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직장인의 생존기] 실리콘밸리 바이오텍 취업 준비하기
길고 길었던 10년간의 미국 포닥생활을 마무리하는 논문이 억셉되었다. 10년의 포닥생활이라니.. 3년만 계획하고 미국에 왔던 나였는데 두 번의 포닥생활을 하게 되고, 논문이 억셉되는 시간이 길어지며 또 좋은 교수님 연구실에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이렇게 오래 있을 예정은 아니었지만 본의 아니게 길어져 버렸다. 논문 리뷰의 기간만 2년 가까이 소요된 후 논문 억셉의 기쁨도 잠시, 바로 포닥 후 진로를 준비하며 아카데미를 생각하고 교수 임용을 준비하고 있었다. 미국 교수임용에 필요한 자기소개서와 연구계획서를 써나가고 인터뷰를 했지만 최종 인터뷰까지 가지는 못했으며, 바이오텍을 준비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눈을 돌려 나도 함께 바이오텍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바이오텍을 초청하여 취업을 준비하는 박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듣고 질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었고, 한인과학자 모임 등을 통해서도 한국 제약회사들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이렇게 학교와 동료들을 통해 바이오텍 세미나를 참여하여 정보를 얻고 취업을 준비했으며, 놀랐던 것은 바이오텍 인터뷰 과정이 아카데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랬다). 다만 구체적인 앞으로의 연구계획과 그랜트 계획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과정은 너무 비슷하여 앞서 아카데미를 준비했던 것이 오히려 바이오텍 취업을 준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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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바이오텍은 주로 보스턴, 뉴욕과 뉴저지, 그리고 베이지역(실리콘밸리)에 위치해 있다. 가장 밀집된 지역은 보스턴이고 물론 다른 지역에도 위치해 있다. 대부분은 주로 이 세 지역에 밀집해 있는데, 이전에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며 너무 아름다웠던 기억에 한 번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베이지역을 중심으로 취업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내가 살았던 뉴욕/뉴저지 지역을 벗어나고 싶었고, 보스턴이 너무 추웠던 이유도 한몫을 했다(개인적으로 추운 곳을 힘들어한다...). 가고 싶은 곳은 베이지역이었지만 아카데미에서 바이오텍으로 옮겨가기는 정말 힘들다는 동료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베이지역을 포함하여 200군데 넘게 이력서를 내고(농담이 아니라 정말 실제로 200군데 넘게 지원했고 인생 최대로 많은 리젝션을 받기도 했다), 다섯 군데 정도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은 후 뉴욕과 베이지역 두 곳에서 최종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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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를 낸 후 가장 먼저 Human Resources (HR, 인사과)와 인터뷰를 보게 된다. 주로 zoom 또는 전화 인터뷰로 30분가량 진행이 되고(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모든 인터뷰는 줌으로 진행되었다), 실질적인 연구나 실험 질문보다는 제출한 이력서를 바탕으로 회사 포지션에 적합한지, 외국인일 경우 일 할 수 있는 신분인지를 스크리닝 하는 과정이었다. 나의 경우는 다행히 포닥과정 동안 영주권을 받아 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지만, 보통 미국 회사는 지원서를 쓰는 과정부터 시민권/영주권 또는 비자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기 때문에 회사를 생각하고 있다면 비자신분이 아닌, 영주권이나 시민권등을 지원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비자 스폰서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회사에서는 이를 위해 돈을 내야 하고, 그 돈을 지불하기보단 status가 안정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회사 입장에서는 편리하기 때문) 이에 대한 기대보다는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적어도 2년 정도 앞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을 통과하고 나면 다음 인터뷰 진행에 대해 스케줄을 조정하는 이메일을 받게 되고, 2차 인터뷰는 hiring manager와 인터뷰를 하게 된다. 실질적인 내 매니저가 되는 사람이다. 줌으로 30분에서 1시간가량 진행이 되었고, 그동안 어떤 연구를 하고 왔으며 또 어떤 실험이 가능한지, 사이언스를 중점적으로 물으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나 역시 매니저를 인터뷰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매니저가 어떤 사람이고 성격을 가졌는지, 나와 일하는 스타일이 맞는지를 잘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 인터뷰 때는 떨려서 매니저를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여러 번 인터뷰를 보다 보면 매니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마음의 여력이 생기게 되는 거 같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고 편하게 대화해도 된다. 왜냐하면 이렇게 고생한 인터뷰였지만 결국 hiring manager와 맞지 않아 일 년 이내에 그만두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았기 때문이다.
Hiring manager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면, 3차 인터뷰는 박사 이상의 경우 프레젠테이션으로 이어진다. 나의 경우는 최근 억셉되었던 포닥 논문을 중심으로 45분 발표와 15분 질의응답으로 진행이 되었고 (회사에서는 발표시간을 잘 지켜주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참여자들이 다음 미팅이 잡혀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해왔던 연구 중심으로 지원한 포지션에 맞게 발표내용을 준비하고 어떤 실험을 했는지도 중점적으로 포함시켰다. 연구에 대한 질문들도 있었지만 주로 어떤 실험이 가능하고 회사가 원하는 인재인지, 또 입사 후 바로 프로젝트를 이해하고 실험을 세팅해 시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그 뒤로 4차 인터뷰는 나와 함께 일하게 될 팀원들을 한 명씩 30분 동안 줌 인터뷰를 하게 되었고, 팀원들은 인터뷰를 바탕으로 매니저와 미팅을 한 후 최종적으로 뽑을지를 결정하게 된다. 매니저와 팀원들이 나를 마음에 들어 하게 되면, 마지막으로 HR로 부터 결과를 받고 입사를 준비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언제 일을 시작할 수 있는지, 월급에 대한 조정도 하게 되고 여러 베네핏에 대한 설명도 듣게 된다.
2년 가까이 바이오텍 취업을 준비한 후에(정말 아카데미에서 바이오텍을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길고 길었던 인터뷰를 끝내고 감사하게도 최종인터뷰를 했던 두 군데 모두 합격을 통보받았다. 그동안 살아왔던 뉴욕/뉴저지 지역을 떠나서 새 출발 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내가 너무 가고 싶었던 베이지역의 회사에 최종적으로 사인을 하였다.
그렇게 길고 길었던 포닥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실리콘밸리에서 뉴챕터를 시작하게 되었다.
Welcome to Calif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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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하얀 스니커즈(필명)) 등록일2024.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