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세포에 의한 ‘지속적 흥분’ 유발이 신경병증성 통증의 핵심 기전으로 규명
- 신경병증성 통증 시각화를 통해 향후 진단 및 예후 모니터링 활용 기대
신경병증성 통증은 경미한 자극에도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당뇨, 항암치료, 수술 등으로 인해 말초 신경이 손상되어 통증을 관장하는 뇌에서 잘못된 신호를 보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심각할 경우, 옷에 쓸리는 느낌만으로도 불에 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껴 삶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신경병증성 통증을 유발하는 명확한 원인을 알지 못해 진단과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 뇌과학연구소 남민호 박사 연구팀은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 김형일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별세포(astrocyte)에 의한 신경병증성 통증 유발의 핵심 기전을 새롭게 규명하고, 나아가 그에 따른 맞춤형 치료 및 모니터링 타겟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신경세포를 중심으로 통증 신호의 전달을 조절하는 것에 집중돼 있던 기존 연구에서 벗어나 별세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타겟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팀은 쥐 실험을 통해 신경병증성 통증 모델의 척수에서 반응성 별세포가 가바(GABA)를 과도하게 생성 및 분비하는 것이 병리의 핵심임을 밝혀냈다.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인 가바는 일반적으로 주변 신경세포의 활성과 대사를 억제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신경병증성 통증이 발병한 경우, 가바의 분비로 신경세포의 특정 단백질인 ‘KCC2 운송체’의 발현이 감소해 신경세포의 염화이온 농도가 높아진다. 따라서 역설적인 현상으로 신경세포를 과도하게 활성시키는 ‘지속적 흥분(Tonic Excitation)’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방사성동위원소로 표지된 포도당(18F-FDG)을 이용한 PET(양전자단층촬영)을 통해서 별세포 가바에 의한 신경세포의 ‘지속적 흥분’을 시각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 결과, 신경병증성 통증을 겪는 동물의 척수에서 증가된 포도당 대사를 관찰할 수 있었고, 별세포가 발현하는 마오비(MAOB) 효소를 활용해 가바 생성을 억제한 이후에는 척수에서의 포도당 대사도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치료의 진행 정도를 가시화할 수 있음을 보여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의 예후 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마오비(MAOB) 억제제의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 효과 및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상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KIST 남민호 박사는 “별세포의 가바에 의한 지속성 흥분이 척수 신경 과민성의 원인이자 신경병증성 통증의 핵심 기전”이라며, “이러한 결과들은 신경병증성 통증의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중요한 기초를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GIST 김형일 교수는 “별세포와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의 시각화를 통해 신경병증성 통증의 예후 모니터링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의 지원으로 KIST 주요사업 및 뇌질환극복연구사업(2020M3E5D9079744), 세종과학펠로우십(2021R1C1C2005440) 등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IF 12.8, JCR 분야 4.8%) 최신호에 게재됐다.
□ 논문
○ 제목: Tonic excitation by astrocytic GABA causes neuropathic pain by augmenting neuronal activity and glucose metabolism
○ 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
○ 게재일: 2024.05.17.(온라인)
○ DOI: https://doi.org/10.1038/s12276-024-01232-z
□ 저자
○ 주연하 박사 후 연구원(제1저자/KIST 뇌기능연구단), 조종욱 박사 후 연구원(제1저자/GIST 의생명공학과), 남민호 선임연구원(교신저자/KIST 뇌기능연구단), 김형일 교수(교신저자/GIST 의생명공학과)
□ 내용 요약
○ 연구배경
통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20%가 만성통증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 가운데 신경병증성 통증은 10명 중 1명이 겪고 있는 매우 유병률이 높은 질환임. 신경병증성통증은 일반적으로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정도의 자극에 의하여 비정상적으로 통증을 느끼는 경우를 이야기하며, 대표적으로 당뇨병이나 항암치료, 알코올 등에 의하여 신경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음. 환자들이 옷에 쓸리는 느낌을 고통으로 인지하여 옷을 입고 있지도 못할 만큼 증상이 매우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치료제가 부재한 상황임.
이러한 신경병증성 통증은 척수에서 통증신호의 전달이 과도하게 민감해지는 "중추 민감화"이라는 현상으로 발생하는데, 그 분자 수준의 원인은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음. 한편,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병증성 통증 모델과 환자의 척수에서 많이 발견됨에 따라, 반응성 별세포에 의한 "중추 민감화"의 분자기전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타겟으로 하는 치료전략의 발굴이 필요함.
