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이식 환자에 특히 위험...예방접종만으로도 발병 ‘뚝’
백신접종군 대상포진 발병률 1년에 9건
비접종군의 3분의 1 수준에 그쳐
타인의 신장을 이식받으면 자가면역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대상포진에 걸리기 쉽다. 이를 예방하려면 신장이식 수술 전 대상포진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필요하다.
13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백경란•허경민 감염내과 교수, 김시호 삼성창원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의 연구팀은 신장이식 환자에게 이식 전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이식 후 대상포진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신장이식을 받은 환자에게서 이식 전 대상포진에 대한 백신 효과를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인의 장기를 이식받으면 기본 면역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대상포진은 이러한 면역저하자에게 흔히 발생한다. 발병 시 심한 통증과 피부 병변을 동반한다. 또 신경통과 같이 장기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에 의료진은 대상포진 예방 차원에서 장기이식 환자에게 수술 4주 전까지 생백신을 접종받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신장이식 환자가 예방접종을 맞을 경우 실제 대상포진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증명된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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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2014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이식 전 대상포진 생백신을 접종받은 사람 84명을 포함해 총 424명의 신장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접종의 대상포진 예방 효과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식 전 생백신을 접종받은 환자군의 5년간 대상포진 발병률은 1000인년당(1000명을 1년간 관찰한 값) 9.16건이었다. 그에 반해 이식 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군은 1000인년당 30.36건의 대상포진이 발병했다. 생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환자군의 대상포진 발병률이 접종받은 집단보다 3.31배 더 높았던 것이다.
대상포진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식 방법이나 이식 시 투여하는 면역억제의 종류 등을 보정한 분석에서도 접종군의 대상포진 발생 위험율이 0.18로 낮게 나타났다. 이는 신장이식을 받는 환자에게 이식 전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권고하는 현재 지침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수립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예방접종은 장기이식을 받은 사람에게 흔히 발생하는 대상포진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으므로 의사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이식을 계획 중이거나 받은 사람들도 예방접종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에 신뢰를 갖고 접종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도입된 사백신은 이식 후에도 접종이 가능하고 뛰어난 면역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후속 연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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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감염병 분야 국제 권위지인 ‘임상 미생물과 감염(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n, IF=13.31)’ 최근호에 발표됐다.
매일경제(mk.co.kr) 심희진 기자 edge@mk.co.kr 입력 : 2023-03-13 11:2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