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결산]올 한해 과학기술자의 삶은 어땠습니까?
올해 연구현장 최고의 화두는 '콘트롤타워'
모바일 혁명, 과학계 '각성시킨' 자극 큰반향
원자력 뜨고 우주는 울상…'거대 성과창출 부족' 자성
"전체 과학계를 되돌아보면 국민들을 감동시킬만한 거대 연구성과가 너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나로호도 실패했고...기초·응용 분야 모두 큰 성과가 보이질 않았던 것은 우리 과학계가 각성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년은 큰 성과가 이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빡빡했죠. 계속 흔들렸으니...신경 안쓰면 되지만 내 연구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신경 안쓸 수 없었죠. 출연연 구조개편으로 요구하는게 많았는데, 그다지 신명나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2010년 과학기술계는 어땠습니까? 올 한해의 생활은 만족할 만 했습니까? 무엇인가를 얻은 한해였는지요?
해가 가기 전에 잠시 멈춰 연구현장 과학기술인들에게 올 한해 삶을 돌아보는 질문을 던졌다. 연구원들의 입으로 올 한해 과학기술자들의 삶을 되짚어봤다.
◆ 과학기술계 최대 이슈 '국과위 강화', 그리고 출연연 개편
"올 한해 과학자로 산다는 재미가 별로 없었어요. 내 연구소가 어떻게 변할지, 또 과거 과학기술부같은 콘트롤타워가 다시 생겨나는 과정에서 많이 혼란스러웠던게 사실이죠. 다행히 해결의 실마리가 서서히 풀려나가 조금씩 안심이 됩니다. 아무쪼록 국과위나 출연연 개편이 잘 추진되길 기원하는 마음입니다."
전반적으로 2010년 과학기술인들의 삶은 유독 과학계 콘트롤타워와 연구소 구조개편 이슈 등으로 술렁였던 일들이 많았다. MB정권이 들어선 이후 끊이지 않았던 화두였고, 지난해 이어 여전히 이 문제로 연구현장에는 찬바람이 불었다.
과학기술계가 요즘 씨름하고 있는 주제도 국과위 체제 구성과 출연연 선진화 방안이다. 최근 국과위 관련 법안이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연구현장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가 짙다. 오랜 숙원이었던 과학기술 전담 R&D콘트롤타워를 부활시켰기 때문이다.
현재 연구현장에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화두는 출연연 개편. 출연연 개편 관련 소식에 현장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전에는 출연연 개편 논의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없어지겠지'하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국과위법 통과 등으로 출연연 개편 실현 가능성에 다시 무게를 두고 지켜보는 양상이다.
ETRI의 K 박사는 "올해 한 해를 돌이켜 보면 국과위나 출연연 개편에 현장에서는 말이 많았다"면서 "출연연의 국과위 소속화 등 몇가지 문제점이 남아있긴 하지만 한 번 할 때 제대로 정리됐으면 한다"고 염원했다.
◆ 실질적 생활의 변화-스마트폰과 SNS 열풍
"나의 하루는 트위터와 함께 시작됩니다. 눈을 뜨자마자 트위터에 올라와 있는 정보들을 훑습니다. 이제 페이스북에도 재미를 들였죠."
스마트폰과 SNS 열풍은 과학기술인들의 삶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PC가 처음 보급될 때처럼 과학자들은 스마트폰에 신기해 했다. 연구현장에서도 급속도로 모바일 열풍이 번져 나갔다.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연구생활을 효율화시키는 다양한 방법이 과학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갔다. 과학기술자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라이프 테크닉으로 자리잡은 모습이다.
지금도 여전히 시간과 장소를 넘나드는 스마트폰의 매력은 과학기술인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2011년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의 확산은 과학기술인들의 삶 속 깊숙히 더 빠르고 더 넓게 전파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올해의 모바일 혁명은 과학기술계에 적지 않은 자극을 선사했다. 모바일 산업의 신기술 트렌드를 한국이 창출해 나가야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의 기술 이노베이터들이 집중된 대덕특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그런 가운데 적지 않은 연구기관들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붐에 힘입어 높은 담장 허물기에 도전하고 있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를 통해 과학계 동향이나 연구원 소식, 일반인들이 알아야 할 과학 상식 퀴즈 등 각종 이벤트를 펼치며 대중들과 호흡하기 시작했다.
◆ 각성과 도전 - 원자력 뜨고, 우주는 울상…국민 감동 연구성과 부족 아쉬움도
과학기술자들의 삶을 논하면서 주요 연구성과를 거론하지 않으면 이야기 전개가 어렵다. 2010년 한해를 돌아보면서 연구자들은 원자력이 뜨고, 우주는 울상을 지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말 힘들어도 이렇게 어려울지는 몰랐죠. 거대한 화염과 함께 위로 힘차게 올라가는 나로호 2차 발사를 지켜보며 '이번에는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패해서 많이 안타까워 했죠."
나로호 발사의 추억은 과학기술인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나로호가 성공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전체 과학기술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내년 3차 발사를 앞둔 상황에서 현장의 대부분 과학자들은 '실패도 용인될 수 있는 문화가 길러져야 한다' '나로호가 실패 문화를 선도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패를 통해 성공할 수 있는 키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등 희망의 목소리를 부르짖고 있다.
일각에서는 나로호 프로젝트를 제외하고 국가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에 감동을 줄만한 거대 연구성과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들렸다. 거대 연구성과 창출을 위해 과학자들 자구 노력과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런 가운데 올 한해를 돌이켜 보면 그나마 원자력이 큰 성과들을 달성해 국민들로부터 힘을 받았다. 완전한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 분위기로 접어들고 있다.
UAE 원전수출에 이어 후속 원자력 발전소 수출 가능성에 원자력계 뿐만 아니라 국가가 들썩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요르단 연구용 원자로 수출 소식도 과학기술인들의 큰 자랑거리가 됐다. 원자력 관련 연구·안전·통제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지원책이 강구되고 있고, 원자력 발전 활성화를 위한 국민들의 인식이 몰라보게 개선되면서 당분간 원자력의 중흥 시대가 펼쳐질 전망이다.
최근 원자력연 원장으로 취임한 정연호 박사의 "한국이 지금 원자력 시대라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는 말 한마디에서 국가의 밝은 미래가 느껴진다.
과학기술계 한 원로는 "2010년 한해를 돌아보면 여러 문제들로 소모전이 많았던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과학계가 공동의 이슈를 놓고 함께 많이 고민했던 시기가 아니였다 싶다"며 "앞으로 중요한 과학계 이슈들을 과학계 스스로 힘을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하며, 국민들로부터 거대 연구성과를 많이 선보이는 저력을 과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요셉, 임은희 기자> joesmy@HelloDD.com 트위터 : @ssebiU 2010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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