제품 판매금지 등 가처분에 해당하는 임시 조치(provisional measures)를 신청했다.
알렉시온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암젠이 ‘솔리리스’와 관련해 자사의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을 치료하는 방법에 관한 ‘EP 3167888’ 특허출원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EP 3167888’은 아직 등록되지 않은 출원 상태의 발명이라는 것이다. 알렉시온은 미등록 출원발명에 근거해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UPC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알렉시온이 이처럼 미등록 출원발명까지 동원해 특허분쟁에 나선 것은 그만큼 상황이 다급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5월 유럽 집행위원회(EC)로부터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Epysqli)’를 허가받아 두 달 뒤인 같은 해 7월 현지 출시했다. 회사는 처음으로 자사의 직판망을 활용해 ‘에피스클리’를 판매했고, ‘에피스클리’는 출시 1년 만에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어섰다. 이러한 바이오시밀러 공세에 ‘솔리리스’의 점유율은 70%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연내 유럽에서 ‘솔리리스’를 처방받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PNH) 환자의 95%,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aHUS) 환자의 80%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시신경 척수염 등으로 적응증 확대도 계획 중이다.
유럽에서 ‘솔리리스’로 연간 1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던 알렉시온이 다급히 UPC에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제소한 이유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국내 바이오시밀러 업계의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는 셀트리온도 UPC에서 특허분쟁에 휘말렸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알렉시온으로부터 피소된 지 불과 1개월 만에 UPC에서 두 번째로 벌어진 바이오시밀러 특허분쟁이다.
노바티스와 제넨텍은 지난달 셀트리온을 상대로 UPC에 임시 조치를 신청했다. 셀트리온이 지난 3월 유럽의약품청(EMA)로부터 알레르기 치료 등에 쓰이는 자사 주력 항체 의약품 ‘졸레어(Xoair, 성분명 : 오말리주맙·omalizumab)’의 바이오시밀러 ‘옴리클로(Omlyclo)’에 대한 허가 권고를 받아내자 곧바로 방어전에 나선 것이다.
‘옴리클로’는 유럽에서 상용화에 성공한 첫 번째 ‘졸레어’ 바이오미실러로, 최근 유럽 집행위원회(EC)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획득해 현지 출시를 앞두고 있다. 노바티스와 제넨텍은 ‘옴리클로’가 ‘졸레어’의 제조 방법 특허인 ‘EP 3805248’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특히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가진 국내 기업이다. 이 회사가 가장 먼저 선보인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지난해 4분기 기준 유럽 주요 5개국(EU5)에서 7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정맥 주사 제형인 ‘램시마’ 단일 제품만으로 약 1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피하 주사 제형인 ‘램시마SC’는 연 매출 3000억 원을 넘어섰다.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들도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같은 기간 ‘트룩시마(맙테라 바이오시밀러, 2017년 유럽 출시)’는 24%,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 2018년 유럽 출시)는 19%, ‘유플라이마(휴미라 바이오시밀러, 2021년 유럽 출시)’는 7%, ‘베그젤마(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2022년 유럽 출시)’는 9%의 유럽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노바티스와 제넨텍 입장에서는 셀트리온의 시장 진입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옴리클로’가 유럽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등장하면서 시장 선점 효과까지 누릴 수 있게 되자 UPC를 통해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특허분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UPC의 첫 번째, 두 번째 바이오시밀러 특허분쟁 모두 우리나라 기업이 타깃이 됐다”며 “그만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입지가 커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헬스코리아뉴스(hkn24.com) 이순호 admin@hkn24.com 2024.05.29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