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피부 뛰어넘는 인공피부 개발
나비 무게 감지에 태양전지로 자가 발전까지
도마뱀, 플라나리아, 지렁이, 불가사리. 이들의 공통점은 재생능력이 매우 뛰어난 동물들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의 재생능력을 신비롭게 바라보며 부러워하기까지 한다. 일반적으로 진화의 정도가 낮은 생물들은 재생능력이 뛰어나다. 즉, 인간의 재생능력은 매우 미약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고 재생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 동물들 처럼 눈에 띄게 뛰어난 정도는 아닐지라도 인간의 재생능력은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간의 재생능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피부다. 특히 상처가 났을 때, 간단한 상처라면 수 일 내로 새살이 나고 아물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상 치료, 약품 실험 등에 사용
하지만 피부의 재생이 불가능한 상처들도 있다. 한 예로 심한 화상의 경우는 표피조직의 손상정도가 심해 원래대로의 복구가 불가능하다. 이 때, 화상의 정도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는데 자신의 정상 피부 조직을 떼어내 이식을 하기도 하며 남의 피부를 이식받기도 한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선 인공피부를 사용하기도 한다.
인공피부는 최대한 실제 피부와 가깝게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돼지의 진피(표피와 피하조직 사이의 부분)나 키틴막, 우레탄막을 사용하며 시체에서 채취한 피부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는 환자에게 채취한 세포를 배지에서 배양해서 만든 세포층을 쌓아 이식하는 배양피부도 있다. 이 외에도 실리콘 등을 이용한 인공피부가 있다.
인공피부는 비단 상처치료에만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성형수술 시나 의족, 의수와 같은 데에도 사용되며 피부에 바르는 약품이나 화장품 등의 성능을 시험할 때도 사용한다. 또한 사람과 흡사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도 인공피부는 사용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능들을 하기 위해서 인공피부는 매우 정교하고 특수한 기능들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피부와 같이 반응하고 감지하는 기능이 있어야 앞서 언급한 용도들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까지만 하더라도 인공피부는 그저 타인이 보거나 만졌을 때, 피부의 느낌이 나게 하고 실제 피부처럼 보이게 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그마저도 실제 피부와 색의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없었으며 환자에게는 감각도 없기 때문에 더욱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최근 연구되고 있는 인공피부들은 상상을 초월한다. 거부반응이나 부작용이 없는 것은 물론 겉보기도 실제 피부와 비슷하며 실제 피부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미세한 압력까지 감지하는 인공피부 개발 경쟁
지난 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테리얼스에 매우 미세한 외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인공피부가 개발에 대한 논문이 실린 바 있다.
울산과기대 나노생명화학공학부 고현협 교수, UC버클리 전자 컴퓨터 공학과 알리 자비 교수 공동연구팀과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제낸 바오 교수 팀이 각각의 연구에서 기존의 인공 피부가 감지할 수 있던 압력보다 10배 이상 성능이 향상된 인공 피부를 개발했다.
특히 스탠퍼드대의 바오 교수팀이 개발한 인공피부는 나비가 내려앉을 때의 압력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도다. 바오 교수팀은 유기물 위주의 반도체로 인공피부를 개발했다.
버클리대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피부는 약 1킬로파스칼의 압력을 감지할 수 있는데, 이는 펜을 집거나 컴퓨터 자판을 누를 때 느껴지는 정도의 압력이다. 이는 바오 교수팀의 인공피부에 비해 압력 감지능력을 떨어지지만 실용도 면에서 앞선다. 버클리대 연구팀은 게르마늄과 실리콘 결정질 합금으로 만든 나노와이어를 프린팅 하는 방식으로 개발에 성공했으며 이는 기존 인공피부에 비해 전력 소비량이 적고 외부 자극에도 강하다.
이들의 인공피부 한 조직에는 수백개의 나노와이어로 구성된 픽셀이 들어있는데 각각의 픽셀이 물체의 접촉할 때 전류가 변화하고 이것이 압력을 감지한다.
기존의 인공피부들이 감지할 수 있었던 압력은 수십 킬로파스칼로 두 연구팀의 인공피부에 훨씬 못미친다. 게다가 두 인공피부 모두 기존의 것들이 수직방향의 압력만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모든 방향에서의 압력을 감지할 수 있어 그 성능과 활용도가 더욱 높다.
각종 화학물 감지와 태양전지 융합
바오 교수팀은 최근 다시 한번 인공피부 개발에 성과를 올렸다. 인공 피부가 미세한 압력 외에도 다양한 화학물질을 감지하거나 그 외 여러 가지 기능과 향상된 능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
또한 인공 피부 내에 태양전지를 추가했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폴리머 태양전지를 인공피부에 사용함으로써 압력이나 화학물질 감지 등에 필요한 전력을 자체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로써 높은 전력소모의 단점까지 보완할 수 있게 됐다.
바오 교수팀의 인공피부는 유기물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탄소화합물과 유연한 고분자 폴리머를 기반으로 한다. 또한 나비가 앉는 정도의 압력을 감지하기 위해 얇은 고탄력의 고무막을 사용하는데, 압력이 가해졌을 시 고무막의 구조에 변형이 생기며 두께가 변화하고 이는 전류 흐름을 변화시켜 압력을 감지토록 한다.
이 때 트랜지스터 표면에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센서 분자 코팅을 입히면 어떤 센서 물질을 사용했는가에 따라 다양한 화학물 등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이 외에도 트랜지스터의 구조를 변경해 더욱 다양한 형태의 물질을 감지할 수 있도록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능이 많아지고 미세해질수록 높아지는 전력소비량을 태양에너지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매우 획기적이다. 연구가 거듭되고 상용화된다면 인공피부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은 물론 인간과 닮은 로봇이나 의족, 의수 등에 이용되는 등 다방면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감귤로부터 만든 자연친화적 인공피부, 국내서 개발
이렇게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인공피부의 개발이 한창이지만 성형수술이나 일부분의 화상 등에 사용되는 인공피부들도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해 우리나라 농촌진흥청 연구팀이 감귤을 원료로 한 인공피부 생산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이는 감귤식초 개발을 시도하던 중 우연하게 초산균을 주입한 감귤이 얇은 막을 형성하는 현상을 발견하면서 진행된 연구다.
감귤을 일정기간 배양하면 겔 형태로 변화하는데, 이것은 수분함량이 97%로 매우 높고 식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기에 자연친화적이어서 인체에 특별한 거부반응 없이 사용될 수 있다. 또한 기존에 비해 인공피부를 얻기 위한 비용도 낮아질 것으로 보이며 감귤로부터 새로운 소득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재형 객원기자 | alphard15@nate.com 2011.03.07
http://www.sciencetimes.co.kr/article.do?todo=view&atidx=0000048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