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직장인의 생존기] 퇴사의 추억
직장인들의 애환은 여기 실리콘밸리에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표를 늘 가슴 한켠에 품고 다니는 마음으로 회사를 다니는 것은 아마도 사람 사는 곳이면 다들 비슷한 이야기일 듯하다. 아무리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도 일이 자신과 맞지 않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생긴다면 오랫동안 일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들어가기는 어렵지만 해고되기 쉬운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회사를 떠나게 되는 여러 가지 경우들을 여기서 함께 나누어 본다.

회사 입장에서 아마도 해고 대상의 1순위는 바로 회사에 피해를 끼치는 직원일 것이다. 특히나 스타트업의 경우는 프로젝트의 실패가 회사의 존패를 결정할 수도 있기에 이에 대한 한 사람의 역할은 무척이나 크게 느껴진다. 프로젝트가 실패하게 될 경우 다른 프로젝트로 바로 전환하는 반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되는데 방향성을 잘못 이끌거나 이를 통해 회사에 금전적인 손해를 입히게 된다면 해고의 대상이 된다. 회사가 직원을 해고하게 될 경우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보통은 2주 전 노티스를 주어 회사와 직원이 이를 준비하고 인수인계를 해나가게 된다. 하지만 직원의 잘못 때문에 해고하게 될 경우, 경우에 따라 당일날 해고가 될 수도 있다. 입사는 정말 어렵게 했지만 너무도 쉽게 해고되는 모습을 많이 보았기에 이럴 땐 참으로 이래서 실리콘밸리구나하며 다른 의미로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때로는 직원 개인의 잘못이 아닌 회사 전체의 프로젝트 때문에 해고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 회사 측에서 no go decision이 떨어지면, 때로는 프로젝트팀 전체가 해고되기도 한다. 실험을 하다 보면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손익을 따지는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 없는 부분에 대해 돈과 시간을 투자할 이유가 없기에 냉정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회사의 경우에 따라 팀원들을 다른 팀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기에 이는 회사의 방향성이나 금전적 여유의 여부에 따라 결정이 된다.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금이 들어오지 않거나 프로젝트의 실패가 계속되는 최악의 경우 회사 전체가 문을 닫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회사는 직원들에게 노티스를 하게 되어 있고, 회사가 문을 닫게 되어도 일정 기간 회사의 경제적 사정에 따라 직원들에게 월급이 지급되게 된다. 이 기간을 통해 직원들은 다른 회사를 찾고 인터뷰를 한다. 특히나 작년 실리콘밸리에 불어왔던 해고의 바람은 비단 스타트업뿐만 아닌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실리콘밸리 대표 대기업에도 불어왔고 많은 이들이 해고되고 회사가 문을 닫았다.
해고가 되어도 연봉이 높기에 경제적인 걱정은 없을 것 같아 보이지만, 비싼 물가로 유명한 이곳 실리콘밸리의 어마어마한 집 렌트비 덕에 회사의 갑작스러운 해고는 실리콘밸리인들에게도 무서운 이야기이다.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몇 군데 회사를 다녔는데, 처음 입사를 한곳에서 하던 실험들이 나와 맞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실험이었지만 실험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았던 터라 프로젝트에 따라 응용해야 할 부분에서 많은 부족함을 보이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매니저의 경고를 몇 번 받았었고, 결국 HR을 통해 한 달의 시간을 주겠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이 기간 동안 실력을 보여 달라고 했지만, 매니저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던 터라 결국 해고처럼 되어버린 퇴사를 결정하게 되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이를 통해 실험을 할 수 있는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그 실험의 전문가가 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배웠던 시간이었다.

행여 회사를 통해 해고 통보를 받게 되어도 기회는 다시 오는 법이다. 이곳은 실리콘밸리인지라 다시 이곳에서 다른 회사를 통해 second chance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실리콘밸리 내라면 오히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이는 회사가 새로운 직원의 relocation fee를 서포트하지 않아도 되며, 이곳을 잘 알고 가까이 있기에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또한 해고를 당하고 직장이 없는 기간 동안 캘리포니아주는 unemployment insurance (UI)라는 제도가 있어 인터뷰를 통해 최대 일 년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회사를 나오게 되는 경우는 해고를 당할 수도, 개인적인 사유로 퇴사할 수도 있다. 퇴사를 하게 될 경우 퇴사 인터뷰를 거치게 되는데, HR을 통해 날짜를 연락받고 여러 가지 질문들을 통해 인터뷰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직원의 퇴사 후의 필요한 정보 등을 제공하게 되며, 회사 인수인계를 비롯해 퇴사 당일날 해야 할 일들, 그리고 퇴사 후 베네핏은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받게 된다. 퇴사 당일이 되면 HR을 통해 입사 때 받았던 출입카드, 실험 데이터, 랩탑등을 반납하고 동료들과의 짧은 인사를 나눈 후 회사를 나오게 된다.

퇴사 후 실망하며 우울할 시간은 많지 않다. 실리콘밸리의 비싼 물가와 렌트비를 감당해야 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다른 직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의 좋은 점 중 하나는 바로 추천제인데, 실리콘밸리인들은 퇴사 후 직장을 찾는 웹사이트등을 통해 자신이 open to work 상태임을 알리고 직장을 찾는 동시에 이전 동료들의 도움을 요청한다. 이를 본 동료들은 자신의 회사가 hiring 상태에 있거나 다른 회사의 hiring 정보를 알게 되면 바로 정보를 전달하면서 자신의 이전동료를 회사에 추천하게 되는데, 회사 입장에서는 잘 모르는 새로운 인재보다 회사 직원이 추천하는 사람을 더 신뢰하며 믿을만하다고 생각하기에 이곳에서 네트워크를 잘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자신이 직장을 찾는다는 것을 바로 알리면 실리콘밸리인들은 서로서로 도와주며 관계를 유지하고, 어렵지 않게 자신의 이전 직장 동료와도 다시 다른 곳에서 재회하여 함께 일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회사에서의 자신의 능력과 인간관계는 회사를 떠나서도 계속 유지가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은 반드시 열릴 것이다. 한 곳에서 닫힌 문을 계속해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다른 문을 두드리며 다른 기회를 찾고, 또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일과 인연들을 기대하며 나가면 된다.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처음 입사했던 회사에서는 생존하지 못했지만, 생존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다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나게 되어 이곳에서 계속 생존해 나가고 있다. 참으로 많은 기회가 있는 땅인 실리콘밸리이기에 나의 실패와 경험들이 이곳 실리콘밸리를 바라는 모든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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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하얀 스니커즈(필명)) 등록 2024.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