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확산하는 코로나19 변이체, 알려진 것과 아직 모르는 것들
이달 들어 영국을 중심으로 돌연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유럽 등 각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이 코로나19 변이체 이름은 ‘VUI-202012/01’로 명명됐다. 이미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캐나다, 인도, 홍콩 등 해외 40개국 이상이 영국과 연결되는 항공편을 통한 입국을 금지했고 프랑스는 21일 0시부터 48시간 동안 영국에서 들어오는 화물차, 화물선 등 모든 수송 수단의 입국을 차단했다. 영국 내부에서는 런던과 잉글랜드 남동부와 동부지역에서 새 변이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자 20일부터 4단계 봉쇄조치를 시행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는 조치지만, 학자들은 변이체의 높은 전파력과 기존 백신이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 새로운 변이체 출현으로 더 강한 변종이 출현했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BBC와 CNN을 비롯한 주요 외신은 현재까지 확보된 연구 자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하고 있다.
노믹스UK 컨소시엄(COG-UK)에 따르면 새 변이체는 올해 9월 영국 켄트시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처음 발견됐다. 현재까지 23군데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견됐으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투할 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에서는 8개의 변이가 나타났다.
돌연변이가 나타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한 감염자 몸 안에서 장기간 생존하면서 돌연변이를 일으켰거나 동물 안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났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앤드류 램버트 영국 에든버러대 분자진화,계통학 및 역학과 교수는 “면역력이 약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만성적으로 감염된 사람 안에서 진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가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몇몇 과학자들은 앞서 밍크 사례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 몸 안에서 새로운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다시 사람에게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감염성 높지만 다른 확산 속도 빠른 건 다른 이유일수 있어
패트릭 발랜스 영국 수석 과학 고문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변이체의 감염자가 11월 중순 영국에서 발생한 확진자 수의 약 26%를 차지했다”며 "12월 둘째 주 런던에서 발생한 확진자의 60%가 이 변종에 감염됐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수많은 돌연변이가 감염성을 70%까지 높였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의 감염병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자문기구인 신규 호흡기 바이러스 위협 자문그룹(NERVTAG)은 18일 새 변이체의 게놈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변이체의 전파력이 다른 바이러스보다 평균 71% 빨리 전파된다고 밝혔다. 닐 퍼거슨 임페리얼컬리지런던 보건대학 교수 역시 변이체가 다른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감염률이 50~70% 높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변이체의 감염자 비율이 높아진 것이 감염력이 높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뉴욕타임즈가 21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몇몇 연구자들은 단순히 ‘운’이 좋아 더 널리 퍼졌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이체가 혼잡한 도시에서 처음 나타나 빠르게 확산됐거나 해당 도시의 방역 대책이 미흡해 많은 사람이 감염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새 변이체는 북아일랜드를 제외환 영국 전역에 많이 퍼졌고 런던과 남동부에서 특히 많이 확산됐다. 전 세계 바이러스 샘플의 유전자 코드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국제 게놈연구프로젝트 ‘넥스트스트레인’이 이달 20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덴마크, 호주, 네덜란드에서 나타났다. 남아프리카에서 나타난 변이체는 돌연변이 중 일부가 비슷하지만 영국 변이체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기존 코로나19 백신 효과 영향 여부 지켜봐야
현재 미국, 영국에서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해 기능을 무력화시키는 항체를 생성한다. 새 변이체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생겨 항체의 결합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단일 단백질에 대해 여러 항체를 생성하기 때문에 새 변이체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에 변이를 일으켜도 여전히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CNN이 21일 보드한 바에 따르면 미국 월터리드육군연구소 연구원들이 새 변이체의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 변화를 분석하고 있다. 월터리드육군연구소 관계자는 현재 접종 중인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효과 여부를 며칠 안으로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넬슨 마이클 월터리드육군연구소 전염병연구센터 소장은 "바이러스에 큰 변이가 일어나면 백신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항상 있다"면서도 "과학자들은 현재 개발된 백신이 새 변이체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확한 사실은 누구도 모르므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com) 김우현 기자 mnchoo@donga.com 2020.12.22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