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타운, 건강 지키는 '헬시타운'으로 진화하다
당뇨병·관절염 등 질환 배려 통증클리닉·운동치료실 마련 벽산블루밍 등 서비스 차별화 '생명·안전관리 시스템' 갖춰
2년 전 경기도 용인의 한 실버타운에 입주한 김용한(68)씨는 이곳을 '골드타운'이라고 부른다. 7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그는 아침 6시 부인과 함께 산책로를 돌고 와 간호사로부터 혈압과 혈당을 재고, 8시경 식당에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저염식 식사를 한다.
10시엔 옆집 부부와 실내골프 연습장에서 골프를 친 뒤 물리치료를 받고, 오후엔 진료실 상주 의사로부터 당뇨병에 대해 좀더 자세한 진료를 받는다.
지난 3일 김씨를 진료한 의사는 "운동 열심히 하셨나 봅니다. 저번 달보다 혈당이 안정적이므로 내려갔으니 약을 조절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같은 시간 골다공증 환자인 부인은 실버타운 주간 프로그램 중 하나인 관절염 건강강좌를 들은 후 운동치료도 받았다.
김씨는 "정년 퇴임 후 3년 가량 먹고 놀기만 했더니 흰머리는 더 늘고, 건강도 악화됐다. 하지만 여기선 외롭지도 않고 건강관리도 가능해 새 삶을 선물 받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silver town)'이 건강을 지키는 '헬시(healthy)타운'으로 변모하고 있다. 노인 건강을 돌보는 전문의와 간호사는 물론이고 물리치료사, 운동치료 도우미, 건강상담사, 약사까지 두고 있는 경우까지 있어 어지간한 병·의원 부럽지 않은 곳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실버타운들은 대부분 가까운 종합병원과 협약을 맺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10~20분 내 응급실 이송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송도병원,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아주대병원 등은 실버타운들과 의료서비스 협약을 맺고 있다.
노인 입주자들에게 많은 관절염, 고혈압, 당뇨병 등을 고려해 실버타운 안에 통증클리닉이나 재활치료실, 운동치료실 등을 갖추는 것도 주요한 트렌드다. 관절염 환자는 재활치료 후 수영장에서 맞춤 운동처방을 받고, 당뇨병 환자는 걷기 운동 후 상주 간호사가 혈당을 체크해주는 방식 등이다.
중증 환자를 위한 간호서비스인 '너싱홈(nursing home)'도 자리잡고 있다. 치매·중풍·마비 등으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입주자들은 실버타운 안에 마련된 별도의 너싱홈으로 옮겨 24시간 전문적인 간호와 간병서비스를 받으며 생활한다. 비용이 월 200만원 정도로 비싼 게 흠이지만, 요양간호 서비스를 받으려는 입주자들이 늘고 있다.
그밖에 1년에 2차례 종합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개인별 맞춤 건강관리 프로그램이나 상시 건강강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버타운들도 있다. 현재 분양 중인 한 실버타운은 노인 입주자의 건강 관리를 위해 당뇨병·비만·요통·디스크·퇴행성관절염 클리닉까지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벽산건설 마케팅팀 장인수 소장은 "예전엔 부동산 투자 목적의 실버타운 입주 문의가 많았지만, 최근엔 의료서비스와 시설, 질병별 클리닉 여부까지 꼼꼼히 따진다. 건설회사도 실버타운을 지을 때 주거환경은 기본이고 의료서비스 차별화와 경쟁력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실버타운들은 의료서비스와 아울러 안전관리에도 주목한다.
최근에 짓는 실버타운들은 고급 아파트와 내부 시설이 비슷해 보이지만 노인 입주자를 위한 생명·안전관리 시스템이 곳곳에 숨어 있다. 2010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경기 하남의 벽산 블루밍더클래식 모델하우스는 건강에 위험이 닥쳤을 때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는 '너스콜(nurse call)' 시스템, 목걸이형 위급호출기, 집에 들어와 10분 이상 뒤척임 등 움직임이 없으면 자동으로 간호사에게 통보되는 '건강이변 센서', '욕실 비상호출기' 등을 갖춰 눈길을 끌고 있다.
욕실엔 미끄럼방지 타일과 안전 손잡이를 설치하고, 휠체어가 손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문턱도 없애는 것이 추세. 집안에 불을 꺼도 사람이 움직이면 안전을 위해 미등이 켜지도록 돼 있는데 그 높이도 무릎 정도 된다.
세브란스병원 류마티스내과 박용범 교수는 "노인은 안전, 건강관리, 여가 활동 등이 주요 관심사인데 실버타운이 필요한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추세다. 2015년경 노인 인구가 20%에 육박하는 초고령화 사회를 눈앞에 둔 우리나라도 실버타운 수요가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시욱 헬스조선 기자 sujung@chosun.com 2008.11.04 16:32 입력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08/11/04/200811040117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