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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연구행정가 파트너십, '한계 넘는 R&D' 가능성 높여"

산포로 2024. 10. 30. 14:30

"연구자-연구행정가 파트너십,
'한계 넘는 R&D' 가능성 높여"

[연구행정은 R&D 핵심파트너]⑥SRAI 현장
전 세계 3000여명 연구행정가들 축제 펼쳐
'함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로' 주제‧‧‧AI적용 등 다양한 혁신의제 다뤄
2026년 두바이 세계 연구행정 총회에 한국 참가 논의

 

SRAI 2024가 미국 시카고에서 현지시간 28일 막을 올렸다. 전세계 연구행정가 3000여명이 모여 최신 연구행정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김요셉 기자]

 

지난 28일 오전 9시(현지 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 중심부 메리어트 호텔. 전 세계 40개국 3000여 명 연구행정가들의 발길이 몰렸다. 57년 전통의 국제연구행정협회(SRAI) 2024 연례총회가 3일간의 일정으로 '바람의 도시' 시카고에서 개최됐다.

 

시카고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미국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며 연구개발(R&D)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공학과 과학분야에서 명성을 가진 일리노이 공과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 노스웨스턴대학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시카고 테크놀로지 플랜'이라는 계획을 통해 기술을 중심으로 기회‧포용‧참여 및 혁신 등을 촉진하는 도시 실현을 위해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다.

 

미시간 호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가을 바람이  초고층 빌딩 숲 사이를 헤집었다. 1871년 대화재의 잿더미 위에서 세계 최초 마천루를 탄생시킨 이 도시에서 과학기술을 과학답게 만들기 위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SRAI 24의 주제는 'Breaking barriers together towards tomorrow'(함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로)다. 전략적 AI 챗봇 도입을 비롯해 연구행정 리더를 위한 변화관리 전략, 디지털 시대 시스템 정보 일치의 중요성 등 연구 지원을 위한 다양한 행정 혁신 의제를 논의했다.

 

점심식사를 하며 네트워크에 열중하는 3000여명의 연구행정가들. 장내가 대화소리로 쩌렁쩌렁하다. [사진=김요셉 기자]
 
총회 현장에 참석한 이가영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사업팀 행정원과 서진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아카데미 GMA팀 행정원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여러 나라의 연구행정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와는 다른 외국의 다양한 연구행정 구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면서 "연구는 연구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가도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자리"라고 이구동성 말했다.

◇ "R&D, 연구행정가와 과학자가 함께 만들어"
 
총회 기조강연자로 일리노이 대학의 워커 애슐리 박사가 나섰다. 그는 이번 총회 주제이기도 한 한계 뛰어넘기 실현에 연구자와 행정가의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사진=김지영 기자]

"외부자금 조달에 성공하려면 행정가와 협업이 필요합니다. 관리자는 더 큰 그림을 봐야하고 연구자도 연구행정을 이해하며 그들에게 연구를 쉽게 설명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번 총회의 기조강연자로 나선 일리노이 시카고 주립대학의 지구, 대기 및 환경과 소속 워커 애슐리(Walker Ashley) 박사는 총회 주제이기도 한 한계 뛰어넘기 실현에 연구자와 행정가가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앞서 중요한 것이 예산확보이지만 다양한 서류제출에 베테랑 연구자인 그도 애를 먹는다. 애슐리 교수에 따르면 미국도 정해진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사업 성격에 따라 기관별로 요구하는 서류가 달라 연구현장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미국 국립과학재단의 제안요청서는 자주 바뀌어 비전통적이고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는 연구행정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서로 배우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에서 운영 중인 PI아카데미를 예로 들었다. 대학 내 연구 및 혁신 파트너십을 위한 행정가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신입 교수진이 연구비 제안서를 어떻게 작성하고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장기연구 자금을 지속적으로 수주하기 위한 역량구축 등 자금조달 환경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는 "PI 아카데미는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적은 인력으로도 충분히 좋은 연구 과제를 만들고 제안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서 "아카데미를 통해 연구자와 행정자간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은 간단하지만 큰 변화를 갖고 온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애슐리 박사는 연구행정가들이 연구자의 연구성과를 이해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연구행정가가 연구를 100%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지만, 직접 지원하는 연구자의 데이터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어야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자원 투입과 인력배치 등을 더 효율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연구자들도 연구행정가의 질문에 모른다고 답하기보다 과학자의 언어가 아닌 어린이, 일반인에게 설명하듯 연구진행상황을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애슐리 박사는 기후변화와 극한기상 현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의 연구그룹은 극한 기상현상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특히 심각한 폭풍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10~15km 규모의 슈퍼셀부터 토네이도까지 작지만 강력한 기상현상을 연구한다. 이를 위해 첨단 컴퓨터 자원과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분석 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적 방법론으로 연구하고 있다

