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뇌는 어떻게 성장할까? 두뇌 발달의 ‘열쇠’ 찾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홍석준 참여교수(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뇌의 외적 정보처리와 내적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대규모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functional brain network)들이 형성되는 과정을 아이들의 뇌 영상을 성장 시기별로 분석해 최초로 밝혀냈다.
외적 정보처리와 내적 정보처리는 뇌 기능의 아주 근본적인 원리이다. 외부 세계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시각적 정보(텍스트)를 처리하는 ‘외부수용’ 기능과, 이 정보를 기반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인과관계를 더 깊이 이해(의도파악 등)하는 ‘내부모델링’ 기능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고등영장류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적절히 대응하고 생존하도록 도와주는 핵심적인 인지 역량이다. 두 정보처리를 담당하는 대규모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들은 대뇌피질에 포함되는데, 이는 뇌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뇌의 발달 과정에서 시상(thalamus)과 대뇌피질(cerebral cortex) 간 연결성은 뇌 기능 분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상은 주로 외부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중계 역할을 하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내부모델링과 같은 상위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다.
이에 연구진은 뇌의 발달 과정에서 시상이 대뇌피질의 기능적 세분화에 미치는 영향, 즉 외부 네트워크와 내부 네트워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우선, 유아기부터 성인기에 걸친 다양한 연령대의 뇌 영상 데이터에 최신 뇌 영상 분석기법을 적용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나이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 관찰했다. 또한, 유전체 분석으로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뇌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발현과 관련 있는지 살폈다.
그 결과,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은 뇌 발달 초기 단계와 이후 단계에서 다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유아기에는 시상과 감각 정보를 전달하는 대뇌피질 영역(감각 운동 네트워크) 간 연결성이 뚜렷하고 뇌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현됐다. 하지만 성인기로 넘어가면서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와의 연결성이 주축이 돼 외부수용성과 내부모델링 시스템이 분리됐다. 이는 구분된 각 시스템이 서로 명확히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어 기능적 세분화가 일어났다는 의미이다.
또한, 연구진은 발달 시뮬레이션으로 시상-대뇌피질 연결성과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 형성 간 인과관계에 대한 가설을 검증했다. 시뮬레이션하는 동안 시상-대뇌피질 연결 규칙(wiring rule)을 임의로 교란(조절)하니 내·외부 네트워크 간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이는 횡·종단적 데이터 분석에서도 확인 가능함을 함축적으로 의미한다.
동시에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뇌 발달 곡선도 추적 조사했다. 성숙한 두뇌의 주요 특징은 기능적 분리와 감각-연합 축(sensory-association axis)의 발달인데,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이에 기여함을 알아냈다. 그중에서도 특히 12~18세 사이에 크게 기여해, 두뇌 발달에 어느 시기가 가장 중요한지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내·외적 정보처리 과정을 담당하는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의 초기 형성과 발달에 기초 틀을 제공한다는 것을 처음 밝혔다. 이는 뇌 발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대뇌피질의 기능적 세분화가 뇌 질환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홍석준 교수는 “태아의 뇌가 형성될 때 시상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태어난 이후에도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의 발달에 영향을 미침을 밝혀냈다”며, “이를 통해 내·외적 시스템 발달 부진으로 나타나는 자폐, 조현병 등 다양한 뇌 질환의 기전을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 온라인판에 6월 10일 게재됐다.
논문/저널/저자
A shifting role of thalamocortical connectivity in the emergence of cortical functional organization / Nature Neuroscience (2024)
Shinwon Park, Koen V. Haak, Stuart Oldham, Hanbyul Cho, Kyoungseob Byeon, Bo-yong Park, Phoebe Thomson, Haitao Chen, Wei Gao, Ting Xu, Sofie Valk, Michael P. Milham, Boris Bernhardt, Adriana Di Martino, Seok-Jun Hong
연구내용 보충설명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의 변화가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 형성에 미치는 영향
연구 배경: 인간의 뇌는 태어나면서 성숙해지는 동안 복잡한 발달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시상과 대뇌피질 간 연결성은 뇌 기능의 전문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 연구에서는 시상이 주로 감각 정보처리의 중계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상위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러한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어떻게 변화하고, 이 변화가 기능적 전뇌 네트워크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다양한 연령대의 공개 데이터 세트와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활용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을 분석했다. 특히, 생성 네트워크 모델을 사용한 발달 시뮬레이션을 통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두뇌 기능적 특징을 어떻게 발달시키는지 조사했다.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시상이 태아기뿐만 아니라 태어난 이후에도 두뇌 기능적 세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 이야기
[연구 과정]
이번 연구는 "감각 정보처리부터 상위인지기능까지 다양하게 담당하는 뇌의 기능적 네트워크는 어떻게 발달하는가?"에 답하고자 시작됐다. 연구팀은 유아기부터 청소년기, 성인기에 이르는 다양한 연령대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최신 뇌 영상 분석기법을 활용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의 변화를 분석했다. 또한, 유전자 발현 데이터를 활용해 이러한 연결의 생물학적 기초를 조사하고, 생성 네트워크 모델을 사용해 두뇌의 주요 기능적 특징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분석했다. 여러 국제적 연구팀이 참여한 이번 연구는 협력의 결과로 더욱 풍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어려웠던 점]
이번 연구에서는 몇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야 했다.
