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틀신반] Episode #20 - 지난여름, 갑자기 (Suddenly, last summer)
Episode #20
“지난여름, 갑자기 (Suddenly, last summer)” - 전두엽 뇌 절제술
‘안전한 시술법이라 믿었던…,’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Suddenly,_Last_Summer_(film)
이번 연재에서는 최신이 아닌 과거로 돌아가서, 그 당시에는 많은 이목을 끌었던, 시술법이며, 지금은 거의 금기시된 신경학적 수술법을 소재로 다루고자 한다. 바로, 전두엽 절제술, 이 수술법은 1959년 영화의 소재로 사용되었었다. 도무지 설명할 수 없고, 치료가 불가했던 사람들에게 시행되었다는 이 수술은 현재 금기시되어있다. 영화 ‘지난 여름, 갑자기’는 당시 유명한 여배우였던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주연을 맡았다. 상당히 오래된 영화로, EBS에서 한번 소개를 했던 것이 오래전 기억에 남는다.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공포영화 같은 끔찍한 수술법으로 머릿속에 각인이 되어있었고, 대학과 대학원을 거쳐 신경과학이라는 지식을 쌓으면서, 단순히 끔찍한 수술법이 노벨상도 받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폭력성을 없애기 위한 뇌 절제술'
잘나가던 신경외과 의사인 쿠르로비츠 박사는 재정난을 겪고, 병원을 시골로 옮길 생각을 하는 와중에 베너블 부인으로부터 갑자기 집으로 와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부인의 조카인 캐서린이 정신 병원에서 퇴원한지 얼마 안 되었는데,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갑자기 폭력적이 되는 등 정서가 불안정한 상태를 보인다. 결국, 부인은 박사에게 캐서린의 뇌 수술을 해달라고 부탁하고, 그 대가로 병원에 막대한 기부를 하겠다고 제안한다.
전두엽 절제술은 인간의 뇌 부위 중에서 전두엽 부분을 제거하는 시술법을 의미한다. 19세기 말에 치료도 안되고, 폭력성이 너무 강해 통제가 힘든 중증 정신병 환자들에게 대체 치료법으로 시행된 시술이다. 전두엽을 타겟으로 시술을 하다 보니, 뚜렷한 부작용으로 사고 기능과 지각력이 심각하게 손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폭력성이 치료가 되는 효과를 보여서, 이 점을 크게 인정받아 노벨생리학/의학상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 후에 뇌 손상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지금은 엄격히 제한되었다 (그림1).
전두엽 절제술이라는 용어는 전전두엽 절재술 (prefrontal lobotomy)의 잘못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전전두엽 절개술에서는 뇌엽을 절제(잘라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절개한다. 또한 절개하는 뇌엽은 전두엽이 아니라 전전두엽이다. 전두엽 절제술 (frontal lobectomy)이라는 수술도 있지만, 중증 뇌전증 환자에게 시술하는 신경과 수술이며, 영화에서 다뤄지는 정신과 수술인 전전두엽 절개술과는 무관하다.
‘전두엽 절제술의 시초'
전두엽 절제술이라는 시술 자체는 1890년 Gottlieb Burckhardt가 처음 고안했다. 1891년까지 약 50%의 성공률을 보였으나, 환자들이 시술 중에 사망 또는 시술 후 이유 없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아서 금지되었다 (그림2).
1952년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에가쉬 박사는 현대적 의미의 전두엽 절제술을 최초로 선보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어떠한 치료로도 증세가 완화되지 않던 중증 정신병환자들을 얌전하게 만드는 결과를 이 수술을 통해 얻자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49년 노벨 의학상이 수여되었다 (그림2).