애슐리 박사는 기후변화가 단순히 기온상승만이 아닌 기상현상의 변동성 증가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해는 기상이 조용할 수 있지만, 다음 해는 극단적으로 나쁠 수 있다. 이러한 변동성이 기후변화의 특징"이라며 "재해는 자연현상과 인간 취약성이 만나는 접점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더 이상 극한기상을 막연한 자연재해라 치부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예측을 위해 다양한 기후 변수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는 몬테카를로 모델을 활용해 2080년대까지의 극한기상 피해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있다. 주거단위 피해 확률이 1950년대 2~3%에서 2050년 30%, 2100년에는 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장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기획팀장은 "기후변화와 재해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접할 수 있었다"며 "특히 취약계층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인상적이었다"고 평했다.

◇ "단시간 내 AI 사업정보 제공 환경 구축 시연 인상"

연구행정의 혁신사례 포스터에 집중하는 SRAI 2024 연례총회 참관객들. 포스터를 보기만 해도 공부가 된다. [사진=김요셉 기자]

 

연구행정가의 초상화를 그려주는 이색 이벤트.[사진=김요셉 기자]

 

세미나실 곳곳에서 동시세션이 다양하게 열렸다. 연구 활동을 관리하는 규칙부터 미국의 연구보완 강화 방침에 따른 규정준수정책 및 절차, 연구법, 커뮤니케이션 전략, EU자금 조달 기회를 탐색하는 방법 등 첫날에만 50여개의 세미나가 준비됐다. 3일간에 거쳐 약 200여개에 이르는 연구행정 지식잔치가 열린다. 

지난해 SRAI 연례총회가 전문 행정가 개발과 국제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실무에 적용 가능한 학습촉진에 초점이 맞춰 세미나가 설계됐다. 
 
인공지능(AI) 관련 세션이 인기였다. 작업속도 향상 및 연구지원을 위해 다양한 연구에서 AI 적용이 확대되는 가운데 연구행정에서도 AI 적용 현황과 노하우 공유를 위한 발제들이 줄을 이었다.  

예일대학교의 유유청(Youyou Cheng) 재무관리 부국장과 리사 윌슨(Lisa Wilson) 에모리 대학 전략 운영 및 교육 담당 상임이사는 예일 대학에서 연구행정에 AI를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에 대해 강연했다. 두 연구행정가에 따르면 예일대는 과제 예산 확보를 위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내부용 LLM(대형언어모델)을 만들고 이를 Q&A챗봇으로 개발했다.  교내 AI학과 교수와 학생으로 구성된 연구진이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는데 내부 반응이 뜨겁다. 
 
행정 AI에 대해 대사 윌슨 에모리 대학 관계자가 발표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리사 윌슨 상임이사는 "AI 활용은 클릭을 넘어 지금 자원에 대한 설득력 있는 사례를 만드는 연구 관리자의 보조역할을 할 수 있다"며 "AI활용을 통해 연구비 제안을 조정하고, 복잡한 연구프로젝트에 대한 위험평가, 예산 비용분석, 연구동물 관련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역할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임스 몰러 퍼듀대학교 과학 무결성 및 연구규정 담당 부총장은 인간대상 연구에서 AI활용은과거 데이터 분석, 개인정보보보호 및 보안감사 등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알고리즘이 편향적이고 투명성이 부족한 만큼 "AI를 지능이 아닌 대규모 확률 생성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철수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글로벌전략팀장은 "학교 내 AI 학과 교수와 학생으로 구성된 연구진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리소스, 기술 지원이라는 협력 체계로 짧은 시간에 프로토타입 시스템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최신 사업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인상 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연구행정, 함께 한계를 뛰어넘어 미래로. SRAI 2024 슬로건.[사진=김요셉 기자]
 
한편, 이번 SRAI 연례총회에서는 2026년 전세계 연구행정협회가 참여하는 세계 연구행정 총회 개최를 위한 논의도 이어졌다. 2026 세계 연구행정 총회 개최지로는 중동 두바이로 결정됐으며, 한국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한 대표단이 구성돼 두바이 총회 논의에 참여했다.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시 중심부 메리어트 호텔에서 국제연구행정협회(SRAI) 2024 연례총회가 개최됐다. [영상=김지영 기자]

※대덕넷(HelloDD)의 '연구행정은 R&D 핵심파트너, 과학기술 동력 쌍두마차' 기획 시리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취재 지원사업을 받아 추진됐습니다.

 

헬로디디 김요셉, 김지영 기자 orghs12345@hellodd.com 입력 2024.10.29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