첫째, 유아기 뇌와 아동-성인기 뇌는 발달 수준이 크게 달라 두 시기를 어떻게 비교할지 공통적인 기준을 정하는 게 매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고자 성인의 뇌에서 잘 알려진 기능적 네트워크 지도를 공통 준거 모델로 사용했지만, 유아기 뇌에 맞춰진 아틀라스(뇌의 기능적 영역을 지도로 만든 것)도 추가로 사용해 결과의 공고함을 증명했다.
둘째, 뇌 영상 분석 및 계산 모델링 결과가 재현 가능(replicability)하고 다양한 후처리 조건에서도 결과가 유지되는지(robustness) 확인하고자 추가적인 데이터 세트와 여러 민감도 분석을 진행했다. 즉, 메인 데이터 세트에서 나온 결과가 다른 독립적인 데이터 세트에서 재현이 되는 것을 확인해 결과의 신뢰성을 높였다.
셋째,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하고자 여러 통제 민감도 분석과 종단적(한 개인을 여러 시점에서 반복해서 수집된) 데이터 세트를 추가로 분석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연구결과가 단순한 상관관계가 아니라 실제 인과관계를 반영하는지 확인했다.
넷째, 유아기의 데이터는 수면 상태에서, 아동기-성인기의 데이터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수집돼 이러한 각성 상태의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추가적인 분석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데이터 세트를 통해 수면 및 깨어 있는 상태에서 얻은 개인별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이번 연구결과가 각성 상태의 차이 때문이 아닌 실제 발달을 반영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성과 차별점]
이번 연구는 기존의 단순한 뇌 구조적 분석을 넘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두뇌의 기능적 네트워크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다. 특히, 시상-대뇌피질 연결이 대규모 기능적 네트워크들의 외부-내부 축의 구분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밝혀냈다. 또한, 태아기뿐만 아니라 생후 초기부터 성인기까지 시상이 두뇌 기능적 세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뇌 발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며, 뇌 기능적 네트워크의 분리와 세분화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다.
[향후 연구계획]
이번 연구를 통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두뇌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이러한 연결성이 개인의 인지 발달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시상-대뇌피질 연결성이 자폐 아동의 발달 과정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이러한 변화가 임상 증상 및 인지 기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연구할 예정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임상 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두뇌 발달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더욱 명확히 규명하고 발달장애의 조기 진단 및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기여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시상과 대뇌피질의 연결성뿐만 아니라 다른 피질하 구조인 소뇌(cerebellum)와 선조체(striatum) 등으로 관심 영역(region of interest)을 확장해 시스템 신경과학(systems neuroscience)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이러한 접근으로 두뇌의 다양한 부분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발달하는지를 더욱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전체적인 두뇌 네트워크의 발달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이는 발달장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경정신질환의 이해와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

[그림 1] 시상 연결지도와 신피질 투사지도 [사진=기초과학연구원]
시상 연결지도와 신피질 투사지도로 뇌 발달 단계에 따른 연결성의 변화를 보여준다. (a)에서는 유아기(29~44주)의 시상 연결지도 1, 2와 신피질 투사지도 1, 2가 감각 운동 네트워크의 초기 분화를 나타낸다. (b)에서는 어린이와 성인 초기(8~22세)의 지도를 보여주며, 현저성 네트워크(salience network)와의 연결성 확립 및 외부지향 시스템과 내부지향 시스템 간의 구분을 보여준다. 이는 각 신피질 투사지도의 파란색 영역의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지도 1의 경우 외부지향 네트워크를, 지도 1의 경우 내부지향 네트워크를 나타낸다. 각 신피질 투사지도 옆 상자 그림에서는 대뇌피질을 7개의 주요 기능적 네트워크로 구분한 뇌 지도인 ‘Yeo-Krienan 7 네트워크 아틀라스’를 기반으로 신피질 투사지도의 값을 정렬했다. (c)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기의 신피질 투사지도에서 도출된 내외부 축의 구분을 도식화해 현저성 네트워크의 중요한 역할을 보여준다.

[그림 2] 발달 시뮬레이션 기반 네트워크 모델의 교란 [사진=기초과학연구원]
(a) 발달 연령에 따라 변화하는 시상-현저성 네트워크 연결성 규칙을 기반으로 한 발달 시뮬레이션 모델을 보여준다. 네 가지 교란 모델을 테스트했는데 이는 각각 8~12세, 12~18세, 18~22세 및 모든 연령 그룹의 연결 규칙에 교란을 적용한 모델로, 교란이 없는 모델과 비교했다.
(b) 각 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대한 분리 지수(현저성-외부, 현저성-내부)를 계산했으며, 교란이 없는 모델과 비교한 차이를 백분율로 표시했다.
(c) 각 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에서 추출한 대뇌피질 그라디언트(gradient)는 이러한 교란이 뇌 연결성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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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기초과학연구원) 등록일20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