하지만, 전두엽 절제술이 계속 널리 퍼지고, 많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이 진행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심각한 정신병 증세는 확실하게 치료된 듯 보이나, 환자들이 마치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되었다고 호소했다. 환자들은 전체적으로 생활의 의욕을 잃고,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거나, 감정을 표현 또는 통제하는 데에 실패했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194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최소 수만에서 수십만의 환자들이 정신병원에서 전두엽 절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많은 환자 중에는 유명인사도 있었는데,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의 여동생 로즈마리 케네디와 폴란드 출신의 바이올린 신동 요제프 하시드가 있다. 로즈마리는 시술 후, 가족조차 못 알아보는 폐인이 되었고, 요제프는 전두엽 절제술을 받고 후유증으로 어린 나이에 요절했다. 수많은 부작용 보고가 있지만, 사실 전두엽 절제로 인해 환자의 인지/사고 능력의 상실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전전두엽은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고차원적인 사고를 담당하고, 인지능력과 감정공유 능력을 관장한다. 따라서, 전두엽을 절제하는 수술을 뇌 능력의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초기의 전두엽 절제술은 알코올을 머리에 부어 넣어 괴사를 유도하는 방법이었다. 이 당시 의사들은 두개골 안쪽에 구멍을 뚫어 에탈올을 주사해 신경섬유를 괴사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고, 그 들은 이런 방법이 전두엽의 기능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림3).
‘경안 전두엽 절제술 (Transorbital Frontal lobotomy)’
이후 보다 안전하다고 믿는 전두엽 절제술이 등장하는데,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그 안으로 얼음송곳을 박은 다음 전두엽을 파괴시키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이후 대부분의 전두엽 절제술을 의미하게 된다 (그림4). 하지만, 여전히 위험천만한 시술법이며, 전두엽 절제술 후에 회복되는 환자 그리고 증상이 완화된 환자의 숫자가 경미하게 낮았다. 초기의 방법보다는 많이 안전하다 볼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큰 부작용이 존재한다.
현대 의학에서는 과거에 행해진 이물질을 넣어서 전두엽을 파괴하는 방법이 아닌, 병의 증상을 야기시키는 특정 뇌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정확하게 제거하는 외과 수술법을 사용한다. 가장 큰 목적은 수술법을 통해서 정신병을 치료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특정 뇌 부위의 제거 수술은 간질 환자들 중 아주 심각한 경우에 적용된다. 간질은 뇌전증이라 불리며, 병의 특성상, 발작을 일으키는 뇌 부위가 특정 뇌파를 일으킨다. 따라서, 그 뇌 부위만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면, 간질 발작을 일으키는 뇌파를 제거할 수 있게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수술 실패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심각한 환자 중에서도 뇌전증으로 인한 사망이 확실한 수준일 때만 제안된다. 뇌전증 뿐만 아니라, 교모세포종과 같은 뇌암, 악성 뇌종양이 생긴 경우 전두엽 절제술을 고려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두엽 뇌절제술은 사람의 본성과 인지능력 자체에 영향을 크게 주다 보니 폐인이 될 가능성이 항상 남아있다 (그림5).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의 전두엽 절제술을 통해 의사들과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기능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Loss of function의 관점에서 전두엽의 주요 역할과 해마의 존재를 함께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신경과학의 흑역사라고 불리는 수술법이지만, 그를 통해 과학의 발전이 함께 되었다는 역사적 가치도 함께 존재한다. 이번 연재에서는 기존의 영화들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신경과학기술 또는 잘 알려진 정신적 질병 모델이 아닌, 과학의 역사를 잠깐 돌아보는 시간도 중요하다 생각되어, 1950년대의 영화 ‘지난 여름, 갑자기'를 소재로 사용하였다.
출처:
https://namu.wiki/w/%EC%A0%84%EB%91%90%EC%97%BD%20%EC%A0%88%EC%A0%9C%EC%88%A0#fn-5
https://ko.wikipedia.org/wiki/%EB%87%8C%EC%97%BD_%EC%A0%88%EC%A0%9C%EC%88%A0
http://www.astronomer.rocks/news/articleView.html?idxno=82004
Fairchild, G., Hawes, D. J., Frick, P. J., Copeland, W. E., Odgers, C. L., Franke, B., ... & De Brito, S. A. (2019). Conduct disorder. Nature Reviews Disease Primers, 5(1),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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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3250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