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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관 형태 그대로 구현한 척수 '오가노이드' 첫 개발

산포로 2022. 3. 30. 09:26

신경관 형태 그대로 구현한 척수 '오가노이드' 첫 개발

선웅 고려대 의대 교수팀 "발달장애 원인 규명할 것"
 
국내 연구진이 신경관 형성을 그대로 모사한 척수 오가노이드를 개발했다. 아래 사진(C)과 같이 동그란 모양의 줄기세포가 쭈글쭈글해지면서 말려들어가 신경관 형태로 바뀐다. 고려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중추신경계 일부 중 척수를 모방한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뇌와 척수로 발달하는 배아 구조인 신경관의 형태를 그대로 구현한 척수 오가노이드로 연구진은 선천성 발달장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선웅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팀은 신경관 형성을 모사하는 척수 오가노이드를 개발해 오가노이드 기반의 약물 스크리닝 플랫폼 활용 가능성을 입증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명의학공학’ 28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조일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기획단장 연구팀, 이상혁 이화여대 생명과학과 교수팀, 인공지능벤처기업 인터마인즈 등 다수의 기관과 공동연구로 진행됐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체외 배양해 생체 내 발달 과정과 구조적 특징을 그대로 모방하며 형성되는 ‘미니 장기’로 동물실험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동물실험은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인간의 질환 기전 연구나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인간의 발생 과정 탐구, 질환의 원인 파악, 약물 개발과 부작용 예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오가노이드 개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선 교수팀은 2015년부터 척수 오가노이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척수는 척추 내 중추신경의 일부분으로 뇌와 연결돼 있다. 연구팀은 척수 오가노이드를 통해 신경관 결손을 연구할 계획이다.신경관은 발달 초기의 신경조직으로 뇌,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의 기반이다. 

 

신경관의 결손은 선천적 기형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연간 약 30만 명의 태아에게서 발견된다. 태아 형성 과정에서 낭배 형성이 일어나면 배아의 등 쪽에 위치한 특정 세포가 모양을 변형하며 신경관을 형성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신경관 형성이라 하는데, 이때 신경관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비정상적인 신경관 접힘과정이 선천성 발달장애 중 하나인 신경관 결손을 일으킨다.

 

인간의 경우 신경관 형성 과정은 임신 3주차에 발생하기 때문에 인간 특이적인 신경관 발생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는 물론 신경관 결손 발병기작과 예방에 대한 연구 역시 극히 제한적으로 진행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신경관 형성을 모사하는 척수 오가노이드 제작 방법을 확립해 공개했다. 선 교수는 "신경관의 형태까지 유사하게 만든 척수 오가노이드는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전에 개발된 척수 오가노이드는 세포 구성 등이 신경관과 유사했으나, 형태는 그대로 구현하지 못했다. 배아줄기세포를 3차원의 신경관으로 만들 때 세포들의 배열이 크게 흐트러지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신경관 형성 순서를 바꿔 이 문제를 해결했다. 배아줄기세포를 바로 3차원의 신경관으로 만들지 않고, 우선 2차원의 판 형태로 만든 다음 판을 말아 3차원의 관 형태를 갖추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신경관과 형태가 유사하며 세포 배열도 흐트러지지 않은 척수 오가노이드를 만들 수 있었다. 또 배양 조건의 최적화를 통해 오가노이드의 크기로 일정하게 맞췄다.

 

연구팀은 이 척수 오가노이드를 조직학·전사체·전기생리학 분석을 통해 실제 척수 조직과 유사한지 검증했다. 그 결과, 오가노이드의 임상기술 적용에 중요한 요소인 재현성과 정량성에 우수한 성과를 보임을 확인했다. 특히 줄기세포 배양 기술, 최신 3차원 이미징 기술과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의 융합을 통해 고속대량 스크리닝 접목을 가능하게 했으며, 그 결과로 수천 개의 오가노이드에 대한 약물 반응성을 고속·고효율로 검증했다. 

 

연구팀은 임산부가 투여할 시 신경관 결손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위험 약물군을 포함해 총 6종의 항경련제를 선별하고 이를 이용한 신경관 결손 모델링도 수행했다. 그 결과 기존 임상 결과와 동일하게 위험약물 처리군에서만 비정상적인 형태형성과정과 신경관구조가 관찰됐으며, 이로써 척수 오가노이드 모델의 활용성 검증에 성공했다. 

 

선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척수 오가노이드는 약물개발의 임상 단계 이전 연구를 지원하는 새로운 모델로 신약 개발과 약물 안전성 테스트의 효율성을 증진할 수 있는 오가노이드 기반 플랫폼의 활용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신경관 결손뿐만 아니라 다양한 뇌질환 모델을 만드는 데도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dongascience.com)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2022.03.29 17:39