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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투데이=한지혁 기자] 알츠하이머 환자의 혈액 일부를 건강한 혈액으로 치환하는 치료법이 효과를 나타냈다.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혈액 교환 치료법의 효과를 다룬 생쥐 연구 결과가 ‘분자정신의학지(Molecular Psychiatry)’에 실렸다.
알츠하이머병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치매로, 전체 치매 환자의 60~80%를 차지한다. 현재 미국 내 6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으며, 2050년에 이르러서는 13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알츠하이머병의 병리학적 특징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뇌 속에 축적되어 플라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올리고머’라고 불리는 짧은 사슬을 형성하기 위해 뭉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올리고머의 응집은 불용성 플라크의 형성을 유발한다.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뇌를 제외하고 다른 다양한 기관에서 생성될 수 있으며, 혈액을 통해 이동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은 간, 신장 등의 말초 기관에서 분해된다.
기존의 연구에 따르면,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와 혈류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베타 아밀로이드 퇴적물을 보이는 늙은 생쥐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은 젊은 쥐에서 퇴적물의 형성이 가속화됐다.
대조적으로, 정상 생쥐의 혈액 순환과 유전자 변형 알츠하이머 생쥐 모델의 혈액 순환을 수술적으로 연결한 경우 알츠하이머 생쥐의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침전물 수치를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데이터는 혈중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수치가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침전물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따라서, 혈액 내부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치료법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이에,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의 혈액 대부분을 정상 생쥐의 혈액으로 대체하는 치료법이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 침전물의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만들어진 알츠하이머 생쥐의 혈액 40~60%가량을 빼낸 뒤, 이를 건강한 생쥐에서 채취한 혈액으로 대체했다.
그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인 생후 3개월의 알츠하이머 생쥐 모델을 대상으로 혈액 교환 치료법의 효과를 시험했다. 생쥐들은 연구가 진행된 10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혈액 교환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연구 종료 시점에 명확한 베타 아밀로이드 침전물의 형성을 나타낸 유전자 변형 대조군 생쥐와 달리 혈액 교환 치료를 받은 생쥐들의 경우 훨씬 적은 플라크 생성량을 나타냈다.
또한, 생후 12.5개월에 생쥐 모델들의 기억력을 평가한 결과 혈액 교환 치료 그룹의 생쥐들은 정상 생쥐 모델들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만큼 더욱 우수한 단기 및 장기 공간 기억력을 보였다.
생후 17개월까지 매달 혈액 교환 치료를 지속한 추가 실험에서, 연구진은 혈액 교환 치료가 플라크의 성장 속도를 늦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의 치료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해, 다음 실험에서 연구진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과 기억력 장애를 나타내는 생후 13개월의 알츠하이머 생쥐 모델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혈액 교환 치료를 시작했다.
4개월 뒤 검사를 진행한 결과, 연구진은 13개월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한 생쥐 모델들이 치료받지 않은 생쥐들보다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적게 나타냈음을 확인했다. 특히, 공간 기억력 검사에서 두 그룹 간의 차이는 명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들은 혈액 교환 치료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멈추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수혈 직후 유전자 변형 생쥐의 혈중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증가했음을 발견했는데, 이는 베타 아밀로이드 수치가 낮은 정상 생쥐의 혈액이 도입될 때 뇌 속에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가 혈액 내로 이동하여 생긴 현상일 수 있다.
그들은 혈액 투석과 같은 방식의 치료법을 통해 혈액 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을 제거하고 알츠하이머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먼저 생쥐 연구를 통해 이를 시험한 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mdtoday.co.kr) 한지혁 기자(hanjh3438@mdtoday.co.kr) 2022-07-23 23:4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