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직장인의 생존기] 스타트업의 이색 복지
실리콘밸리는 자유롭게 일하기로 잘 알려진 곳이다. 실리콘밸리 내의 대기업들에 비해 인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스타트업 회사들이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복지 혜택들은 아무래도 규모가 작을 수도 있겠지만, 직원들의 근무 환경을 편하게 조성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한 스타트업들의 목표는 같기에 이들이 제공하는 이색 복지 혜택들을 셰어해 보고자 한다.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건물에 들어갔을 때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다름 아닌 gym이었다. 그리고 샤워실도 한편에 같이 자리했었는데, 회사는 직원들의 건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일을 하다가, 혹은 일 시작하기 전 gym에 들렀다가 운동하고 샤워하면 아무래도 좀 더 산뜻한 몸과 마음으로 일을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회사의 배려를 엿볼 수 있는 곳이었다.
일을 하다가 너무 졸리거나 몸이 힘들거나 할 때에 회사 내에 있는 수면실을 이용할 수 있다. 지친 심신을 잠깐의 쉼을 통해 다시 재충전하다 보면 활력이 생겨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 단위로 쓸 수 있는 paid time off (PTO)도 내 일을 효율적으로 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개인의 사정이 있을 때에는 일하는데도 방해가 될 수 있기에 시간 단위로 PTO를 사용하여 내 삶과 일의 밸런스를 맞출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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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들은 아무래도 직원들의 인원 수가 적기에 개개인이 참 중요하다. 따라서 직원들의 가족들도 그 복지 혜택을 더불어 같이 누리게 되는데 직원들의 반려동물 또한 그러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색 복지 중 하나는 바로 반려동물을 회사로 데려와 옆에 두고 일할 수 있는 것이다.
실리콘밸리로 출근하는 반려동물들. 한마디로 너무 사랑스럽다. 나는 비록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진 않지만, 동물들을 좋아하기에 동료들이 데리고 온 반려동물들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나고 왠지 모르게 힘이 난다. 회사 전체도 웃음이 많아지고 분위기가 많이 밝아져서 업무가 평소보다 부드러워지는데, 평소 친하지 않던 동료들과도 동물들을 통해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되고 가까워진다. 회사도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 채택한 복지일 것이다. 매일 반려동물과 출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특정의 날이 있어 그날 반려동물들이 함께 출근(?)하는데, 이제 그날은 나도 모르게 손꼽아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다. 책상 밑에 얌전히 앉아 있는 개들, 책상 위에서 주인을 보며 랩탑을 만지작 거리던 고양이들, 여기저기 날아다니며 사람들에게 한 마디씩 하던 앵무새 모두가 너무 사랑스럽다. 동물들이 있어서 방해가 되어 일을 못할 거 같지만 오히려 그 반대이다. 그날 업무 효율은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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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까지 챙기는 스타트업의 복지는 직원들의 생일파티는 물론 가족들까지 초대하는 바베큐파티로도 이어진다. 다음날이 주말인 금요일은 아무래도 다른 날보다 마음의 여유가 다들 있어 오후부터 회사가 회사 앞 공터에서 바베큐를 하기 시작한다. 이날은 가족들도 초대할 수가 있어 함께 모여 바베큐를 먹으며 가족들을 소개하면서 더 친해지기도 하는데, 가족까지 있다 보면 아무래도 더 많이 대화를 하게 되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이 있으면 더더욱) 직원들은 대화를 통해 더 가까워지고 가족을 통해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된다. 이후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가족들의 안부를 묻는 등 서로 더 신뢰하며 함께 일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회사 한편에는 게임기들이 즐비하다. 초등학교 앞에서 본 문방구의 오래된 게임기들부터 최신게임기까지 직원들의 사기를 충전하기 위해 힘쓰는 회사의 흔적은 게임기에도 역력하다. 업무 중 시간이 잠깐 나면 직원들 몇몇이 모여 함께 게임을 즐기고 또 다른 이들은 함께 구경하기도 한다. 그리고 업무를 해야 하거나 실험이 다시 시작되면 바로 그만두고 일에 복귀하는데, 게임기가 있어서 일에 지장을 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오히려 생각보다 게임기 앞이 비어 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는 다들 일하다가 아주 잠깐의 시간 동안 활용하기 때문이다. 게임기가 배치되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직원들은 회사가 편한 공간임을 인식하며 일하게 되는데 회사는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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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번 해피아워 시간이 있다. 회사는 근처 레스토랑을 통해 직원들의 음식과 음료, 술을 제공하는데 해피아워 시간은 보통 오후 3시경에 시작되기에 한국의 회식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해피아워 날이면 원하는 직원들은 근처 레스토랑에 모여 칵테일과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일에 대해 나누기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하기도 한다. 마시면서, 먹으면서 나누는 업무의 대화는 아무래도 조금 더 부드럽게 이어지고 결국에는 업무에 적용되기 때문에 회사도 해피아워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와서 함께 이 시간을 나누지만 원치 않거나 실험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일이 있다면 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그리고 일찍 먼저 일어나도 되고 바로 퇴근을 해도 되기에 각자가 편한 대로 자신의 플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보통 해피아워는 오후 3-5시경에 이루어지기에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 시간을 놓칠 염려도, 아이의 픽업 시간에 늦을 염려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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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일의 밸런스가 중요한 실리콘밸리인들을 위해 회사는 가끔씩 스포츠 대회를 개최한다. 캘리포니아 특성상 하이킹 코스가 많아 하이킹을 하기도, 마라톤을 함께 하기도, 그리고 근처 볼링등 실내스포츠를 함께 하기도 한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함께 하면서 친목을 다지기도 하고, 원하는 가족이 있다면 함께 참여하기도 한다. 원하는 이들의 참여로 이루어지기에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걱정할 것도 없다.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적은 인원의 직원이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한 인재이기에 직원의 복지 혜택을 통해 사기를 북돋아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모든 혜택을 받는 것은 결국 나의 일과 책임으로 이어지기에 내가 맡은 일에 대한 부담감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받은 만큼 회사에 돌려주기 위해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일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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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하 얀 스니커즈(필명)) 등록 2024.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