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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로 살아가기 시즌 3] 연구 그 다음 이야기 - 과학자의 특허 쓰기

산포로 2024. 7. 8. 10:13

[연구자로 살아가기 시즌 3] 연구 그 다음 이야기 - 과학자의 특허 쓰기

 

@ Pixabay

 

나의 첫 번째 특허는 대학원 재학 시절 졸업 논문을 준비했던 내용으로 작성했었다. 새롭게 발견한 물질이고 추후에 약물 전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교수님의 생각에서 시작했고 벌써 25년 전인데 최근에 특허검색사이트 (http://www.kipris.or.kr/)에 들어가 확인해 보니 아직 등록 효력이 살아 있었다. 아마 교수님이 대표로 계신 회사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아직 유지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특허를 준비했을 때는 특허 자체에 대한 개념도 없었고 누구 하나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대로 쫓아가기 바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학위 논문 주제를 가지고 특허를 준비했기 때문에 내 졸업 논문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때 교수님께 들었던 내용 중에 기억나는 것은 특허 내기 전에 논문이 공개되면 안 된다는 것, 특허 유지하는데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논문 공개에 대한 부분은 최근 브릭에서 해외 특허 출원 관련 내용을 연재하셨던 변리사 분의 글을 읽고 제대로 알게 됐는데 언제부터 적용됐는지 모르겠지만 국내 출원만 생각한다면 논문 발표 후에도 1년 이내에 특허 출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해외 출원을 위해서는 교수님의 말씀이 전적으로 맞았고 졸업 이후에 해외 출원까지 한 걸로 알고는 있다. 그래서 보통 졸업 논문이 학교 도서관에서 검색하면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내 논문은 현재까지 비공개 상태이다. 뭐 대단한 발견을 한 것도 아니고 이 특허로 인해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사실 교수님이 초창기 벤처 회사를 운영하실 때 회사의 실적 및 판매를 목적으로 했었는데 졸업 이후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현 직장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전직 LG화학을 다니다 이직했던 선생님의 얘기에 따르면 본인이 발명자로 참여한 특허에 대한 수익이 발생하거나 기술이전이 되었을 시 그에 따른 지급금을 연금처럼 받는다고 했다. 만약 특허에 대한 수익이 발생하면 연락이 오지 않았을까 싶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졸업하기 전 선배 중에 한 명은 졸업과 동시에 특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한다는 서약서를 쓰고 얼마간의 돈을 받은 적이 있다는 얘기가 생각이 났다. 졸업 전에 그런 서약서를 쓴 적이 없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현 직장에 있으면서 5 개의 특허를 준비해서 등록하면서 추가로 알게 된 사실은 특허 출원 및 등록 시 발명자와 출원인의 지분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특허가 기술이전이 되거나 특허로 인한 판매 수익이 발생했을 때 출원인과 발명자가 수익의 몇 퍼센트를 받는 건지, 발명자 간에도 수익 배분을 어떻게 할 건지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총 6개의 특허가 등록되는 동안 전혀 듣지 못했다. 그리고 그 부분은 특허 명세서에도 확인이 불가능했다. 아마도 특허 사무소들 통하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짐작만 할 뿐이다. 종종 뉴스에서 대기업 연구원이 개발한 상품에 대한 특허권 소송에 관한 내용을 들어본 적이 있다. 

 

거대 기업들끼리의 특허권 분쟁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개인과 기업 간의 다툼은 지식 재산권 보호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슈화되고 있다. 그래서 초기 특허 명세서 작성 때만 해도 청구항 범위가 넓었던데 반해 최근에는 최대한 많은 실시예를 제시함으로써 청구항에 넣을 수 있는 내용의 폭이 좁아진 것 같다. 물론 유사 특허에 대한 조사도 필수인 만큼 갈수록 특허를 출원하기가 어려워졌다. 특허 출원에 이어 등록 그리고 기술이전까지는 더 험난한 길이다. 대부분의 과학 논문 관련 특허는 기초연구에서 시작하는 게 많아서 특허만으로 직접적인 수익이 나기 어렵기 때문에 기술이전이 가장 큰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특허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도 많아졌다고 들었다. 내가 연구하는 이 일이 특허를 낼만한 가치가 있는지 먼저 검토를 한 다음 특허까지 연결해준다고 한다. 수많은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사회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 중복되는 것을 걸러내고 피해 가면서 다듬어 가는 과정이 과학에서의 특허 쓰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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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날다비(필명)) 등록일2024.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