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졸에 몸살 앓는 카리브해 산호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3)
재미있는 바다 이야기 열대 바다 속 풍경을 아름답게 만든 일등공신은 산호다. 산호초로 인해 마치 숲속처럼 천적을 피해 숨을 곳이 많아져 열대어들을 많이 서식하게 만든다. 총천연색의 화려한 산호를 배경으로 그에 뒤질세라 무지갯빛으로 치장한 열대어들의 화려한 군무를 바라보노라면, 이곳이 낙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산호는 얼핏 보면 도대체 식물인지 동물인지 헷갈린다. 바닥에 붙어살고, 몸에 나무처럼 가지가 뻗어 있고, 촉수를 펼친 폴립(polyp)은 꽃처럼 보여 외관상 식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산호는 작은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사는 엄연한 동물이다.
산호는 자포동물문에 속하는 동물
폴립은 여러 개체가 모여 생활하는 산호의 각 개체를 말하며, 생김새는 흔히 보는 말미잘의 축소판을 연상하면 된다. 원통형 폴립의 위쪽에는 입이 있으며, 그 둘레에는 촉수가 나 있다. 촉수 끝에는 먹이를 마비시킬 수 있는 독이 든 쏘기세포가 있다. 고착생활을 하기 때문에 꼼짝달싹 못하는 산호이지만, 이런 강력한 무기가 있어 먹이 사냥이 가능하다.
폴립 속은 비어 있다. 이곳을 위강이라 하며, 촉수로 마비시킨 먹이가 입안으로 들어오면 소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몸속에 여러 기관이 들어차 있는 고등동물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이다. 폴립의 기저부에는 탄산칼슘으로 만들어진 골격이 있어 몸을 지지해준다. 석회질 성분의 단단한 외골격을 가진 돌산호는 한때 광물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자, 이제 산호의 족보를 캐보기로 하자. 산호는 동물분류학상 자포동물문(刺胞動物門, Cnidaria) 산호충강(珊瑚蟲綱, Anthozoa)에 속한다. 자포동물이란 산호, 해파리, 말미잘, 히드라처럼 쏘기세포(자세포)를 가진 무리를 말한다. 영어의 어원도 그리스어의 쐐기풀(knide)에서 유래하였다.
자포동물은 거의 대부분 바다에 살지만. 일부 히드라충은 기수나 담수에 살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약 1만종이 알려져 있다. 예전에는 자포동물을 몸 내부가 비어 있다 하여 강장동물(腔腸動物)이라고도 하였다. 산호충의 영어 어원은 그리스어의 꽃(anthos)과 동물(zoon)에서 유래하였다. 그 옛날 그리스 사람들도 산호가 식물인지 동물인지 아리송했던 모양이다.
▲ 마이크로네시아의 산호초 ⓒ김웅서
산호는 크게 팔방산호 종류와 육방산호 종류로 나뉜다. 팔방산호류는 폴립에 촉수가 8개 달렸으며, 단단한 외골격이 없는 연산호 종류와 가지가 부챗살처럼 뻗어 있는 부채뿔산호 종류가 있다.
연산호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몸이 연하며, 생긴 모습이 맨드라미꽃을 닮아 바다맨드라미라고도 한다. 몸이 단단한 부채뿔산호는 가지가 많은 나무나 부채처럼 생겼으며, 깊은 바다에서도 산다. 육방산호류는 폴립에 촉수가 일반적으로 6개 또는 6의 배수로 있으며, 돌산호 종류와 말미잘 종류가 있다. 돌산호는 석회질 골격이 발달해 산호초를 만든다.
산호초를 형성하는 산호는 성장 조건이 까다로워서 수온, 수심, 광량, 염분, 부유퇴적물 농도 등이 잘 맞아야 살 수 있다. 그래서 산호초는 적도를 중심으로 수온이 20℃보다 높은 열대 해역에서 볼 수 있으며, 연평균 수온이 23~25℃일 때 가장 잘 자란다. 그러나 적도 근처라도 아마존강 하구처럼 염분이 낮은 곳이나, 수심이 50~70m보다 깊은 곳에서는 산호초를 볼 수 없다. 한편 바닷물에 부유퇴적물이 많으면 물이 탁해서 광량이 감소하고, 섭식작용을 방해하므로 물이 맑아야 하는 것도 산호초 형성에 필수 조건이다.
산호초는 생물다양성이 열대우림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한 생태계이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최근 약 40년 동안 산호초의 27%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산호초 면적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산호초가 황폐해지는 원인에는 연안개발, 환경오염, 어로활동, 선박통행, 수온상승, 해양산성화 등 자연적인 것도 있고 인위적인 것도 있다.
에어로졸이 산호 성장에 영향 미쳐
4월 7일자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는 인간의 활동으로 발생되는 에어로졸이 산호의 성장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이 실렸다. 영국 엑세터대학교의 레스테르 크비아트코브스키(Lester Kwiatkowski) 박사팀은 벨리즈와 파나마 등 카리브 해 두 곳에서 산호의 장기적인 생태 변화를 분석하였다. 산호 성장률의 변화는 대서양 표층수온 및 광량의 변화와 일치하였다.
그런데 모형실험의 결과 20세기 후반 50년 동안 인간 활동으로 발생한 에어로졸 농도 변화가 표층수온과 광량 변화의 원인으로 밝혀졌다. 예전에는 화산분출 때 발생하는 에어로졸의 영향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에어로졸(aerosol)은 대기 중에 떠있는 고체 또는 액체 미립자를 말하며, 대기오염물질이 된다. 예를 들어 연소 때 발생하는 연기, 바람에 날리는 황사, 화산 분출물, 항공기에서 나오는 배기물 등이 에어로졸에 속한다. 이 연구팀은 산호의 대규모 백화현상을 제외하고는, 카리브 해 산호의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해양산성화보다는 인간의 활동이나 화산분출로 인해 발생하는 에어로졸이라고 제안하였다.
산호 체내에는 광합성을 하는 갈충조류(zooxanthellae)가 공생한다. 산호는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기도 하지만, 영양 공급의 일부를 공생하는 조류가 광합성을 하여 만든 유기물에 의지한다. 따라서 광량이 줄어들면 갈충조류들이 광합성을 적게 하기 때문에 산호가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에어로졸이 광량을 줄이고, 이로 인해 산호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산호초가 우리에게 주는 혜택은 엄청나다. 그런데 인류의 활동으로 인해 산호가 죽어간다니 결초보은(結草報恩)은 못할망정 더 이상 재를 뿌리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김웅서 박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2013.04.23 ⓒ ScienceTimes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69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