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 치료에 혁명 일으킬 ‘비밀 유전자’ 발견
심장마비로 손상된 심장 근육 복원
심장마비가 일어난 뒤 손상된 심장 근육을 복구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새 유전자가 발견됐다.
호주 시드니 빅터 창 심장연구소(Victor Chang Cardiac Research Institute) 과학자들은 제브라피시를 이용한 실험 연구에서, 유전자 하나가 심장마비를 일으킨 심장 근육 세포의 분열과 증식을 활성화해 완전히 재생시킴으로써 손상된 심장근육을 치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9일 자에 발표됐다.
학계에는 그동안 제브라피시가 자신의 심장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려졌으나, 이같은 놀라운 일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치밀한 탐색 연구 끝에 이전에 적혈구에서만 확인된 Klf1이라는 중요한 유전자를 심장 관련 분야에서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아울러 이 유전자가 손상된 심장을 치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심장 근육 복원하는 ‘비밀 스위치’
연구를 이끈 가즈 기쿠치(Kazu Kikuchi) 박사는 이 연구 결과에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심장이 손상된 뒤 심장 근육 세포가 분열, 증식할 수 있게 하는 비밀 스위치를 확인했다”라고 밝히고, “이 스위치는 필요할 때 켜지고 심장이 완전히 치유되면 꺼진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손상되고 흉터가 생긴 심장 근육을 체내에서 스스로 고칠 수 없다. 따라서 사람에게 이 같은 치료가 적용된다면 심장 질환 치료를 획기적으로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쿠치 박사는 “인간 유전자의 70% 이상을 공유하는 제브라피시는 실제로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유전자는 일부 근육이 손상된 심장에서 나머지 손상되지 않은 심장 근육 세포들을 미성숙한 상태로 만들어 대사 배선(metabolic wiring)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방식을 통해 세포가 분열돼 새로운 세포를 생성하는 것이다.
연구팀이 제브라피시에서 이 유전자를 제거하자 제브라피시는 심장마비와 같은 심장 손상을 입은 뒤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유전자가 중요한 자가 치유 도구라는 것을 가리킨다.
Klf1 유전자, 심장 손상 이후에만 켜져
미국 하버드의대 등에 재직하다 호주로 돌아와 이 연구소 분자 심장학 및 생물ㆍ물리 분과장을 담당하고 있는 밥 그레이엄(Bob Graham) 교수는, 호주 가반 의학연구소(Garvan Institute of Medical Research)와 공동으로 수행한 이 세계 최초의 발견을 활용해 심장마비 및 기타 심장 질환 치료를 혁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교수는 “심장마비 같은 사건이 발생한 뒤 행동에 돌입해 세포가 손상된 심장 근육을 치유하도록 적극 지원을 하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을 우리 연구팀이 찾아낼 수 있었다”라며, “이는 놀라운 발견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이 유전자는 인간의 심장에서 스위치 역할을 할 수도 있으며, 우리는 그 기능에 대한 추가 연구가 인간의 심장 재생 능력을 활성화하고 신체 곳곳에 혈액을 공급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기대를 표했다.
연구팀이 발견한 중요한 점은, Klf1 유전자가 심장의 초기 발달에서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이 유전자의 재생 특성은 심장 손상 이후에만 켜진다는 사실이다.
그레이엄 교수는 “이는 심장 손상 뒤에 일어나는 재생이 초기 심장 발달에서 일어나는 일과 동일하지 않은 완전히 다른 경로를 포함한다는 명백한 증거이며, 이 문제는 지난 여러 해 동안 논쟁이 돼 왔었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2021.04.15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