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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생물학을 만나다] 세상에 이런 생물이? (1편: 섬모충)

산포로 2024. 1. 10. 09:27

[우주생물학을 만나다] 세상에 이런 생물이? (1편: 섬모충)

 

그림 1. (왼쪽) Paramecium bursaria (https://thefishsite.com/) (오른쪽) Pseudoblepharisma tenue (Muñoz-Gómez, et al., 2021) [1] 

 

이번 연재 내용은 특이한 생물에 대한 내용으로 몇몇 단세포 생물에서 보고된 독특한 공생관계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고 자 합니다 (그림 1). 우주생물학 관련 연재인데 갑자기 웬 공생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해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외계 생명체가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먼 미래에 발견이 된다면 그들이 어떻게 그 행성에서 진화해 왔는지, 지구에 사는 생명체와는 어떻게 다른 지 등에 대해서 연구가 반드시 진행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구라는 행성에 서식하는 생명체들의 진화를 이해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연구 방법들이 곧 다른 행성의 생명체를 이해할 수 방법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우주생물학자들이 진화 관련 연구를 합니다. 그리고 인간과 같은 진핵생물의 탄생 및 진화는 수 십억 년 전 단세포 생물들에서 우연히 일어난 공생관계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진화를 이야기하는 데 있어 이러한 공생관계는 단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제입니다.

 

그림 2. 세포 내 공생설 (Reiter et al., 2017) [2] 

 

지구에는 공생관계를 가진 다양한 생물들이 존재합니다. 악어와 악어새, 꽃과 나비 혹은 벌, 흰동가리와 말미잘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생관계 이외에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단세포 수준에서의 다양한 공생관계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세포 수준에서의 공생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세포 내 공생설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세포 내 공생설”에 대해 설명드리려면, 우선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원핵생물이란, 세포 내에 핵막이 없는 생물이며, DNA와 같은 유전물질이 세포 내에 둥둥 떠다니는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흔히 박테리아와 같은 세균들이 여기에 포함되죠. 반면에 진핵생물이란, 막으로 이루어진 핵과 여러 세포 소기관들을 가진 세포로, 아메바나 섬모충 같은 단세포생물에서부터 인간을 포함한 대부분의 다세포 생물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이러한 진핵생물의 세포에는 여러분들께 익숙한, 세포호흡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와 광합성을 담당하는 엽록체와 같은 세포소기관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흥미롭게도, 이러한 각 각의 세포소기관들은 세포 안에 존재하는 핵과는 전혀 다른 기원의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나의 세포에 서로 다른 기원의 유전물질들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이것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가설이 바로 “세포 내 공생설”입니다 (그림 2). 태초에 진핵세포가 생겨나기 전,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바닷속에 떠다니며 생활을 하는 하나의 원핵생물들이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에 속하고 엽록체는 시아노박테리아에 속하는 박테리아였습니다. 진핵세포의 조상은 원래 세포 내 흡수를 통해 직접 영양소를 섭취해 왔는데, 그 과정에서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와 시아노박테리아도 흡수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숙주의 면역 및 소화 기작들을 피했고, 각 각의 역할들이 숙주에게 이점으로 작용해 살아남게 된 것입니다.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는 세포호흡을 통해 숙주에게 ATP라는 에너지를 공급해 주었고,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통해 숙주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주었습니다. 즉, 이러한 박테리아들은 숙주세포에게 에너지 및 영양분을 공급해 주고, 그 대신에 그들은 안전한 피난처를 제공받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공생관계가 확립된 후 수많은 시간이 흘렀고,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숙주의 핵에게 많은 유전물질들을 넘겨주게 되고 그에 따라 더 이상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포소기관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태초의 공생관계를 시작으로 지구상에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공생관계를 갖는 생명체들이 진화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해 드릴 생명체는 섬모충인 Paramecium bursaria와 Pseudoblepharisma tenue입니다 (그림 1). 섬모충은 동물성 단세포 생물 분류 군의 하나로, 물속에 서식하며 전신에 있는 섬모라는 짧은 털을 사용해서 움직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짚신벌레와 종벌레가 이러한 섬모충에 속하죠. 일반적으로 섬모충은 종속영양생물로써 미세조류나 박테리아를 먹이로 먹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P. bursaria와 P. tenue는 일반적인 섬모충과는 매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 1을 자세히 보시면,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섬모충 안에 초록색 혹은 보라색으로 이루어진 부분들을 보실 수가 있습니다. 놀랍게도, 초록색은 우리에게 익숙한 녹조류인 클로렐라이고, 보라색은 저번 보라색 지구 연재 때 등장했던 보라색 세균들입니다. (보라색 지구 편이 궁금하신 분은, 이전 내용인 “원시 지구는 초록색이 아닌 보라색이었다”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링크: https://www.ibric.org/bric/trend/bio-series.do?mode=series_view&newsArticleNo=9873342&articleNo=8882842&article.offset=0&articleLimit=10&beforeMode=series_list#!/list

