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실패와 성공의 교훈] Tamoxifen의 역사_유방암 치료제와 연구 시약
이번에 소개할 약물은 Inducible Cre system을 활용한 In vivo 실험을 많이 해보신 분들께는 친숙한 Tamoxifen이라는 약물입니다. Tamoxifen은 현재 유방암 치료제로 사용될 뿐 아니라 Inducible Cre system을 이용한 수많은 연구를 가능하게 만든 약물이기도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Tamoxifen의 역사와 현재 사용되는 용도 등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 다음의 리뷰 논문들을 많이 참고하였습니다.
Jordan, V. Craig. "Tamoxifen (ICI46, 474) as a targeted therapy to treat and prevent breast cancer." British journal of pharmacology 147.S1 (2006): S269-S276.
Quirke, Viviane M. "Tamoxifen from failed contraceptive pill to best-selling breast cancer medicine: a case-study in pharmaceutical innovation." Frontiers in pharmacology 8 (2017): 620.
1. Tamoxifen의 발견_경구용 피임약
Tamoxifen이 처음 합성된 것은 1962년입니다. 당시 Tamoxifen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항에스트로겐 물질을 합성함으로써 사후 피임약을 개발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제약회사였던 ICI (Imperial Chemical Industries)에서는 배란을 억제시킬 목적으로 여러 항에스트로겐 화합물들을 만들었고, 그중 하나가 바로 Tamoxifen입니다. Tamoxifen은 에스트로겐 대신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 ER)에 경쟁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에스트로겐에 의한 ER 활성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동물(Rat)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Tamoxifen이 효과적으로 배란을 억제함으로써 피임제로서의 개발 가능성이 높게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후의 연구에서, Tamoxifen이 사람에게서는 오히려 배란을 유도하여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반대의 결과를 얻게 되었습니다. Tamoxifen에 의해 시상하부의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차단되면 뇌에서는 오히려 뇌하수체를 더 강하게 자극해서 오히려 난소에서 배란이 촉진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본래 경구용 피임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Tamoxifen은 예상과 다르게 배란을 촉진하는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됨으로써 경구용 피임약으로 사용될 수 없게 되었고, 반대로 불임 여성의 배란을 유도하는 약으로 용도가 변경되었습니다.
2. Tamoxifen의 새로운 발견_유방암 치료제
앞서 설명했듯이 Tamoxifen이 합성되었을 때 이를 만든 회사는 Tamoxifen을 피임약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연구를 하면서 Tamoxifen이 에스트로겐에 반응하는 종양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회사의 관심은 피임약 개발에 있었기 때문에 Tamoxifen을 항암제로 개발하려는 의지가 높지 않았습니다. 이때 당시에는 화합물 약물이 미국에서 특허 보호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미국에서의 독점적인 판매가 안 될 것이라 점, 당시 영국에서의 유방암 발생률이 낮아 치료제 시장이 작을 것으로 예상된 점, 당시 회사의 인프라가 부족했던 점, 항호르몬 요법이 유방암 치료에 크게 쓰이지 않을 것 같다는 당시의 인식 등의 이유로 회사는 Tamoxifen을 유방암 치료제로 연구/개발하는 것을 꺼려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경구용 피임약 개발을 담당하고 있던 팀리더였던 Arthur Walpole은, 이미 피임약으로 개발은 불가능한 상황이기에, Tamoxifen을 유방암에 대한 항암제로 개발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고, 이러한 배경 속에서 Tamoxifen은 유방암 치료제로서 새롭게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유방암의 종류>
유방암은 호르몬 수용체 발현에 따라 네 개의 아형(Subset)으로 분류되곤 합니다. 이를 분류하기 위해 측정되는 수용체는 에스트로겐 수용체(Estrogen receptor, ER), 프로게스테론 수용체(Progesterone receptor, PR), HER2 (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가 있고, 이들의 발현 정도에 따라 크게 네 종류로 유방암을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표 1).
![](https://blog.kakaocdn.net/dn/ls8Ge/btsKBPerciP/1RAmlIbEuKDkmZwUQeSeNk/img.png)
표 1. 호르몬 수용체 발현에 따른 유방암의 분류
일반적으로 Luminal A 타입의 경우 예후가 좋고 Triple-negative 타입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대부분의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 에스트로겐 수용체(ER)를 발현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ER을 발현하는 ER+ 유방암 환자들의 경우 Tamoxifen을 이용해 ER 신호를 억제하고, 이를 통해 종양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3. Tamoxifen의 또 다른 재탄생_Inducible Cre System
Cre 유전자의 발견은 다양한 종류의 세포 특이적(혹은 조건적, Conditional) 유전자 Knock-out 쥐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생물학 연구에 엄청난 공헌을 하였습니다. Cre 유전자는 loxP로 태그 된 유전자를 인식해서 그 부분을 특이적으로 잘라냄으로써 특정 유전자를 없앨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전적 형질을 가지고 태어난 쥐는 모든 Cre를 발현하는 모든 세포에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고, 이러한 형질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모든 세포에서도 평생 동일하게 유지됩니다.
그리고 여기서 더 나아가 Inducible Cre는 내가 원하는 시점에만 유전자를 없앨 수 있는 기법입니다. Inducible Cre 시스템이 활용된 쥐는 비록 태어날 때부터 Cre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지만, 이 Cre 단백질은 ER과 붙어서 ER-Cre 형태로 발현이 되고 ER은 핵 안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Cre가 발현되어도 Cre가 핵 안으로 들어가지 못해 loxP로 태그 된 유전자를 잘라내지 못합니다. Cre 단백질이 언제든지 핵 안으로만 들어가면 타깃이 되는 유전자를 제거할 준비를 항상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ER과 결합할 수 있는 Tamoxifen을 주사하게 되면, Tamoxifen에 의해 ER-Cre 단백질은 핵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Cre는 타깃이 되는 유전자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림 1). 또한 ER-Cre유전자를 특정 세포에서만 발현되는 유전자의 Promoter 뒤에 삽입(Knock-in) 함으로써 특정 세포에서만 ER-Cre 단백질이 만들어질 수 있게 함으로써 Inducible conditional knock-out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https://blog.kakaocdn.net/dn/6dvot/btsKAfyFUMX/O3nFoWYS7N6dZ2tEL4bim0/img.png)
4. 결론
Tamoxifen은 의도했던 결과와 반대의 결과를 만든 실패한 약이었습니다. 하지만 실패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이 약물이 갖는 진가는 발견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Tamoxifen은 유방암 치료에 큰 효과를 보였고, 이에 대한 깊은 기전적 연구는 유방암의 아형을 구분 짓는 연구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뿐 아니라 Tamoxifen을 활용한 Inducible Cre System의 발명은 연구자가 원하는 시점에 Knock-out을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면역세포 연구에 매우 큰 기여를 했고, 현재도 많은 연구에 응용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Tamoxifen은 치료제와 연구에 사용되는 훌륭한 시약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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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 Bio통신원(제약회사김박사) 등록 2024.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