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원숭이가 읽어주는 오늘의 과학기술] 젊은이의 피와 '이것' 회춘의 명약일까
16~17세기 헝가리 왕국에 살던 귀족 중에는 바토리 에르제베트(Báthory Erzsébet) 백작부인이 있었습니다. 영어식으로 엘리자베스 바토리(Elizabeth Bathory)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만, 헝가리 이름은 동아시아에서처럼 성이 이름보다 먼저 오지요. 바토리 가문은 트란실바니아 공작, 리투아니아 대공, 폴란드 국왕을 배출하는 등 당대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였습니다. 하지만 바토리 백작부인은 가문의 배경이나 업적보다 훨씬 끔찍한 내용으로 유명하지요.
기록에 의하면, 바토리는 처녀의 피가 자신의 노화를 되돌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인근 마을의 소녀 수백 명을 납치하여 피를 짜내고 그 피를 담은 욕조에서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평민을 대상으로 했지만, 나중에는 하급 귀족 여식들에게 궁정 예법을 가르치는 학교를 설립하고 학생들을 살해했다고도 합니다. 때로는 피를 직접 마셨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나중에 유행하는 드라큘라 설화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결국 지역 목사가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에게 정식으로 고발장을 제출한 끝에 1612년 바토리 가의 재산은 분할되고 바토리 백작부인 본인도 종신 연금에 처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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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상식으로 볼 때 젊은이의 피를 마시거나 몸에 바르는 행위는 항노화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속을 흐르는 액체이기 때문에 중세인들의 관점에서 생명력의 상징처럼 보여서 생겨난 미신이겠지요. 하지만 동물 생리학에 대한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피를 이용한 새로운 연구 방법이 생겨났는데, 바로 살아 있는 동물 두 마리의 순환계를 연결하는 개체결합(parabiosis) 실험입니다.
초기의 개체결합 실험은 노화 연구와는 크게 상관이 없었습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개체결합 실험은 프랑스의 생리학자 폴 베르(Paul Bert)가 1864년에 보고했다고 합니다.[1] 20세기에는 내분비계나 면역계의 기능을 연구하기 위해 개체결합 실험이 간혹 사용되었는데요, 시상하부를 손상시킨 쥐를 정상 쥐와 개체결합한 다음 체중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이 대표적입니다.[2] 개체결합 이후에 정상 쥐의 체중이나 식욕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한다면 그것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되니까요.
그런데 2005년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됩니다. 기존에 진행된 쥐의 개체결합 실험은 대개 나이와 체중이 비슷한 쥐 두 마리를 연결한 다음 한쪽에만 특정한 처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UC 버클리 연구진들은 서로 나이가 다른 두 마리의 쥐를 개체결합한 다음, 나이 든 쥐에서 발견되는 노화 징후에 변화가 있는지를 관찰하였습니다. 놀랍게도 나이 든 쥐의 조직 재생이 빨라지고 노화가 역전되었고, 이 논문은 대단한 주목을 받으며 2023년 현재까지 2,500회 이상 인용되었습니다.[3]
피가 생명력을 담고 있다는 직관과 부합하는 결과이기에 후속 연구는 물론 이를 사업화하려는 발상까지 여럿 등장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2019년에 영업을 중단한 스타트업 암브로시아(Ambrosia)입니다. 암브로시아는 수혈의 항노화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젊은 사람의 혈장을 수혈하는 “임상 시험”을 진행했는데요, 대조군을 설정하지도 않았고 이중맹검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임상 시험”의 참가자들에게 1회당 8천 달러의 참가비를 받았지요. 사실상 돈을 받고 혈장 수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4]을 받았고, 결국 FDA의 경고 끝에 2019년에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미국의 벤처 기업가인 브라이언 존슨(Bryan Johnson)은 수명 연장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요, 얼마 전 자신의 17세 아들의 혈장을 스스로에게 수혈했다고 밝혀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습니다.[5]
정작 2005년의 쥐 개체결합 실험은 2020년, 저자들 본인에 의해 반박되었습니다.[6] 2020년 실험에서는 나이 든 쥐의 혈장 중 50%를 생리식염수로 교체했습니다. 이 생리식염수에는 5% 농도의 알부민 외에는 어떤 첨가제도 포함하지 않았는데, 젊은 쥐의 혈장을 수혈한 것과 완전히 같은 재생 효과를 보였습니다. 젊은 쥐의 혈장을 늙은 쥐에게 수혈하면 재생 효과가 나타나기는 하겠지만 그것은 젊은 쥐의 피에 있는 물질의 효능인 것이 아니고, 단순히 늙은 쥐의 피에 존재하는 노폐물이 희석되기 때문에 나타난 효과일 수 있는 거죠.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현재 혈장수혈에 직접적인 항노화 효과는 없다고 보는 것이 학계 주류 의견입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도 “대체의학”으로 분류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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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좀 더 지저분한 방식도 조심스레 떠오르고 있습니다. 장내미생물군(gut microbiome)은 장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분포를 말하는데요, 2000년대 이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 결과 다양한 생리현상이나 질병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나 장천공 같은 위장질환은 물론이고, 천식이나 비만, 당뇨병처럼 언뜻 위장과 관계가 적어 보이는 질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습니다.
장내미생물과 노화와의 관련성도 최근에 보고된 바가 있습니다. 2021년 시애틀의 시스템생물학연구소(Institute for Systems Biology)에서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 낮은 노인들은 다양성이 높은 노인들에 비해 4년 후 생존율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아졌다고 합니다.[7] 저자들은 노년 이후 장내미생물의 상태가 노인들의 현재 건강 상태 및 향후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는데요, 혈중 대사산물의 변화와 직접적인 상관관계도 발견했다고 합니다.
건강한 개체의 장내미생물을 이식했을 때 특정 질병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사례도 많이 존재합니다. 이를 대변이식(fecal microbiota transplant, FMT)라 하는데요, FDA는 2013년에 이미 FMT정책을 발표한 바 있고 2022년에는 감염성 장염(C. Difficile)의 FMT 치료법을 정식으로 승인하기도 했습니다.[8] 궤양성 대장염이나 자폐증에 대한 FMT 치료도 연구가 진행된 적이 있고요.
FMT를 사용한 항노화 연구는 아주 초기 단계입니다만, 2019년에는 조로증 쥐에게 정상 쥐의 장내미생물을 이식한 결과 수명이 연장되었다는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9] 인간 대상으로 FMT 치료법이 승인받은 경우가 아직 많지 않고, 장내미생물 연구 역시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이긴 합니다만, 저자들은 노화와 관련된 일부 증상을 완화하거나 역전시키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연구 방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 문헌
[1] P. Kamran et al., J. Vis. Exp. 80, 50556 (2013).
[2] G. R. Hervey, J. Physiol. 145, 336 (1959).
[3] I. M. Conboy et al., Nature 433, 760 (2005).
[4] Science News/Jocelyn Kaiser, Young blood antiaging trial raises questions (Aug 1,2016).
[5] Fortune/Orianna Rosa Royle, Tech billionaire who spends $2 million a year to look young is now swapping blood with his 17-year-old son and 70-year-old father (May 23, 2023).
[6] M. Mehdipour et al., Aging 12, 8790 (2020).
[7] T. Wilmanski et al., Nat. Metab. 3, 274 (2021).
[8] Ferring Pharmaceuticals, Ferring Receives U.S. FDA Approval for REBYOTA™ (fecal microbiota, live-jslm) – A Novel First-in-Class Microbiota-Based Live Biotherapeutic (2022).
[9] C. Barcena et al., Nat. Med. 25, 123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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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여원 (필명)) 등록일2023.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