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주제가 달라졌던 경험담] 연구 분야의 변경은 곧 연구의 확장 (부제: 박사 진학 및 연구 주제 선정) ②
[다른 연구실로의 박사 과정 진학 결정]
글쓴이는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다른 학교의 다른 연구실로 박사 과정을 진학하였다. 석사 졸업을 준비하면서 이미 제1저자로 연구한 SCI 논문 한 편이 게재되어 있었고, 실험이 마무리되어 리비전 중인 논문도 한 편 있었다. 석사 지도 교수님의 권유로 통합과정 변경도 가능하였고, 빠른 시기에 박사 졸업의 자격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실에서의 박사 과정생들의 연구 주제는 생화학적인 요소들이 많이 있었고, 글쓴이는 면역학적인 요소의 연구를 배우고 실험을 진행하고 싶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다. 석사 과정을 통해 얕게나마 암세포의 성장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우리 체내의 면역세포들의 면역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싶었다(아래 이미지). 저널클럽(연구자 개인의 연구 주제와 관련된 논문을 공부하여, 실험실원들과 논의를 통해 연구의 폭을 넓히는 미팅 시간)을 통해 발표하는 면역학 연구를 읽다 보면, 필수적인 실험이 “동물 실험”이었다. 동물 실험의 결과로 연구의 신빙성이 대폭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글쓴이도 이런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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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설명: 면역계의 대표적인 항원제시세포 (APC)인 수지상세포가 암이 분비하는 종양 항원을 인식하여 T 세포를 활성화하면 이 T 세포가 종양 항원을 기억하여 암을 공격한다.
이미지 출처: https://www.sitcancer.org/clinician/resources/melanoma/immune-system
[박사 학위를 위한 연구 주제 선정 1 – 연구실 재료 및 석사과정 연구]
1화에서 이야기했듯이, 석사 과정의 연구 주제는 교수님이나 선배에게 부여받는 경우가 많다면, 박사 과정의 연구 주제는 본인이 직접 생각해서 제안하고 적절한 주제를 선정해 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맨 땅에 헤딩’ 하듯, 아무 바탕 없이 연구 주제를 디자인하는 것은 아니다.
글쓴이의 경우를 설명하자면, 박사 과정의 첫 한 달 정도는 "탐색기" 및 "적응기"를 가졌던 것 같다. 박사 지도 교수님께서 연구실 선배들이 출판한 논문들과 연구실에서 보유하고 있는 재료들(예를 들어, cytokine, chemical, antibody, inhibitor, mouse model 등)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한 달 정도의 랩미팅을 통해 연구실원들의 연구 내용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글쓴이의 첫 랩미팅 발표 시간에 석사 과정의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면서 “때 지난 석사 디펜스”를 한번 더 했었다. 이렇게 나의 연구 배경과 연구실의 연구 배경을 모두 파악한 후에 연구 주제를 본격적으로 디자인했었다. 체내의 면역 정보를 기억하는 T 세포에 관심이 많아서 선택한 연구실이다 보니 다양한 질병 모델에서의 T 세포에 대한 분극화(polarization or differentiation)에 초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때마침 석사 과정 때 연구실 박사님과 박사과정 선배들의 연구에서 cytokine 효과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었기에 주재료로 cytokine을 제안했었다. 그렇게 선정한 박사과정 첫 연구 주제는 “IL-33 (cytokine)에 의한 면역 환경에서의 T 세포 분극화” 가 되었다. 암세포주(cancer cell line)를 가지고 세포 실험(in vitro)을 했던 석사 과정과는 다르게, 마우스에서 분리한 primary cell을 가지고 진행하는 동물 실험(ex vivo, in vivo)을 하려니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그러나 선배의 조언으로 실험 조건들을 잘 잡아갔고, 골수에서 분리한 수지상세포(Bone Marrow-Derived Dendritic cells; BMDCs)에 대한 IL-33의 효과를 기반으로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하는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에 선정되어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연구 주제를 직접 제안하고 진행했던 연구였기에 펠로우십을 지원하는 것이 수월했다. 수지상세포뿐만 아니라 CD4 T 세포에 대한 IL-33의 효과를 1년 차, 2년 차 연구 보고서까지 제출하면서 마지막 3년 차 연구비까지 확정할 수 있었다. IL-33에 의해 활성화된 수지상세포를 마우스 내에 adoptive transfer 하여 CD4 T 세포의 heterogeneity를 확인하여 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CD4 T 세포에 OVA323-339-specific TCR을 발현하는 OT-II Transgenic (Tg) mouse를 이용하여 동물 실험의 첫 발걸음을 떼었다. 이후 졸업을 앞두고 IL-33에 의한 CD4 T 세포 간의 conversion 연구도 후속 연구로 진행하여 IL-33의 면역세포 조절, 특히 Th17 세포와 조절 T 세포(Treg)의 균형에 대한 연구 논문을 총 2편 출판할 수 있었다.
