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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불사' 해파리… 혹시 인간도?

산포로 2009. 2. 4. 11:04

[사이언스 in 뉴스] '영생불사' 해파리… 혹시 인간도?
늙었다가 다시 어려지는 비밀은 '교차분화'
몸 뒤집히며 촉수·몸이 전혀 다른 세포로…
인간도 줄기세포의 분화·되돌림 이용해
늙고 병든 세포를 젊게 하고자 노력 중 

 

 

불멸(不滅)의 해파리가 전 세계 바다로 퍼져가고 있다는 최근 뉴스가 큰 화제였다. 다 자란 해파리가 환경이 나빠지면 다시 어린 개체로 돌아가 성장 과정을 되풀이하며, 다른 동물에 잡아 먹히지 않는 한 이 과정을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 해파리는 영생불사(永生不死)할 수 있을까. 사람도 이처럼 늙었다가 다시 젊어질 수 없을까.

 

◆유성생식 포기하고 젊음 되찾아

 

최근 해외 언론들이 보도한 '영생' 해파리는 열대 바다에서 자라는 몸 길이 4~5m의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Turritopsis Nutricula)다. 1990년대 이탈리아 과학자들은 이 해파리가 성적(性的)으로 성숙해 바다를 떠다니다가 환경이 나빠지면 다시 바다 밑 바닥에 붙어사는 초기 상태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언론들은 선박이 균형을 잡기 위해 밑바닥에 담는 물에 이 해파리가 들어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통 해파리는 무성(無性)생식과 유성(有性)생식을 번갈아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해파리는 우산 같은 몸통에 머리카락처럼 촉수를 아래로 드리우고 바다를 떠다닌다. 이때를 메두사(medusa)라고 한다. 그리스신화에서 머리카락이 뱀인 메두사와 비슷하다고 붙인 이름이다.

 

암컷과 수컷 메두사는 정자와 난자를 분비해 알을 만들고 죽는다. 알은 자라나 관 모양의 폴립(polyp)이 되고 이내 바다 밑에 달라붙어 군집을 이룬다. 폴립에서 메두사가 되는 과정은 무성생식이다. 폴립이 둘로 쪼개지면서 군집에서 떨어져 나가고 이것이 자라 메두사가 된다.

 

하지만 누트리큘라는 메두사가 다시 폴립으로 바뀌는 과정을 밟는다. 먼저 메두사의 우산모양 관이 뒤집어진다. 이후 촉수들과 바깥쪽 세포들이 몸 안으로 흡수된다. 이 상태에서 바다 밑에 달라붙어 새로운 폴립이 된다. 유성생식을 포기하는 대신 죽지 않고 젊어진 것이다.

 

◆줄기세포에서도 비슷한 현상 발견

 

이탈리아 연구진은 영생불사의 비밀을 '교차분화(transdifferentiation)'라고 설명했다. 즉 메두사의 세포가 전혀 다른 폴립 세포로 바뀌는 현상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해파리의 교차분화가 일어나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교차분화는 사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인 골수세포는 각종 혈액세포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최근 골수세포로 다른 종류의 세포를 만들어 병든 세포를 대체하는 세포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는 "이를테면 골수줄기세포를 뽑아내 신경세포로 자라게 하고 이를 손상된 신경조직에 주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A세포가 전혀 다른 B세포로 바뀐 것이니 교차분화다.

 

복제배아줄기세포의 대안으로 떠오른 역분화도 비슷하다. 일본과 미국 연구진들은 다자란 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상태로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렸다고 해서 역분화로 불린다. 이렇게 하면 윤리적 논란이 있는 복제를 거치지 않고도 환자의 세포로 치료용 배아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 최근 하버드대 연구진은 아예 줄기세포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한 세포를 다른 세포로 역분화시키기도 했다.

 

결국 줄기세포의 교차분화, 역분화를 이용한 세포치료는 늙고 병든 세포를 젊은 세포로 바꾸는 과정이다. 해파리처럼 몸 전체가 아니지만 최소한 세포 일부는 다시 젊어지니 세포 단위의 영생불사는 가능한 셈이다.
 
◆수명 10배 늘릴 기적의 호르몬

 

불멸은 더 이상 늙지 않는 방식으로도 이룰 수 있다. 진시황이 그토록 바랐던 일이다. 국내 연구진은 동물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2005년 연세대 생화학과 백융기 교수팀은 길이 1㎜의 선충에서 수명연장호르몬인 '다우몬'을 발견, 네이처지에 발표했다.

 

선충은 약 14일 동안 산다. 하지만 수가 많아지거나 열, 오염 등의 환경스트레스에 처하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휴면 상태에 들어가 140여일까지도 살 수 있다. 연구진은 다우몬이 이런 휴면상태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백 교수는 "최근 인체에서 다우몬과 유사한 형태의 호르몬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찾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인체에서도 같은 현상이 가능한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입력 : 2009.02.03 03:30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2/02/20090202016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