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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버트로스의 이혼율 증가가 지구온난화 때문?

산포로 2021. 12. 3. 11:29

앨버트로스의 이혼율 증가가 지구온난화 때문?

 

최근 앨버트로스가 짝과 헤어지는 비율 상승이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한 검은색 눈썹으로 알려진 ‘검은눈썹앨버트로스(black-browed albatrosses, 학명 Thalassarche melanophris)’. 남극해 극지방과 근처 12개 섬에서 번식한다. 평균 수명이 40~50년 정도로 긴 자연 수명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포르투갈 리스본 대학교를 비롯한 유럽의 공동 연구진은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를 통해 “검은눈썹앨버트로스가 짝과 헤어지는 비율이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높아진다”고 밝혔다.

 

암컷, 짝과 이혼 후 오히려 번식 성공률 높아

전 세계 조류 9,700종 중 약 90%는 번식기 때 일부일처제를 가진다. 종에 따라 짝을 유지하는 비율이 달라지는데, 평균 1~8%로 낮은 이혼율을 나타낸다.

지금까지 조류학자들이 연구한 일부일처제를 갖는 조류의 이혼 패턴은 비슷하다. ‘승유패변(win–stay, lose–switch)’의 법칙이다. 가위바위보에서 이긴 사람은 같은 것을, 지거나 비기면 다른 것으로 바꿔 낼 확률이다. 즉, 번식에 성공하면 부부생활을 유지, 번식에 실패하면 새로운 짝을 찾는 형태다. 여기서 번식의 실패는 서식지 주변 환경의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검은눈썹앨버트로스도 마찬가지다. 연구진은 2003년부터 2019년에 걸쳐 포클랜드주 뉴아일랜드에서 약 1만 5,500쌍이 서식하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의 번식 행동을 관찰했다. 검은눈썹앨버트로스의 이혼율은 3.7%로 낮은 비율이지만, 짝과 헤어지는 행동은 매년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번식이 이혼 확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였다. 포란(抱卵, incubating)에 실패한 암컷은 정상적인 새끼를 낳은 새에 비해서 5.4배 높았다. 번식 과정에서 불안한 환경 요소가 번식 실패의 원인이었다.

 

번식이나 짝짓기 시도에 실패한 수컷은 후유증이 크다. 새로운 암컷 짝을 찾을 확률이 낮고, 찾더라도 번식에 성공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암컷은 좀 특별하다. 번식 실패가 확인되면 암컷은 현재의 짝과 헤어진 후 번식 성공률이 오히려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이혼이 암컷에 의해 시작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짝을 찾는 것이 번식 성공률이 높고, 암컷에서 더 높은 번식 이점을 얻는 생태학적 문헌과 일치했다. 이혼이 꼭 나쁜 것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수컷이 죽어 혼자가 된 암컷은 번식 성공률이 낮았다. 짝과 헤어지는 과정이 생략되어 새 짝을 선택하는 이점을 얻지 못한 것으로 연구진은 설명했다.

해수면 온도 상승이 먹이 부족으로 이어져…이혼율에 영향

특이한 점은 앨버트로스의 이혼율이 매년 뚜렷한 변동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해수면의 온도 변화와 궤가 비슷하다는 것. 해수면 온도가 매우 높았던 2007년에 이혼율도 가장 높았다.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먹이 생산이 줄어든 것이 이유다. 먹이 부족이 번식 과정에 영향을 끼쳐 이혼율로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환경의 변화가 기존 ‘승유패변의 법칙’에도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전에 번식에 성공 암컷이라도 환경이 좋지 않으면 알을 낳지 못하거나 부화 과정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혼율을 높이는 이유다.

공동 저자인 리스본대 호세 페드로 그라나데이로 동물생물학과 교수는 “검은눈썹앨버트로스의 이혼이 번식 실패로 유발되지만, 환경 변화가 가속화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환경의 변화가 번식에 미치는 영향은 철새도 마찬가지다. 계절마다 이동하는 슴새(Calonectris diomedea)는 가을에 이동 시점을 앞당기고, 귀환할 때도 더 일찍 출발하는 행동을 나타낸다. 다음 번식에 대한 준비할 시간을 확보하려는 행동이다.

 

먹이 부족은 암컷에게 짝 선택 과정에서 생리적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최근 실험에서 핀치새는 다른 짝과 짝짓기에 불만 있는 암컷은 정상적인 새와 비교해 3~4배 높은 코르티코스테론 수치를 보였다. 코르티코스테론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호르몬이다.

논문 저자인 포르투갈 리스본대학교의 프란체스코 벤츄라 박사과정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번식과 이성의 선택 과정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검은눈썹앨버트로스의 개체 수 감소는 바닷물 온도 상승뿐 아니라 어업활동과도 관련이 깊다. 미국 과학자들이 2009년 앨버트로스 개체군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인간의 어업활동이 20% 증가하면 앨버트로스 개체군이 연간 0.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년간 앨버트로스를 연구한 뉴질랜드 환경보전부의 그레이엄 엘리엇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개체 수 감소는 다른 앨버트로스 종에게도 적용된다”며 “새들을 구하기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승환 객원기자 ㅣ  2021.12.02 ⓒ ScienceTimes

 

생명과학 사이언스타임즈 (202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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