 

P. bursaria 안에는 클로렐라가 서식하고, P. tenue에는 클로렐라와 보라색 세균이 서식합니다. 언뜻 보면 이 두 종의 공생체들의 역할과 생리가 비슷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매우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P. bursaria의 경우 주로 맑은 강물에 서식하며, 수중에 부유하고 있는 박테리아나 미세조류들을 섭취합니다. 동시에 숙주는 클로렐라가 광합성을 통해 합성한 영양분과 산소를 이용합니다. 반면에 P. tenue의 경우 P. bursaria와는 달리 탁한 강 아래에 있는 늪지대와 같은 무산소환경에서 주로 서식합니다. 이러한 늪지대에는 일반적인 가시광선과는 달리 투과성이 높은 적외선이 주로 존재합니다. 이러한 무산소환경에서 보라색 세균은 적외선 파장대를 흡수하는 bacteriochlorophyll-a라는 광합성색소와 물(H2O)이 아닌 황화수소(H2S)의 전자를 이용하여 무산소 광합성을 수행하고, 마찬가지로 합성된 광합성 산물을 숙주인 P. tenue에게 공급합니다. 또한, 이러한 무산소 환경에서 공생 클로렐라는 발효과정을 통해 숙주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도 합니다.

 

P. tenue에서 보라색 세균은 클로렐라보다 약 20배 많은 부피를 차지하므로, 대부분의 생리 기작은 보라색 세균을 따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클로렐라의 존재로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도 단기간 생존은 가능합니다. 이렇듯, 같은 섬모충류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공생체와 서식지를 가지고 있는 종들이 존재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섬모충 모두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자기만의 세포소기관이 있고, 보라색 세균을 제외한 클로렐라도 자기만의 핵, 미토콘드리아 그리고 엽록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유전체분석을 통해서 P. tenue안에 존재하는 보라색 세균의 많은 유전자들이 숙주에게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이러한 공생체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기능을 가진 세포소기관으로 자리 잡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예측을 벗어날 정도로 다양하고 특이한 생물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오늘 제 글을 읽기 전에, ☐☐ 산소가 없는 곳인데그곳에서 가시광선이 아닌 적외선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가 발견되었습니다!”라고 듣게 된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에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이 들어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지 않나요? 이렇듯 우리는 지구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연구하며 미래에 우리에게 찾아올 외계 생명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연재도 기대해 주세요~!

 

[출처]

 

1. Muñoz-Gómez, Sergio A., Martin Kreutz, and Sebastian Hess. "A microbial eukaryote with a unique combination of purple bacteria and green algae as endosymbionts." Science Advances 7.24 (2021): eabg4102.

 

2. Reiter, Russel J., et al. "Melatonin as a mitochondria-targeted antioxidant: one of evolution’s best ideas." Cellular and molecular life sciences 74 (2017): 3863-3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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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김동석) 등록일202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