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만 하다 창업에 뛰어든 고군분투기] 다시 학교로 그러나
칼럼 첫 시작부터 언급했지만 10년 가까이 백수로 있다가 본인 연구로 다시 복귀하는 것만큼 어려운 없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R&D로 실적을 쌓으면서 학회 발표도 하고 다시 40대 후반에 학교에서 강단에 서는 건 얼마만큼의 확률이 있을까요?
제가 회사 시작하고 2019년 이후 학회에 발표한 초록 혹은 논문집에 들어갈 만한 학문적 성과는 현재까지 11편 정도입니다. 다만 이제 겨우 논문을 쓸만한 데이터가 모여서 쓰고 있지만 머리에 오류 때문에 서론에서 많이 막히고 십수년 만에 endnote를 사용해 논문을 찾아 주석을 하나하나 붙이고 있습니다. 머리 회전이 잘 돌아가는 20년 전이라면 밤새면서 했겠지만 괜찮은 자금 문제로 능력 있는 학생이나 연구원을 채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홀로 작성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가 회사 만들고 나름대로 만족할 만한 최초의 성과가 제일 거부 율이 20% 이상 되는 국제 학회에 초록을 낸 것입니다. 다만 투자와 연구 개발 사이에서 제가 어느 방향성을 가지는 건 상당히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매출을 만들어서 회사를 키울 것이냐 아니면 정부과제만 가지고 좀비처럼 살아갈 것인 가입니다.
2019년 이후 두 개의 큰 기회가 찾아옵니다. 하나는 중동의 전시회에 갔을 때 중독의 투자자가 저희 회사의 아이템을 눈여겨보고 투자에 대한 기회가 생겼습니다. 또 하나는 저도 몰랐는데 저를 좋게 보셨는데 경기도에 있는 모 대학에서 겸임 교수 자리를 제안했습니다.
투자에 관련 이야기는 다음에 언급하겠지만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COVID-19의 영향을 받아 관련한 모든 임상실험 계획이 현지 병원과도 틀어지면서 모든 게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연구 개발을 위해 학교와의 관계를 끈끈하게 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다만 제가 이걸 할 수 있을까는 다른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겸임 교수라는 자리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제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필요도 있었습니다.
교수라는 자리는 참 매력입니다만 앞서 이야기했지만 제 경우는 석박사 과정 중 강의조교로 계속 강의한 적이 있었지만 창업 이후 특강 형식으로 몇 번 대학에 강의를 해본일이 전부였습니다. 따라서 누구나 겪는 초보 강사의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원생일 때 teaching assistant라는 걸 해보긴 했지만 그때는 한국은 아니겠지만 teaching instructor라는 각 과목의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기초적인 교습법을 가르치고 강의에 투입되었습니다. 당연히 강의에 대한 준비를 열심히 할 필요는 없었지만 한국에 와서 일반 강의가 아닌 몇 번의 특강을 진행할 때 상당한 힘을 주고 자료조사 하면서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게 학생들에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게 최근이었습니다. 당연히 나와 학생의 눈높이가 똑같이 않고 또 하나 영역에 나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은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기에 서로의 한도를 모르는 상태에서 강의를 진행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다른 영역이었기에 초창기에 강의 때 2주 만에 폐강된 일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런 과정을 모르고 겸임 교수 자리라는 걸 도전한 것이 정말 무모한 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다음과 같은 조건 때문에 제의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제가 회사를 하면서 학교에 강의를 했던 건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공개적으로 모집한 직원들이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고 나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마 많은 스타트업 기업에서 느끼는 바일 겁니다. 스타트업이라는 자체가 워낙 변수가 많습니다. 더구나 임금이나 근태관리를 잘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연구실 생활이라는 것이 일반 직장과 많이 다르다 보니 아무리 빡빡한 외국에서 연구소 생활을 했다 하더라도 직원을 다룬다는 것에 대해 서투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공채로 스타트업에서 사원을 모집한다는 것은 닳고 닳은 선수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성실은 둘째치고 신원자체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교수가 어느 정도 보증된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뽑아야 하는데 단순히 면접만으로 그 학생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즉 강의를 통해 학생에 대한 능력을 제 스스로 평가하고 그중에서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싶은 열정 있는 학생을 뽑는 것이 그 골자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런 목적이긴 했으나 생각만큼 뽑는 게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의 인력 수급에 대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강의를 통해 지금까지 현업에서 일하면서 연구에 적용하고 있는 지식을 한 번에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회사 연구실에서 새로운 이론을 적용할 때마다 연구원들에게 적용된 이론을 문서화시키기는 했지만 기존 경험에 따른 어설프기 그지없는 단순한 글에 나열일 뿐이었기에 체계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논문을 읽고 그 기술에 대한 적용을 하긴 했지만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 외에 학교 내 다른 교수님들과 교제를 통해 기술에 대한 최신 혹은 문제점을 파악하는 데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고 교내 교수님들과의 협업이 가능하여 기존의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논문이나 초록을 발표할 때 회사명을 명시하긴 하지만 학교명을 같이 넣을 때 어느 정도 거재 거부에 대한 확률이 높을 것 같다는 사실 확인되지 않은 애매한 상황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는 스타트업 특성상 인지도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고 지금까지 어떠한 게재이력이 없는 특정 기관에서 성과를 증명하는 게 과히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따라서 어느 정도 대표자 본인을 지칭할 수 있는 타이틀도 필요했고 아울려 해외 출장 시 전문직이라는 걸 어필하여 수속이 용이함도 어느 정도 존재하긴 했습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장점과 스타트업 회사를 투자자들에게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기에 정말 며칠간의 고민 없이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학교에 있는 정규직 교수를 생각하면 자뭇 초라할 정도의 급여도 많지 않은 회사 업무 외 겸직 교수라는 직분이긴 했지만 지금 상황을 생각하면 괜찮은 선택 중에 하나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가느다란 줄이라도 잡아서 회사의 R&D 파트의 대부분을 학교와 연계하여 인력과 기술에 대한 조언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회사의 매출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적인 확장도 이루어 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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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김위) 등록일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