- iv vitro : 세포 수준에서 진행하는 실험으로 culture dish, culture flask, 혹은 plate에 세포를 배양하여 특정 효과를 관찰하는 실험
- in vivo : 마우스와 같은 동물 자체 내에서의 효과나 동물 행동을 관찰하는 실험
- ex vivo : 동물에서 분리한 조직이나 기관의 세포를 in vitro 방식으로 배양하여 효과를 관찰하는 실험
[박사학위를 위한 연구 주제 선정 2 – 새로운 마우스 모델]
면역학 연구에서 연구소에 유전자가 재조합되어 있는 마우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다양하고 임팩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유전자 재조합 마우스 모델에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크게 1)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잃게 만든 Knock-out model과 2)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과발현 시킨 Knock-in model, 그리고 3) 무작위 한 방법으로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시킨 Transgenic (Tg) model로 구분한다. [3]
글쓴이의 박사 과정 연구실에는 OT-II Tg mouse를 기존에 보유하고 있어서, CD4 T 세포의 heterogeneity나 conversion에 대한 IL-33 연구를 용이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마우스 모델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여러 염증질환의 유도 모델로 이용할 수 있는 Nlrp3 유전자가 knock-out 되어 있는 Nlrp3-KO model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새로운 마우스 모델을 이용하여 어떤 연구를 할 수 있을지 공부를 하다가 NLRP3가 Th2 세포의 분화를 돕는 전사인자로 작용한다는 흥미로운 논문을 접하게 되었다 [논문정보: Nature Immunology, volume 16, pages 859–870 (2015)]. 이 논문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NLRP3의 본래 역할 때문이었다. NLRP3는 골수세포 (myeloid cell)인 수지상세포나 대식세포에서 주로 발현하며, 외부 병원성 인자를 phagocytosis 하였거나 세포 내에 위험신호가 감지되었을 때 ASC와 caspase-1과 함께 inflammasome이라는 거대 복합체를 만들어 작용한다. 그러나 이 NLRP3가 phagocytosis 작용을 하지 않는 T 세포에서도 발현하고 있다는 사실들이 몇몇 논문을 통해 확인되었고, inflammasome의 복합체 형성 없이 작용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이 연구를 토대로 나의 관심 분야였던 서로 상호조절을 하는 Th17과 Treg의 균형에 대한 NLRP3의 역할이 궁금했다. 이 궁금증을 Nlrp3-KO mouse model을 이용해 증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Nlrp3 유전자가 없는 마우스에서는 wild-type 마우스에 비해,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흉선 내에 존재하는 natural Treg이나 naïve CD4 T 세포가 분화되어 2차 림프기관 및 장내기관에 존재하는 peripheral Treg의 퍼센트가 높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NLRP3가 Treg 분화를 억제하여 Th17/Treg imbalance를 유도할 것이라는 것을 가설로 연구를 시작하였다. Ex vivo 실험(iTreg 분화, Nlrp3 overexpression, 메커니즘 분석, Treg suppressive effect 등)고 in vivo 실험(colitis model과 tumor model)으로 가설을 증명해 내어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다.
박사 과정의 기간은 사실 정말 바쁘고 어려웠다. 석사 과정의 연구 분야(암 생물학)와 실험 접근 방법이 다소 다른 면역학 분야를 선택하였기에 동물 실험도 많았고 연구 방향을 풀어나가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앞선 1화에서 말했듯이 석사 과정 동안 배워두었던 많은 실험적 지식들과, 교수님 및 선배들과의 디스커션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박사 과정을 우당탕탕 보낸 것 같지만, 개인 연구비 지원 사업(국가 장학금)에도 선정되어 보고, 필요한 연구를 위해 외국의 연구소와 공동연구도 진행해 보며 잘 마무리한 듯하다. 연구 분야를 면역학으로 변경하면서 더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는 면역학 박사가 되었고, 외국으로 길을 떠났다.
To be continue…
[정리: 박사 과정의 연구 주제로 좋을 포인트]
- 장기적으로 진행하여 큰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 주제 - 동시에, 단기적으로 결과를 낼 수 있는 연구 주제 - 종합해보면, 연구 주제의 디자인부터 논문 출판의 마무리까지 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
[참고문헌]
[1] https://www.medicinenet.com/why_is_in_vivo_better_than_in_vitro/article.htm
[2] https://biobide.com/ex-vivo-vs-in-vitro-whats-the-difference
[3] https://www.cureffi.org/2012/11/13/the-difference-between-knock-in-and-transgenic-m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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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 Bio통신원(면역학연구원) 등록 202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