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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막는 백신, 사이언스 선정 올해 최고 연구성과

산포로 2024. 12. 13. 08:55

에이즈 막는 백신, 사이언스 선정 올해 최고 연구성과

길리어드의 에이즈 주사제 ‘레나카파비르’
주사 한 번에 6개월 동안 99.9% 보호 효과
면역세포치료제, 초기 은하 발견도 10대 성과 포함

 

길리어드의 에이즈 주사제 레나카파비르가 사이언스 올해의 혁신에 선정됐다./AP 연합뉴스 <YONHAP PHOTO-0108> FILE - A pharmacist holds a vial of lenacapavir, the new HIV prevention injectable drug, at the Desmond Tutu Health Foundation's Masiphumelele Research Site, in Cape Town, South Africa, Tuesday, July 23, 2024, which was one of the sites for Gilead's lenacapavir drug trial. (AP Photo/Nardus Engelbrecht, File) FILE PHOTO/2024-11-28 00:26:26/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올해 과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로 꼽혔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는 13일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개발한 에이즈 주사제 ‘레나카파비르(lenacapavir)’를 ‘올해 최고의 과학 연구 성과(breakthrough of the year)’ 중 첫 번째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에이즈는 면역세포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병이다. 면역체계가 손상되면서 각종 감염증과 악성 종양이 생기고 심하면 목숨도 잃는다. 에이즈 환자는 전 세계에서 약 4000만명에 이르고 국내에서도 1만 5000여명에 달한다.

 

◇증상 치료에서 100% 예방으로 발전

 

길리어드는 지난 2004년 에이즈 치료제로 알려진 ‘트루바다’를 개발하고 약 20년 넘게 치료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이다. 에이즈는 아직 증상을 막는 항바이러스제가 있을 뿐 완치는 불가능하다. 약을 평생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 우울증, 당뇨병 같은 부작용도 피할 수 없다.

 

길리어드가 개발한 레나카파비르는 죽음의 병으로 불리는 에이즈와의 전쟁에서 인류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계기라는 평가를 받는다. 레나카파비르는 1년에 두 번 접종하는 것만으로 HIV를 거의 완전히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 임상시험에서 여성은 100% HIV를 예방했고, 남성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사이언스는 “레나카파비르는 한 번의 주사로 6개월 동안 보호 효과를 제공했고, 대륙 간 성별 그룹에서 99.9%의 보호 효과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레나카파비르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을 보호하는 HIV 캡시드 단백질을 불능으로 만드는 식으로 바이러스 복제의 주요 단계를 차단한다. 레나카파비르는 처음에는 다른 약물에 저항성을 보이는 환자들을 위해 개발됐지만, 지금은 에이즈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유엔 에이즈계획(UNAIDS)의 위니 비아니마 사무총장은 “우리가 가진 어떤 예방 방법보다 우수한 수단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과 길리어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레나카파비르를 에이즈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 보급할 방법을 찾고 있다. 길리어드는 이미 HIV 감염률이 높은 국가에 저렴한 복제약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남미 지역은 복제약 판매 허용 국가에서 제외돼 추가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사이언스는 “레나카파비르는 에이즈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전 세계적인 보급을 위해서는 경제성과 제조 계약, 보건 인프라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평가했다.

 

12월 13일 사이언스지 표지. 두 사람이 백신 병을 들고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앞에 선 모습이다. 사이언스는 2024년 최고 연구 성과로 에이즈 백신을 선정했다./사이언스

 

◇CAR-T세포 치료제, 우주망원경 성과도 포함

 

사이언스지는 에이즈 백신과 함께 올해 혁신적인 연구 성과 9가지를 더 선정했다. 올해 10대 과학뉴스를 뽑은 것이다.

 

사이언스지는 면역세포치료제의 성과를 두 번째로 꼽았다. 면역반응이 과도해지면서 정상세포를 공격하면 루푸스나 다발성 경화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킨다. 올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CAR-T)세포 치료법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CAR-T세포 치료제는 환자의 백혈구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를 분리한 혈액암을 일으키는 종양 B세포를 찾아 파괴하도록 유전자를 추가해 환자에게 돌려준다. 올해 독일 연구진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다양한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에게 CAR-T세포 치료제를 투여해 성공을 거뒀다고 대해 보고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초기 은하들./NASA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지난 2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초기 우주의 밝은 은하를 발견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2022년 올해 최고의 연구 성과로 선정된 바 있다.

 

미국의 그린라이트 바이오사이언스( GreenLight Biosciences)는 RNA 간섭(RNAi)현상을 이용한 살충제를 개발했다. RNA는 DNA의 유전정보를 복사해 단백질을 만들지만, 그중 길이가 짧은 RNA는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해충 애벌레가 농작물 잎을 씹으면 간섭RNA가 핵심 단백질의 발현을 차단해 며칠 내 죽는다.

 

이밖에 해조류의 세포에서 독특한 질소 고정 기관을 발견해 진화 연구에 새로운 길을 연 연구와 새로운 유형의 자성 발견, 복잡한 생명체의 특징 중 하나인 다세포성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발생했음을 시사하는 화석 발견, 대륙을 만드는 판구조론을 수장한 연구도 올해의 연구 성과로 뽑혔다.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지난 10월 13일 120m의 우주선 스타십이 발사됐다가 다시 돌아와 발사대 로봇팔에 붙잡히는 재사용 시험비행에 성공한 성과와 수천 년 전에 사망한 사람들의 가계도를 재구성해 고대 족보를 만든 연구들도 10대 뉴스에 들어갔다.

 

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인 스타십(Starship)이 다섯 번째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발사탑인 메카질라의 로봇 팔로 돌아온 부스터를 잡는데 성공했다./유튜브 캡처

 

참고 자료

Science(2024), DOI: https://doi.org/10.1126/science.adv2100

 

조선비즈 이종현 기자 입력 2024.12.13.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