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을 체세포 돌연변이에서 찾다
심장질환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암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질환이다. 심장 질환이 치명적인 이유는 심장을 구성하는 심근 세포가 출생 이후로 분열하지 않는(postmitotic) 세포이기 때문이다.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아 사멸하더라도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지 않으므로, 한 번 손상된 심장은 이전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보스턴 아동병원과 하버드 의과대학의 이은정 교수는 심장 질환이 발병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심근 세포의 체세포 돌연변이를 단일 세포 수준에서 최초로 분석했다. 같은 연구소의 크리스토퍼 월시 교수와 밍후이 첸 교수와 함께 생후 44일부터 8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심근 세포를 유전체 분석한 연구 결과를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에이징 (Nature Aging)에 게재했다. 연구진은 나이가 들며 다배수성(polyploidy) 심근 세포가 생겨나는 이유가 체세포 돌연변이로 생기는 오류를 완화하기 위해서라고 추측했다.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과 미국 국립보건원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논문 제목: Somatic mutations in single human cardiomyocytes reveal age-associated DNA damage and widespread oxidative genotoxicity, (nature.com))
사람의 세포는 대부분 염색체가 한 쌍, 총 46개 있는 두배수체(diploid)이다. 반면 심장에는 염색체가 두 쌍 이상 들어있는 다배수성 심근 세포가 종종 발견된다. 연구진은 다배수성 심근 세포가 태어난 직후부터 존재해서 나이에 따라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세포에 담긴 유전체 서열은 세포에 일어난 사건을 추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세포 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나 DNA 손상으로 생겨난 체세포 돌연변이가 유전체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심근 세포는 세포 분열을 멈춘 상태이지만, 스트레스를 받아 DNA가 손상되어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
연구진은 체세포 돌연변이 중 ‘단일 염기 변이’를 분석했다. 단일 염기 변이란 유전체가 염기 서열 단위에서 다른 염기로 변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돌연변이가 생기는 원인에 따라 변이의 유형을 나눈 후 심근 세포에서 많이 보이는 돌연변이 유형을 찾았다. 심근 세포는 활성 산소에 의한 DNA의 손상으로 생기는 돌연변이가 다른 세포에 비해 많이 나타났다.
심장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 소모하는 에너지양도 많고 대사로 인해 발생하는 활성 산소가 많다. 과도하게 발생한 활성 산소가 DNA를 손상시키는데, 정상적인 복구 기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체세포 돌연변이로 축적된다.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돌연변이가 급증하며, 세포 생존에 필수적인 유전자를 망가트릴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심근 세포의 다배수성이 돌연변이로 인한 주요 유전자의 기능 이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으리라 추측했다. 평범한 두배수체 세포는 염색체가 한 쌍씩 있어서 유전자 한쪽에 돌연변이가 생겨도 다른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가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다배수성 세포는 염색체가 두 쌍 이상 존재하므로, 노화에 따라 단일 염기 변이가 아무리 많이 일어나더라도 모든 유전자에 한꺼번에 돌연변이가 일어날 확률은 매우 낮아 세포 기능을 유지할 수가 있다.
이은정 교수는 “세포에 축적된 돌연변이가 심근 세포가 감당할 수준을 넘으면 세포가 제 기능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체세포 돌연변이가 노화로 일어나는 여러 심혈관 질환의 원인일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의학약학 서경배과학재단 (2022-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