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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서 만든 ‘미니 뇌’, 까만 눈까지 생겼어요

산포로 2021. 8. 25. 15:33

실험실서 만든 ‘미니 뇌’, 까만 눈까지 생겼어요


눈 발달에 관여하는 레티노산을
뇌 오가노이드에 넣어 안배 생성

 

뇌 오가노이드에 생긴 안배(검은색). 빛을 비추면 신경세포에 전기신호가 발생해 초보적인 눈 기능을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독일 뒤셀도르프대

실험실에서 만든 미니 뇌가 눈까지 얻었다. 완전한 눈으로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연구가 발전하면 안과 질환 연구와 이식용 망막 배양에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하인리히 하이네 뒤셀도르프대의 제이 고파라크리슈난 교수 연구진은 지난 17일 국제 학술지 ‘셀 스템셀’에 “뇌 오가노이드에 안배(眼杯·optic cup)로 불리는 눈 구조를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안배는 나중에 눈 뒤쪽에 있는 망막으로 자라는 컵 모양의 조직으로, 빛을 감지하는 세포를 갖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장기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미니 장기라고도 불린다. 최근 국내 과학자들은 조산아의 뇌와 유사한 수준의 뇌 오가노이드까지 배양했다. 다른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안배로 자라게 하는 데 성공했다.

 

뒤셀도르프대 연구진은 두 가지 연구를 합쳤다. 태아에서 눈 발달에 관여하는 레티노산을 뇌 오가노이드에 추가했다. 그러자 30일 만에 안배 구조가 생기기 시작해 50일에 완전한 형태를 갖췄다. 뇌 오가노이드 314개 중 72%에서 안배 구조가 생겼다.

 

안배는 지름이 0.2㎜로 실제 눈처럼 좌우대칭 형태였으며, 발생 시기도 실제 태아의 망막 발생과 일치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안배에는 초기 형태의 수정체와 각막 조직도 있었다. 뇌 오가노이드에 빛을 비추자 신경을 따라 전기신호가 전달됐다. 안배가 초보적인 눈 기능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눈 구조를 가진 뇌 오가노이드로 태아 발생 과정에서 눈과 뇌가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밝힐 수 있다고 기대했다. 또 망막 질환 연구는 물론, 환자에게 이식할 맞춤형 망막을 배양하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chosun.com)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21.08.25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