○ 연구내용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전기생리학 연구방법을 통하여, 신경병증성 통증의 새로운 기전과 치료전략을 제시하였으며, PET 영상을 통한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기술을 검증하였음.
구체적으로는, 신경병증성 통증 동물모델의 척수에서 발견되는 반응성 별세포에서 분비되는 다량의 GABA가 모순적으로 주변의 신경세포를 흥분시켜 신경병증성 통증이 나타남을 최초로 확인함. GABA는 원래 억제성 신경전달물질로 주변의 신경세포를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모델에서는 신경세포의 KCC2라는 단백질의 발현이 감소하여 GABA가 신경세포를 오히려 흥분시키는 것임. 이는 성상세포의 GABA에 의한 지속적 흥분 (tonic excitation)을 최초로 보고하는 연구임.
PET imaging을 통한 포도당 대사를 확인한 결과, 실제로 신경병증성 통증 동물의 척수에서 포도당대사가 증가해있음을 확인하였음. MAOB 저해제를 이용하여 성상세포의 GABA 생성을 억제하였을 때, 신경병증성 통증이 눈에 띄게 감소하였으며 척수에서의 포도당대사도 정상으로 회복됨을 확인하였음.
○ 기대효과
본 연구는 반응성 별세포를 통한 신경병증성 통증의 새로운 분자 수준의 기전을 규명하였고, 흥분성 GABA라는 새로운 치료타겟을 제시하였음. 뿐만 아니라, PET imaging을 통한 신경병증성 통증의 정도와 치료에 의한 질병의 완화 여부를 가시화하는 전략을 제시하였음. 전 인구의 10% 이상이 고통받고 있는 신경병증성 통증의 극복에 있어 임상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음.
연구결과 문답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신경병증성 통증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과 의료적으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을 고려했습니다.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를 임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GIST 김형일 교수님과 논의를 하며, 신경병증성 통증 환자들의 안타까운 상황과 더 나은 치료제의 개발에 대한 생각으로 공동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기존의 치료 방법들이 효과를 보이지 않을 때, 별세포와 같은 비신경세포의 역할에 주목하고 그들이 신경병증성 통증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조사하고자 했습니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연구의 주요한 발견은 별세포에서 생성되는 가바가 역설적으로 신경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정상의 경우 가바는 보통 억제하는 역할을 하지만, 신경병증성 통증 모델에서는 반대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 가장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이는 신경병증성 통증의 병태생리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며, 기존에는 중요시되지 않았던 비신경세포의 역할을 강조합니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이 연구의 실용화를 위해서는 현재 쓰이고 있는 별세포 가바 억제 약물인 KDS2010의 임상실험을 통해 효능과 안정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또한 PET 이미징을 임상에서 활용하여 신경병증성 통증의 진단과 치료 예후 모니터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기대효과와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기대효과로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신경병증성 통증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PET 이미징을 통해 신경병증성 통증의 심각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치료 효과를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실제 PET 이미징의 임상적용에 필요한 규제 승인 및 장비 보급 등이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새로운 치료 전략이 실제 환자들에게 어떻게 적용되고 수용될지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림 1] 별세포-신경세포 상호작용을 통한 신경병증성 통증의 신규 기전 [사진=KIST]
신경병증성 통증 모델에서 반응성 별세포의 가바 합성 및 분비가 증가하는 한편, 신경세포의 KCC2 운송체 발현은 줄어듦. 이에 따라 별세포의 가바가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속적 흥분”하여 신경세포의 과민성이 유발됨. 이는 통증신호의 과도한 전달로 이어지고 통각이 과민하게 되어 일반적으로 통증 역치를 넘지 않는 자극에 의한 통증이 발생하는 신경병증성 통증이 나타남.

[그림 2] 마오비 억제제에 의한 신경병증성 통증 치료 효과 [사진=KIST]
신경병증성 통증 모델에 마오비 억제제를 투여하였을 때, 2주만에 신경세포의 “지속적 흥분”이 억제되어 포도당 대사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됨을 18F-FDG 양전자단층촬영을 통해 확인하였음 (좌). 또한 기계적 통각과민 측정 실험을 통하여, 마오비 억제제 투여가 신경병증성 통증 모델의 통증역치를 1-2주 안에 유의하게 회복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하였음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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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ibric.org) Bio통신원(KIST) 등록일20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