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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는 간암, 폐암과 같은 주요 암을 진단하기 위해 이뤄진다. 가족력이 있는 등 위험군의 경우 검사를 자주 받아야 할 수도 있는데 검사를 할 때마다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문제가 있다. 촬영 과정에서 선량을 줄일 수 있지만 얻게 되는 영상물의 화질이 저하된다.
최근 의료 인공지능(AI) 기술은 상대적으로 방사선량이 적은 장비로 촬영한 CT 검사 결과지의 화질을 기존과 같은 수준의 선량을 사용한 영상물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활용되고 있다. 적은 선량을 사용한 CT 촬영물로도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지면 환자들의 방사선 노출 부담이 크게 덜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오세아니아 영상의학회 학술대회 및 대한영상의학회 학술대회(AOCR2022 & KCR2022)’에선 영상의학 검사 과정에서 AI 의료 프로그램이 도입된 주요 사례가 소개됐다.
이날 학회에서 발표한 이동호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기존 방사선량의 약 30%만을 사용해 촬영한 저선량 CT 검사 결과지를 보다 선명하게 만들어주는 AI 의료 프로그램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교수팀은 간암이 의심되는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기존과 같은 수준의 선량을 사용한 CT와 기존 선량의 3분의 1 정도만을 사용한 CT 영상물을 확보했다. 적은 선량을 사용한 CT 검사 결과지에는 AI 의료 프로그램이 적용됐다. 간암 환자의 CT 검사 결과지 수만건을 학습한 AI는 노이즈가 잔뜩 낀 저화질의 사진에서 나타난 작은 병변의 흔적만으로 얼마나 병변이 퍼져있는지 추측해 표시했다.
실제 두 영상물을 판독의에게 제공한 결과 판독 정확도엔 큰 차이가 없었다. 기존 방사선량을 사용한 CT와 저선량 CT 모두 95.8%의 정확도로 간암을 진단해냈다. 이 교수는 “간암환자와 복부질환자의 경우 지속적으로 CT 검사를 받게 되면서 방사선에 노출되는 빈도가 늘어나게 된다”며 “최근에 개발된 의료 AI 프로그램은 CT에 사용하는 방사선량을 대폭 줄이면서도 고화질의 영상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의료 AI 프로그램이 CT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량을 한계까지 줄일 가능성도 제시됐다. 남주강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이날 학회에서 저선량 CT의 25% 가량의 선량을 사용한 ‘초저선량 CT’ 검사 결과지의 품질을 확인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폐암 의심 환자 100명의 저선량 CT와 초저선량 CT 검사 결과지를 각각 판독의에게 제공하고 폐결절을 발견하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판독의들은 두 검사 결과지에서 유사한 수준의 판독 정확도를 보였다. 저선량 CT 검사 결과지를 활용한 판독 정확도는 78.9%였으며 초저선량 CT 검사 결과지를 사용한 판독 정확도는 81.1%였다. 더 적은 선량을 사용한 CT 검사결과지에 의료 AI프로그램을 적용하자 오히려 정확도가 높아진 것이다.
해당 의료 AI 프로그램을 개발한 김종효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클라리파이 대표)는 “CT는 엑스레이(X-RAY)에 비해 수십 배 많은 방사선을 방출해 인체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궁극적으로는 기존 CT 선량의 10 분의 1, 수준의 선량을 사용한 영상물만으로 질환을 진단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2022.09.21 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